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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JA Oct 06. 2022

홍콩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둑들

영화 <종횡사해> (Once a Thief, 縱橫四海, 1991)

Pont des Arts 위 한 남자가 캐리커처를 받고 있다. 화가에게 자신의 이름을 아는지 물은 후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한다. 웨이브 진 머리가 담배 연기와 함께 강바람에 흩날리고, 가죽 재킷과 스카프를 걸친 그의 이름은 제임스, 바로 장국영이다. <종횡사해>는 고아 시절부터 사부(증강 분) 아래서 함께 자란 아해(주윤발 분)와 홍두(종초홍 분) 그리고 제임스(장국영 분)가 프랑스 갱단의 의뢰로 ‘할렘의 여시종’을 훔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케이퍼(Caper) 장르 영화에 오우삼 감독 스타일의 액션이 섞인 <종횡사해>는 황홀한 비주얼과 재미로 관객의 마음마저 훔친다.

홍콩 누아르 영화를 대표하는 오우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종횡사해> 또한 눈을 즐거이 하는 액션으로 가득하다. 전작인 <영웅본색>, <첩혈쌍웅>처럼 진중한 분위기의 정통 누아르에 코미디가 첨가된 <종횡사해>엔 세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배가되어 있고, 인물과 이야기에 매력이 묻어난다. 아해, 홍두, 제임스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모호한 감정선이나, 프랑스 갱단•사부(증강 분)와 세 인물의 갈등이 이어지는 사건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킬링 타임용 가족 오락 영화로는 손색이 없다.

은밀하고 섹시한 도둑으로 등장하는 주윤발과 장국영, 그리고 종초홍은 러닝타임 내내 근사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특히나 장국영의 매력이 더욱 돋보이는데, 한국 사람들이 ‘장국영’ 하면 떠올리는 미남자 이미지가 화면에 그대로 담겨있다. 배우들의 비주얼과 아우라에 역할의 고혹함이 겹쳐 그들의 매력이 극대화되는데, 이쯤 되면 감독이 사심으로 영화를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홍콩의 톱배우들이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이국의 해변을 달리는 장면은 찬란했던 홍콩 영화계의 전성기를 대변하는 듯해 가슴이 아련하다. 직접 그 시절을 겪어볼 수는 없지만, 호쾌한 액션과 유머로 무장한 <종횡사해>를 통해 전성기의 톱배우들과 8090 시기 홍콩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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