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터뷰로 만난 이는 충청남도 금산면 남일초등학교 1학년 담임인 이정희 씨이다. 한 반의 정원이 9명인 단촐한 학급. 이와 더불어 올해부터는 학교 도서관의 담당 사서가 되었다. 이정희 씨의 그림책 사랑이 동네방네 소문이 나, 이전 담당자가 먼저 도서관을 맡아보라고 하였다고 한다. 역시나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도서관 곳곳을 손보며 신이 났다. 매일 학교 도서관으로 출근할 생각에 신이 난다.
가방에는 언제나 그림책을 넣고 다닌다. 누구를 만나던 그림책을 읽어줄 수 있는 기회만 있다면 신나게 읽어줄 기세다. 그런 그는 언제부터 이렇게 책에 빠졌고, 아이들과 만나는 사람들과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책을 좋아하게 되셨나요?
처음 교사로 근무했던 초년생 때는 책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재미를 잘 느끼지는 못한 채로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읽어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결혼을 하고 2010년에 이곳 금산으로 이사를 오고 임신을 하였어요. 어느 날 남편이 태교로 책을 읽어주겠다고 하는 거예요. 『호롱불 옛이야기』 세트가 집에 있었는데, 그 책을 들고 읽기 시작했어요. 너무 어색하고 웃기고 온몸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드는데, 그러면서도 진짜 너무 행복한 거예요. ‘내가 이렇게 존중받아도 되나? 누군가가 내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존중받는 일이구나, 그리고 행복감을 전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게 제 삶에 큰 터닝 포인트가 되었어요.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최고의 존중이구나 생각했지요. 그때부터 책과 책 읽어주기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어요.
두 아이의 양육을 도서관에서 하셨다고 들었어요.
금산에 터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 중 1순위가 바로 ‘금산기적의 도서관’이에요. 어린이도서관이 있다는 게 저한테는 큰 매력이었거든요. 책을 읽는 맛을 진정으로 느끼고 난 후 첫째가 태어나서부터는 거의 매일 도서관에 갔어요. 도서관 이야기방에 들어가 그림책을 잔뜩 가져와서 계속 읽었어요. 그러다 너무 피곤하면 살짝 졸기도 하고, 그럼 남편이 교대로 아이에게 읽어주고요.
저희 마을에 또 제 또래 엄마 중 아이 개월 수가 비슷한 이들이 네다섯 명 있었어요. 혼자 육아하기 힘드니까 우리 같이 모여서 쭉쭉이 체조라도 해주자. 그러면서 그림책도 서로 읽어주고 그랬어요. 집에 있으면 육아 시계가 정말 안 지나가는데, 도서관에 함께 모여서 육아 이야기와 서로에게 책 읽어주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요. 저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독서량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두 아이를 낳으면서 육아 휴직을 좀 길게 했는데, 아이에게 읽어준다는 핑계로 그림책을 계속 읽어주다 보니 너무 재밌는 거예요. 육아휴직 동안 책을 정말 많이 읽었어요.
지금도 가족들과 책을 함께 보시나요?
첫째가 4학년, 둘째가 2학년이에요. 큰 애는 이제 학습만화에서 단행본으로 넘어가고 있고, 둘째는 한창 학습만화에 빠져 있을 때에요. 그래도 그림책은 우리 가족의 매개체에요.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꾸준히 보다 보니까, 아이들과 서로가 좋아할 만한 책을 추천해주기도 해요. ‘이건 엄마가 좋아할 것 같은데?’, ‘이건 네가 좋아할 것 같아.’ 지금도 저녁에 자기 전에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한두 권 읽어줘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5시 40분에 일어나서 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요. 아침에 일어나서 그림책을 두세 권 읽고 나면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요. 누군가 그림책은 ‘작은 갤러리’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힘들고 지칠 때면 조퇴를 달고 얼른 기적의 도서관으로 달려가요. 그곳에서 한두 권 읽다 보면 눈물이 나는 그림책을 만나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마음의 샤워를 하고 난 것 같아요. 저에게는 그게 힐링이죠.
그림책을 함께 읽으면 더 재밌으세요?
저에게 그림책은 우선 남한테 읽어주면 더 재밌는 책, 함께 나눌 수 있는 책이에요. 다른 사람에게 책을 읽어주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그 사람에 대한 존중이에요. 그리고 그림책은 자꾸 이야기하게 만드는 책이에요. 딸들과 함께 그림책을 펼쳐놓고 읽을 때 둘의 스타일이 참 달라요. 한 아이는 그림을 찬찬히 보는 걸 좋아하고, 한 아이는 그림보다는 책 속의 언어에 집중해요. 말놀이하듯이 언어가 재밌게 느껴지는 부분을 계속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하죠.
이 학교에 부임한 이후로 학년과 상관없이 아이들에게 꼭 그림책을 읽어줘요. 인원이 많건 적건 상관없어요. 수업과 연계해서도 그림책을 읽어줍니다. 예를 들어 도형에 관한 수업을 한다면 맥 바넷의 그림책 중 도형 시리즈가 있어요. 여기 세모, 네모, 동그라미의 특징이 다 나오거든요. 세모는 통과할 수 있는데 네모는 통과하지 못하는 문이 나오죠. 그러면 왜 그런지 생각해 보는 거예요.
『모양 친구들 세트(전 3권) - 세모 + 네모 + 동그라미』
맥 바넷(글), 존 클라센(그림), 서남희(옮긴이) | 시공주니어
예전에는 독후 활동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좀 달라졌어요. 그런데 가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원할 때가 있어요. 『소피아의 화를 푸는 방법』이란 책이 있는데, 소피아가 화가 난 괴물을 그리는 장면이 있어요. ‘선생님도 화가 났을 때 괴물을 그린 적이 있단다.’ 라니까 아이들이 ‘저희도 그리고 싶어요.’ 이러죠. ‘오늘은 시간이 별로 없는데?’, ‘숙제로 해요, 숙제요!’ 그런 숙제는 아이들이 또 한 명도 빼놓지 않고 해 와요.(웃음) 그리고 아침부터 와서 발표는 또 언제 하느냐고 조르죠. 그래서 아이들이 그려온 괴물을 발표하고, 괴물의 이름을 정하고 특성을 지어보고 그랬죠. 이런 활동들은 사진으로 찍어놓고 나중에 그림책으로 묶어 보려고 해요. 이런 식의 활동이 늘어나면 추억이 생기잖아요. 우리만의 언어도 늘어나죠. 제 안의 괴물 이름이 까실이에요. 그래서 제가 좀 화난 것처럼 행동하거나 말투가 바뀌면 아이들이 ‘까실이가 잠깐 왔다 간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죠.
『소피아의 화를 푸는 방법』 제인 넬슨(지은이), 빌 쇼어(그림), 김성환(옮긴이) | 교실어린이
『겁쟁이씨』라는 그림책이 있어요. 겁이 너무 많은 겁쟁이씨가 콘플레이크가 우유에 녹아들며 ‘칙, 탁, 팍’하고 소리를 내며 놀라는 장면이 있는데 그 후로 우리 집에서는 콘플레이크를 ‘칙, 탁, 팍’이라고 불렀어요. 이런 건 같이 읽는 사람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거죠.
『겁쟁이씨』 로저 하그리브스(지은이), 박인용(옮긴이), | 무지개
아이만이 아닌 어른들에게도 그림책을 읽어주신다면서요?
아이들이나 가족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건 익숙했는데,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책이 어른들에게도 읽어주는 계기가 되었어요. <달그림>이라는 그림책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 모임에서 회원 한 분이 사업차 한국에 방문하신 중국인을 데려오셨어요. 제가 습관처럼 그림책을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는데 그때 마침 가방에 이 책 『민들레는 민들레』가 있어 그 모임에서 읽어 드렸어요. 그런데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그분이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반복되는 구절을 따라 하시더라고요. 아, 그림책은 국경을 넘는구나. 그분이 한국어를 하지 못해도, 제가 중국어를 몰라도, 왠지 그 그림책을 통해 순간 마음이 통하는 거죠. 그래서 그분께 이 그림책을 그날 바로 선물을 드렸어요. 지금도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민들레는 민들레』 김장성(글), 오현경(그림) | 이야기꽃
『미스 럼피우스』는 제 삶의 기둥 같은 책이에요. 『미스 럼피우스』, 『행복한 청소부』같은 책들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에서 미스 럼피우스가 씨를 뿌리고 다니는데, 저는 교육이 콩나물시루에 물을 붓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제가 한 일이 바로 눈에 띈다면 그건 사실 제가 했던 게 아닌 거예요. 제가 한 일은 빠르면 1년, 어쩌면 10년, 20년 후에 나올 수 있다. 제가 한 일이 바로 나온다면 그건 공장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할 몫은 단지 꾸준히 씨를 뿌리고, 그 씨앗들이 자라주면 고맙고, 또 다른 일들에 좋은 영향을 받기를 바라는 것뿐인 것 같아요. 『민들레는 민들레』의 홀씨가 하늘하늘 날아가고, 새싹이 피는 장면, 이런 장면들이 저에게는 희망으로 보이고 볼 때마다 짜릿짜릿해요.
『미스 럼피우스』 바버러 쿠니(지은이), 우미경(옮긴이) | 시공주니어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 반응이 좋은 책은 어떤 책인가요?
학교 아이들에게 매일 최소 두 권씩 책을 읽어줘요. 그리고 어떤 책을 읽어줬는지 헛갈리니까 독서 목록을 적기 시작했는데 지금 150번까지 적었더라고요. 그러니까 300권 정도 읽어준 것 같아요. 아이들은 우선 무조건 재밌어야 해요. 교훈적인 책 빼고, 그림도 재밌고 내용도 재미있는 책. 가끔 다른 반 수업에 대신 들어가야 할 때도 그림책 하나 들고 들어가면 든든해요. 『민들레는 민들레』 같은 책은 좋은 책이지만, 아이들은 그냥 ‘선생님이 읽어주니까 듣는다.’ 이럴 수 있어요. 하지만 『똑똑해지는 약』 같은 책을 읽어주면 ‘그 다음 거 안 읽어요? 그다음 거 나왔어요.’ 이런 반응이 오죠. 그러면 스윽 다음 책인 『레모네이드가 좋아요』를 읽어주는 거죠. 그러면 또 아이들이 ‘3권은 없나요?’하고 물어요. 그럼 ‘같이 한 번 검색해보자.’라고 이끌죠. 이렇게 책의 재미를 알려주는 마중물 같은 책이에요. 고리타분하지 않고 뭘 가르치려고 하지도 않고, 그저 재밌어요.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그림책도 추천해요. 다작하시는 작가인데 작은 판형의 책과 조금 큰 사이즈의 판형의 책, 이렇게 두 종류가 나와요. 작은 판형은 좀 더 재미가 있고, 큰 판형은 철학적인 이야기도 담아내더라고요. 특히 『벗지 말걸 그랬어』는 육아를 해보신 분이라면, 또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 많아요.
『똑똑해지는 약』 마크 서머셋(지은이), 로완 서머셋(그림), 이순영(옮긴이) | 북극곰
『벗지 말걸 그랬어』 요시타케 신스케(지은이), 유문조(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그리고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은 그림책을 추천해 드려요.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같은 책이 그런 책이에요. 앤서니 브라운은 그림책에 자기가 좋아하는 바나나를 엄청나게 그려놓더라고요. 같은 작가의 『돼지책』에서도 손잡이가 돼지고, 벽지도 돼지고. 아이들은 그런 숨은그림찾기 같은 걸 좋아해요. 어른들이 보면 그냥 무심히 넘어가는 것을 아이들은 그 변화를 찾아내면서 즐거워하죠. 그렇게 그림에 조금씩 변화가 있는 책을 추천해요.
『고릴라 앤서니』 앤서니 브라운(지은이), 장은수(옮긴이) | 비룡소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것에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도 계세요.
구연동화처럼 읽을 필요 없어요. 그냥 읽어주시면 돼요. 아이들은 그냥 엄마가 읽어주고, 아빠가 읽어주는 걸 좋아하는 거예요. 엄마 아빠에게 사랑받기를 원하고, 관심받기를 원하는 거예요. 실은 그냥 어떤 책이어도 상관없어요. 집에서 책을 읽어주고, 함께 읽는다는 건 가족의 문화가 있다는 거죠. 그 가족의 문화가 있는 집의 아이는 어려운 일이 있어도 금방 툴툴 털고 일어나는 경우를 많이 봐요. 시행착오를 겪기는 해도 곧바로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어요. 저는 이 차이를 가정의 문화, 가족이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요.
독서동아리 <달그림>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달그림은 ‘매달 만나는 그림책 모임’이라는 뜻이에요. 오늘 인터뷰 장소인 <카페에서>를 운영하시는 한연숙 대표님이 2017년에 금산 기적의도서관 사서들을 모아 그림책 이론을 공부하는 모임으로 시작했어요. 도서관에 들락거리면서 얼굴도 익숙해졌고, 그 소식을 귀동냥한 김에 ‘저도 해도 될까요?’라고 해서 함께 하게 되었어요. 사서 3명, 일반 이용자 3명, 그렇게 6명으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현재는 총 4명이 진행하고 있어요. 첫 시작에는 그림책 이론서를 주로 봤어요. 초기에는 욕심이 많아서 한 달에 한 권을 읽고 모였는데, 이제는 책 한 권을 여러 달에 나눠서 읽어요. 그리고 그 책에 언급된 그림책을 잔뜩 빌려 가서 함께 보죠. 그림책, 그림책 이론서, 민화, 옛이야기 등을 함께 읽고 있어요. 그림책과 관련한 이론서가 궁금하신 분께는 『그림책 한 권의 힘』을 추천해 드려요. 저자도 교사이면서 그림책 모임, 연수 등을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울림이 참 많았어요. 저도 아이들에게서 받는 이야기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이분은 먼저 그걸 실행하셨더라고요.
『그림책 한 권의 힘』 (이현아, 카시오페아)
그리고 매년 가을 금산기적의 도서관에서 인삼 축제 기간 동안 책 축제를 열어요. 제가 참여한 게 책 모임이 먼저였는지 축제 참여가 먼저였는지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한연숙 선생님과 도서관 사서분, 이렇게 두 분이 축제를 도맡아 하시는 것을 돕게 되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매년 달그림 멤버들이 다 같이 책 축제를 기획하고 있어요. 매년 축제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맡는 책을 제가 잔뜩 골라오면 함께하시는 분들이 다 같이 보고 골라요. 작년은 코로나 때문에 드라이브 스루로 기획해서 진행했어요.
도서관 자원활동가들이 축제를 기획, 진행까지 도맡아 한다니 엄청나네요.
맞아요,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런데 모임이 잘 되려면 첫째, 모임의 철학이 있어야 하고, 둘째, 친목이 있어야 하고, 셋째, 같이 하는 일이 있어야 한대요. 책 축제가 달그림이 같이 하는 일이 되어서 이 모임이 탄탄하게 굴러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책을 읽고 좋았던 것을 나누며 공부하고 친목을 다지다가 책 축제를 기획하고 함께하면서 단단해진 것이죠.
제가 이 동네 어르신에게 들은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땅의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이라는 말이에요. 제가 이곳에 온 시기와 비슷한 2005년 정도부터 지금 사는 마을이 형성되었는데, 한 달에 한 번씩 마을 청소를 같이하고, 코로나가 아니었을 때는 정월 대보름 행사도 하고, 송년회도 하고, 어린이날이나 이런 때 우리끼리 작은 음악회도 열고 마을 소풍도 갔어요. 마을에서 계속 다양한 모임들을 갖는데, 4~5년 전에 마을에 살고 계시는 동화작가님과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어요. 육아휴직 마지막 1년을 남겨놓고 글쓰기는 배우고 가야겠다 싶어 사람들을 모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A4 한 장 채워가기가 힘들었는데 이 모임을 통해 제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글 쓰는 게 재밌어졌다는 거예요. 공무원으로서 영혼 없는 공문 쓰기만 하다가, 이 모임을 통해 글이라는 게 내 이야기고, 내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제 필명이 ‘벗꽃’인데 글을 쓰면 홀딱 벗은 시원한 느낌이라 벚꽃이 아닌 벗꽃이에요.
<비단골 삼수생>이라는 교사 모임도 있어요. ‘삶을 수업과 연관 짓는 선생님들의 모임(삼수생)’이라는 뜻이에요. 금산에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모여서 삶과 수업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글 쓰고 함께 읽는 모임이에요. 책을 읽던, 글을 쓰던, 함께 나누면 더 풍성해지는 것 같아요.
그림책에 관심을 둔 성인들이 처음 독서동아리를 시작해보려고 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어요?
첫째, 당신이 고른 책이 무조건 재미있는 책이라는 확신을 하고 보세요. 둘째, 서로 닭살 돕고 어색하더라도 읽어주세요. 그게 그림책의 재미니까요. 그림책을 읽어주고 중간중간 서로 질문을 하게 열어 두세요. 글자가 없는 그림책이 할 말이 더 많기도 해요. 그리고 모임의 초기니까 서로 알아가는 게 중요한데, 그림책을 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자신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와 섞이게 돼요.
이미 많은 모임을 하고 계시지만, 새로운 모임을 만드신다면?
제가 도서관 담당인데 아직 학생들과 책 읽기를 시작을 안 했어요. 저희 반 아이들에게만 책 읽어주기를 하고 있는데, 도서관에서 <책 읽어 드립니다>라는 시간을 열고 싶어요. 그리고 학생 동아리를 만들어 보려고 해요. 어떻게 만들어야 자연스러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독서동아리가 모두의 일상이 되었을 때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물었다. 이정희 씨는 ‘소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는 내게도 『민들레는 민들레』를 비롯한 몇 권의 책을 읽어주었는데, 그 이후로 둘 사이의 공기가 분명 변화하였다고 했다. 그렇듯 책을 읽고, 읽어주고, 이야기하면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자연스러운 문화가 형성될 것이라고, 대화를 통해 사람들 사이에 여러 가지 연결 고리가 생긴다고 말했다. 처음 만나는 이에게도 먼저 말을 걸어주고, 함박웃음을 나누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그의 넉넉한 품은 책 읽어주기라는 그만의 방법을 통해 끊임없이 타인에게 먼저 말을 걸고, 서로에 대한 존중을 나눠왔기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작은 도시 금산에 책 읽는 소리가 가득하다면, 그 안에 분명 이정희 씨의 즐겁게 그림책 읽는 목소리가 항상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