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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사회 Dec 04. 2021

[인터뷰] 함께 읽기 소리를 찾아서 - 김경희 길잡이

12월이 되니 거짓말처럼 날씨가 훅 추워졌다. 11월 초 인터뷰이를 만나러 대구를 찾은 그 날도 가을비가 지나간 뒤끝으로 칼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독서동아리 활동지원 사업의 길잡이로 2019년부터 3년째, 일 년에 2~3번은 길잡이 전체 회의를 통해 만나지만 따로 길게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를 만나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하겠지만, 짧은 만남 속에서도 뜨겁게 끓지는 않아도 그만의 지속적이고 은은한 보온병 같은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대구의 독서활동가 김경희 씨이다. 




요즘 어떤 독서동아리를 하고 계세요?


10년 된 역사 모임 <새벽>, 온라인 그림책 모임 <그림책으로 토닥토닥>, 그리고 온라인 밴드 모임 <같이 읽는 책>은 가끔 참여하고 있어요. 역사 모임 <새벽>은 2012년에 제가 책마실작은도서관을 운영할 때 만들어진 동아리에요. 한창 역사 논술 자격증 과정이 붐이었던 시기에 엄마들이 모여서 역사 공부를 해보자고 모였죠. 관련 수업을 여는 대구 여성회관에 전화해서 여기에 참여하고 싶지만, 그곳까지 가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책마실작은도서관에서 수업을 열어줄 수 없겠느냐고 문의를 해서 MOU를 맺고 수업을 열었어요. 30명이 최대인원인데 50명이 신청을 해서 2기수로 나눠 진행했어요. 자격증 준비반이니까 공부가 위주인데 엄마들이 오랜만에 공부해보니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자격증반 3개월이 끝나고 독서동아리를 만들어서 역사책을 함께 읽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10명이 남아 시작했는데, 2명도 되었다가 또 새로운 사람도 들어오다가 하면서 이렇게 10년 동안 지속하고 있어요. 10년간 꾸준히 한 멤버는 저 포함 두 명인데, 그분은 이제 여성회관에 역사 강사로 나가세요.


10년이나 되었다면 요새는 이 모임에서 어떤 책을 읽으세요?


최근에는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라고 예전에 추천받아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을 이제 꺼내서 읽고 있어요. 처음에는 강사님이 추천해주셨던 책 위주로 읽다가 이제는 새로 나온 역사서 중에 끌리는 걸 같이 읽거나, 요리하시는 분이 한 분 들어오셨거든요. 그분이 음식 문화, 역사에 대해 읽고 싶다 해서 『인류 역사에 담긴 음식문화 이야기』라는 책을 읽고, 또 다른 분이 제목이 참 와닿더라고 해서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를 읽고 그랬어요. 작년에는 줌으로 온라인 모임을 하면서 『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와 『왕릉 가는 길』을 읽고 구글어스(Google Earth)로 해외여행 갔던 도시들도 둘러보고, 문화재청 사이트에 들어가서 왕릉 자료들 검색해보고 하면서 다채롭게 즐겼어요. 오랜 모임이 되니 처음에는 공부를 빡빡하게 하다가 이제는 조금 더 재미 위주로 가는 것 같아요.


<그림책으로 마음을 토닥토닥>은 길잡이로 참여하셨던 <2020 전국 독서동아리 한마당>을 계기로 시작되었죠?


네, 그때 ‘줌으로 온라인 독서동아리’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그림책을 읽고 함께 나눴는데, 참석자 중에 대구에 계시는 분이 계셨어요. Wee센터에서 아이들과 만나시는 분인데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이야기하기가 참 좋았다, 그림책을 좀 더 알고 싶은데 가르쳐주는 분이 없다. 혹 강좌를 해줄 수 있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제가 강의 말고 모임을 같이 해보자고 해서 시작했어요. 페이스북이랑 활동하던 도서관 카톡방 등에 올려서 10명을 모집했는데 금방 인원이 찼어요. 이건 처음부터 기수제로 시작해서 1기수당 3개월 진행하고, 끝나면 이제 각자 여러분의 독서동아리를 만들어보시라고 하고 카톡방도 닫았어요. 모임은 기본서를 함께 나눠서 읽고, 그 책에서 나오는 그림책을 찾아와서 읽어요. 1기에서는 『숲으로 읽는 그림책 테라피』(김성범, 황진희, 나는별), 2기에서는 『그림책 테라피가 뭐길래』(오카다 다쓰노부 지음, 김보나 옮김, 나는별)로 진행했어요. 전에는 모임을 시작하면 못해도 2년은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면 2년 동안 사람들이 들고 날고 하면서 잘 안 될 때는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3개월씩 해보니까 참 적당하고 좋아요. 1기에 참여하고 아쉬운 사람은 2기에 다시 신청해서 참여할 수는 있고요. 3기가 되니까 그림책을 웬만큼 읽은 사람들이 생겨 그림책 공부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4기에는 작가별 발제를 했어요. 4기 마지막 모임에서 그림책 『키오스크』(아네테 멜레세 지음, 김서정 옮김, 미래아이)를 읽었는데 누군가가 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문학동네)이 생각난다는 거예요. 다들 이 책으로 같이 읽고 싶다고 해서 한 달 동안 이 책으로 낭독 모임을 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개인적 일이 바빠져서 잠시 이 모임을 쉬고 있는데, 마지막 기수 카톡방이 살아있거든요. 그곳에서 가끔 안부도 올리고 하셨던 서울에 거주하시는 3분이 따로 모임을 또 만들어서 지속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주셨어요. 모임에서 소개해드렸던 그림책 이론서를 읽고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독서동아리를 처음 경험하신 건 언제였나요?


제가 결혼 후 대구로 이주해서 살고 있어요. 첫째를 키울 때 대구 칠곡 맘카페에 글을 올렸어요. 동네 공원에서 매주 수요일 4시에 만나서 놀자고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5명이나 모인 거예요. 한 2년 동안 날이 좋으면 공원에서 만나고, 날이 궂으면 집마다 돌아가면서 만났는데 그중에 여성회 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이 계셨어요. 그분이 우리 동네에 도서관이 생기면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이 있지 않겠냐며, 도서관 건립에 벽돌 쌓는 데 돕자며 1만 원씩 내라고 하는 거예요. 그렇게 책마실도서관이 건립되고, 2007년에 둘째 임신 7~9개월 사이에 도서관 학교라는 것을 해서 강의도 들었어요. 둘째를 낳고 첫째는 어린이집 보내고 나니까 아이를 데리고 갈 데가 없는 거예요. 그때 생각난 게 도서관이었죠. 갔더니 독서동아리가 있대요. 그게 제 첫 독서동아리인 그림책 모임 ‘사과나무’였어요. 4년 정도 유지가 되었는데 회원들이 다 둘째 또래 엄마들이어서 다들 아기 안고 와서 모임 하다가 젖먹이다가 그랬어요. 지금도 독서모임은 아니지만 일 년에 한두 번씩 친목 모임을 가져요.


그때부터 도서관을 다니다가 2012년부터 6년간 관장으로도 일했어요. 독서동아리를 엄청 많이 만들었죠. 가장 많이 한 모임은 그림책 모임이고, 페미니즘 책 읽는 동아리, 영화 동아리, 리터러시 동아리, 역사 동아리, 바느질 동아리 ‘손만세’, 동화 읽기 모임 ‘아메리카노’, 영어 그림책 읽기 모임 ‘알파벳트리’ 등등...



특히 기억에 남는 동아리가 있나요?


저는 그림책 동아리를 많이 했어요. 도서관 운영자를 하면서 처음 만든 그림책 동아리가 ‘책과 콩나물(책콩)’ 1기였어요. 1기가 6개월이고, 이 안에 간사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사람들 연락하고, 책 지원하고 필요한 거 모으고 하는 사람들인데, 제가 2기 정도까지 하고 나니까, 1기, 2기 하셨던 분 중에 간사 역할을 지원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그렇게 돌아가면서 역할을 맡고 하니까 이 모임이 제가 도서관 운영자를 끝날 때까지 이어졌어요. 그분들과는 지금까지 연락도 돈독해요. 또 재미있는 게 이분들이 자기 아파트의 부녀회를 여성회로 이름을 바꾸고 도서관도 만들어서 운영하고 계세요. 어떤 분은 안동으로 이사를 하였는데 그곳에 새로 생긴 도서관에서 엄마들이 모여 수다만 떨더라. 그래서 그분이 독서동아리도 만들고 사서 모임도 만들고 하면서,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막상 보이니까 하게 되더라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독서동아리에서 서로 역할을 나눠 갖는 일이 참 힘든 일이잖아요비결이 무엇이세요?


돌아가면서 얘기를 하는 거예요. 온라인 독서모임을 할 때도 제가 처음과 끝은 여닫더라도 중간에서는 여러분들이 돌아가면서 진행을 해주셔야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렇게 돌아가면서 한 번씩 역할을 해보시는 게 도움이 많이 돼요.


아, 그리고 요즘 가장 애정하는 모임은 낭독 모임이에요. 전에 도서관에서 모임을 만들 때는 항상 사람들과 모여 관계를 만들고 무언가 일을 도모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어 만들었어요. 그게 고민이었는데, 길잡이셨던 현상선 선생님께 낭독 모임을 소개받고 이 모임은 책 읽기의 즐거움 하나만 가지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도서관 활동하던 분들, 도서관에서 알던 분들 몇 분과 시작을 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 만날 때마다 또 한 주를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고 해야 하나, 너무 좋아요. 분량을 정해놓고 읽지는 않고 자연스럽게 돌아가면서 낭독하고 이야기 나누고, 한 책이 끝나면 누군가가 또 다음에는 이 책 어때? 하면 그 책을 읽고. 그렇게 흘러가요.


독서동아리 하면서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동아리 하면서 좋은 게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도서관 운영자 하면서 1년간은 정말 힘들었어요. 제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은 성격이 아니어서 처음에는 오면 오나보다, 가만 가나 보다 하다가 사람들도 챙겨야 하고, 성과도 내야하고 지속해서 해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독서동아리를 하는데 바빠서 못 온다고 하는데 사실 핑계인 게 느껴지고 그러면 기분이 좋진 않잖아요. 이젠 그냥 1명이라도 오면 모인 사람들끼리 반갑게, 더 재미있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독서동아리를 하시라고 권했을 때 어떤 분이 사실은 예전에 독서동아리를 해봤다가 접었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자신은 엄청나게 준비를 많이 했는데 사람들이 호응하지 않았을 때 마음이 상하더라. 그래서 너무 준비하지 마시라고, 시작할 때는 너무 준비하지 마시고, 어느 정도 되면 혼자 하려고 하지 말고 같이 하라고 말씀드렸어요. 동아리 하는 일도 사실 품을 내야 하는데 안달복달하지 않으려고 해요. 독서동아리를 오랫동안 운영하는 이유에 대한 사전 질문을 받고 깊게 생각해봤는데, 결국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제가 좋아서, 날 위해서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선생님은 안정적이고 참 편안해 보이세요그러면서도 중요한 건 다 챙기셔서 의지가 되어요.


네, 편해요. 그런데 고민이 하나 있어요. 벌써 제가 길잡이 4년 차인데 첫해 길잡이를 하면서 겸손을 배웠거든요. 처음 길잡이를 시작할 때 전 제가 도서관에서도 독서동아리를 이렇게 많이 했으니까 아는 게 무척 많다고 생각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여러 동아리를 방문하면서 내가 아는 세상이 정말 좁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동안 너무 편하게만 지냈나 싶어서 앞으로 한 단계 올라가야 하지 않나, 뭔가 공부를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으로도 충분하십니다혹시 길잡이로 만났던 인상 깊었던 독서동아리가 있나요?


매년 넓혀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묘책>이라는 동아리에요. 포항공대 학생들 독서동아리로 시작해서 이후에는 일반인도 함께 할 수 있는 동아리로 바뀌었다가 장이 꽤 넓어졌어요. 이 동아리 안에서 장편을 읽고 싶어 하는 분들이 소모임으로 <중급독서자>라는 모임을 또 만들었는데, 작년에 독서동아리지원센터에서 이 <중급독서자>를 보고 새로운 멤버분이 찾아왔다고 하더라고요. 동아리를 하고 싶어서 카페도 찾아보고, 출판사 모임도 들어가 보면서 찾다가 독서동아리지원센터 홈페이지에서 <중급독서자>를 알게 되어서 연락을 했대요. 동아리 대표님이 마침 1명이 이사를 하여서 모임을 빠진 상태라 함께 하기로 했다고 저에게 전화를 주셨어요. 독서동아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마음만 있으면 다 찾아서 할 텐데 싶지만 그런 분들이 흔하지는 않잖아요. 주위에서 독서동아리가 많이 보이면 나도 한 번 해볼까? 라는 마음이 들 거고, 그런 마음을 가졌을 때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동아리를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동아리들을 다녀보면 개방적인 것 같으면서도 폐쇄적이거든요. 오래된 동아리들의 문제점은 자기 동아리만 최고인 줄 알아요. 저도 돌아다녀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거예요. 다른 동아리도 보고 하면 달라질 텐데, 그래서 독서동아리들의 정보가 좀 더 눈에 보이고, 동아리들끼리 교류하고 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독서동아리들이 다른 동아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하면서도 막상 네트워크까지는 잘 이어지지 않죠.


네, 길잡이들의 역할이 그런 것 같아요. 다른 동아리들의 이야기도 전달해주고, 이어주고. 1년에 한 번씩 <전국 독서동아리 한마당>을 통해서 힘들게 독서대전 지역을 찾아가서, 다 같이 모여서 서로를 모두 보는 게 전 큰 의미였다고 봐요. 코로나로 2년 연속 온라인으로 진행한 게 참 아쉬워요.


어떤 사람들이 독서동아리를 하는 것 같아요?


외로운 사람들. 저는 그렇게 느꼈어요. 요즘 돈 내고 독서동아리에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도 다 외로워서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예전에 작은도서관에서 한창 일할 때 10년 후에도 과연 작은도서관이 있을까? 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어떤 사람은 있을 거다, 어떤 사람은 없을 거다, 막 이랬는데 한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작은도서관이 만약 당장 없어진다면 나는 갈 데가 없다. 나이가 들면 학교도, 직장도, 다른 소속도 없는데 사람들은 어딘가에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잖아요. 그게 본인한테는 작은도서관이라고 하더라고요. 독서동아리 하시는 분에게는 독서동아리가 그런 게 아닐까. 소속감을 주는. 어떤 분은 가족도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데 독서동아리에 가면 사람들이 자기 얘기를 들어준대요. 그리고 또 독서 인구 늘리는 데에도 독서동아리가 몫을 하는 것 같아요. 대부분 책 좋아하시는 분들이 독서동아리를 하기도 하지만, 독서동아리를 안 하면 책을 안 읽을 것 같아서 하시는 분도 꽤 많더라고요.


새로 해보고 싶은 모임이 있으세요?


운영자 모임을 만들고 싶어요. 온오프라인 상관없이, 독서동아리 운영자들이 모여 있다가 새로 독서동아리를 누군가가 만들면 달려가서 지원해 주는 그런 모임이요. 누군가가 동아리를 시작하려는데 어떤 책을 읽으면 좋겠냐고 물어오면, 함께 고민해서 가상으로 1년 일정, 책 목록을 정리해보거나, 동아리 운영에 대한 시나리오를 같이 구상해보는 거예요. 그리고 그 사람이 실제로 동아리를 시작하면 지켜보다가 필요할 땐 가서 지원도 하고요. 이런 모임, 실패하든 성공하든 재밌을 것 같아요. 도서관 운영자를 내려놓고 나니 이제 실적 같은 것도 상관없고 해서 자유로워졌어요.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싶어요.


너무 필요한 모임이네요많은 독서동아리 운영자들이 운영자들끼리 모여서 힘든 점은 토로도 하고정보도 나누고 하는 게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막상 다들 바빠서 모이기가 힘들더라고요꼭 만들어서 저도 초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마지막으로 독서동아리들을 위한 함께 읽기 좋은 책 3권만 추천해 주세요.


첫 번째 책은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고미숙북드라망)입니다. 이 책은 낭독을 거쳐 낭송 이야기를 해요. 외워서 읽기. 머리로만 기억하는 것이 아닌 소리를 내는 것이 몸이 기억한다고 이야기하죠. 이 책을 한창 봤을 때 제 주변 친구들이 설거지하다가도 산책을 하다가도 이 생각이 나서 예전에 읽었던 시를 중얼중얼하곤 했어요. 요즘 낭독 모임 많이 하시니까 이 책으로 시작하는 건 어떨지 권해요.


두 번째 책은 Z세대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금준경 외 9민들레)이예요. 이 책도 벌써 나온 지 1년이 되었더라고요. 예전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같이 공부했을 때도 더 늦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조급증이 있었어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사실 애들이 보는 유튜브나 웹소설 같은 거에 전 관심이 없는데, 모르는 상태에서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답답하거든요.


이 책은 부모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어른들은 다 걱정을 하는데, e-book을 보시는 분들도 있고, 제 남편도 오디오북이 계기가 되어 비독자에서 독자로 바뀌었어요. 디지털 미디어와 매체의 변화에 대해 이 책으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마지막 책은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찰리 맥커시 지음이진경 옮김상상의힘)입니다. 이 책은 우정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사랑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이거예요. ‘자신에게 친절한 게 최고의 친절이야. 우린 늘 남들이 친절하게 대해주기만을 기다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겐 지금 바로 친절할 수가 있어.’ 제가 독서동아리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많이 하는 이야기에요. 자기 자신에게 좀 친절했으면 좋겠다. 독서동아리 하는 분들을 만나보면 밖에서는 마냥 좋아 보이는데 막상 내적 갈등도 많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저에게 그냥 책만 읽는 동아리 없냐고 물어봐요. 독서동아리는 좋은데 모임은 어렵다고요. 그러면 저는 그런 동아리는 없다고 말씀드려요. 독서동아리를 지속하시려면 품을 내셔야 한다고. 다른 사람 마음도 알아주고 선생님 마음도 표현하시라고요. 자신에게 친절해 지세요.



애쓰지 않기, 겸손하기, 조금씩 역할을 나누기. 그에게서 배운 독서동아리를 즐겁게 하는 비결이다. 단단하게 마음의 중심 잡고 있는 그의 안정감과 곁에 있는 이를 편안하게 만드는 고요하면서도 따뜻한 기운은 그가 독서동아리만이 아닌 삶 속에서도 이 세 가지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잡이 참여를 통해 대구의 여러 독서동아리들을 수년간 진심 어린 관심으로 만나고 챙기던 그가 온라인을 통해 전국의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또 그 만남을 통해 민들레 씨앗처럼 새로운 독서동아리가 퍼져나간다. 함께 읽기 소리가 더 멀리 퍼지고 이어가는 데에 분명 함께할 것인 그의 새로운 모임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한다. 


인터뷰 일시: 2021.11.8.(월)

인터뷰 진행: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윤진희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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