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를 만나러 가는 날만 되면 먹구름과 비가 항상 같이 따라오려나 보다.
오늘도 빗물을 흠뻑 빨아들인 축축한 옷과 함께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독서동아리 ‘북두칠성’과 만났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정미란 | 북두칠성의 리더 정미란입니다. 과거 교통사고를 당해 장기간 입원을 했는데, 무료했던 시간을 책과 함께 보내며 책의 매력을 알게 되었어요. 독서 모임을 위해 왕복 3시간을 이동했던 시기가 있는데, 시간이 아까워서 “내가 한 번 결성해보자”라고 시작한 모임이 ‘북두칠성’이었습니다.
정숙 | '북두칠성'에 들어온 지 1년 5개월 된 정숙입니다. 아이가 책과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함께 책 읽기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그림책으로 시작했던 책 읽기가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점차 단계가 올라 이제는 장편을 읽고 있습니다. '북두칠성'은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되어 참여하게 되었고, 책을 읽으며 타인과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이경희 | 2020년부터 '북두칠성'에 참여하고 있어요. 저에겐 이 독서 모임이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설렘을 제공하는 소풍과도 같아요. '북두칠성'의 방향성과 운영방식이 저와 잘 맞아서 계속해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독서동아리 이름 ‘북두칠성’은 어떻게 짓게 된 이름인가요?
정미란 | 우리가 살면서 길을 잃거나 헤맬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우리 ‘북두칠성’이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동아리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이경희 | 독서동아리 이름 ‘북두칠성’에 걸맞게 회원을 ‘별님’이라고 부르고 있답니다.
독서동아리 운영 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정미란 | 매달 둘째, 넷째 주 금요일 오전 10~12시에 모이고 있고, 한 번 모일 때 인원은 최대 10명으로 제한하고 있어요. 매달 2권의 책을 다루고 있는데 그중 한 권은 별님의 선택에 따르고, 한 권은 제가 직접 선정하고 있어요. 별님이 비문학을 고르면 저는 문학을 고르는 식으로 운영하여 더욱 다양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경희 | 저는 ‘북두칠성’에서 회계를 맡고 있어요. 모임마다 소정의 회비를 걷고 있는데 이 비용은 모임 장소인 카페 음료값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남은 금액은 차곡차곡 모아 다른 특별한 활동을 기획할 때 사용하곤 해요. 모임에 처음 참여한 별님은 환영의 의미로 첫 회비를 면제해드리고 있고, 모임에 세 번 이상 참여한 분들만 정식으로 ‘북두칠성’ 단톡방에 초대해드리고 있어요.
어떤 특별한 활동들을 진행하셨나요?
이경희 | 현재는 인천보라매아동센터에 후원을 하고 있어요. 회비 외에도 별님들이 자발적으로 마음을 모아 작년에는 98만원 정도 모아서 후원에 동참할 수 있었어요. 튀르키예 지진 피해에 물품 후원을 한 경험도 있어요. 책 읽는 사람들이 함께 의미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모두 흔쾌히 동참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정미란 | 연말에는 송년회를 열어 함께 공연을 관람하거나 파티룸을 빌려 함께 책 나눔, 시상식 같은 이벤트를 열기도 해요. 저희 독서 모임은 사실 사적 모임을 철저히 지양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종종 이벤트성 행사를 통해 친목을 다지고 있습니다.
독서동아리를 하며 슬럼프는 없었나요?
정미란 | 앞선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사적 모임을 지양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이 규칙은 독서동아리 슬럼프를 겪고 난 이후에 생겼어요. '북두칠성'은 시즌 1과 시즌 2로 나뉘는데, 시즌 1 때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시즌 1은 지인들 위주로 독서 모임을 했는데, 토론 중 사담이 많았고 회원 한 명이 술도 마시고 식사도 종종 하자고 말씀하셔서 “그런 모임하는 곳으로 가셔요”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웃음) 그 회원이 조금 편해서 제 생각을 솔직히 말씀드렸어요. 지금은 바쁜 일이 생겨 탈퇴하셨고요. 주객이 전도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규칙을 정해 열심히 참가하실 분만 남게 하였고, 그렇게 지금의 안정적인 '북두칠성' 시즌 2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숙 | 앞서 리더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도 개인적으로 독서동아리에서 사담이 많아지면 슬럼프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모임에서 점점 책을 안 읽기 시작하면 “내가 책을 읽자고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를 생각하며 걱정을 해요. 독서 모임인데도 말이죠.
우리 독서동아리만의 자랑거리나 특색이 있나요?
정숙 | ‘북두칠성’은 별님 한분 한분의 개성이 강하지만 토론에 임할 때는 서로를 존중하고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책보다 토론이 더 좋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예요. 같은 책을 읽고 너무도 다른 생각들이 오고 갈 때는 정말 흥미로워요. 한 권의 책을 여러 버전으로 읽은 느낌이에요. 독서 모임도 사람들의 모임인지라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성실하고 남을 존중하면서도 자기 생각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회원들이 보물이라 생각합니다.
정미란 | 저희 모임은 ‘거룩한 숙제’로 논제를 작성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어요. 모든 모임을 하기에 앞서 논제를 작성할 별님 3~4명을 선정합니다. 그리고 저는 논제 합본을 당일 모임에 참여하는 별님에게만 공유해주고 있어요. 다른 사람의 논제를 살펴보는 게 모임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책에서 벗어난, 개인의 삶에 빗댄 내용이 많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논제가 점점 책 중심으로 발전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논제는 저자의 권위에 눌리지 않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논제 작성이 저희 모임의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경희 | 저는 책을 사랑하는 리더님의 열정과 책보다 사람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리더님이 저희 ‘북두칠성’의 자랑이라고 생각해요. 리더님이 너무 고생하시니까 회계로서 소정의 운영비라도 드리고 싶은데 한사코 거절하세요. 정말 남다른 열정이 아니면 이렇게까지 하기 힘들죠.
독서동아리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요?
정숙 |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고, 타인과 공감 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독서동아리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책은 매개일 뿐, 독서의 진정한 이유는 타인을 공감하기 위한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 같아요. 나와는 다른 의견을 들을 때 생각의 지변이 더 확장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반대로 제 생각이 더 확고해 질 때도 있어요. 책을 혼자서 읽으면 반밖에 안 읽은 느낌이고, 독서 모임에 참여해야 온전히 책을 다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을 읽는 한 저는 계속해서 독서동아리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이경희 | 혼자 읽었을 때 별로인 책들이 오히려 독서 모임에서 할 이야기가 더 많아요. 아무리 책이 별로여도 같이 토론하면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결과물이 나오고 때로는 책의 저자가 제시한 결론보다 더 멀리 나가는 기회가 되기도 해요. 그리고 책 속 인물에 공감이 안 될 때, 독서 모임에 나와 별님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다 보면 이해할 수 없었던 인물들이 이해되기 시작해요. 혼자 읽을 때는 불가능했던 것들이 함께 읽기를 통해 가능해지는 게 독서동아리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혼자 읽을 때보다 함께 읽을 때 좋은 책 추천해주세요.
정숙 | 몇 주 전에 읽었던 자미라 엘 우아실, 프리데만 카릭이 함께 쓴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을 소개하고 싶어요.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담으려 해서 구성이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기는 하나,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간과하면 안 되는 성찰이 들어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항상 이야기 속에 둘러싸여 있죠. 때론 편견을 없애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또 다른 편견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때도 있어요. 이야기 바닷속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는 책이에요.
정미란 | 하반기에 같이 읽으려고 준비 중인 김찬호의 『모멸감』을 소개하고 싶어요. 이 책은 우리가 사회적으로 어떤 상황에 있을 때 모멸감을 느끼는지 설명해주고 있어요.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이 우리 사회를 만들어 가고 관계를 만들어 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어서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독서동아리에 관심은 있지만, 선뜻 참여하기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정숙 | 책을 읽겠다는 마음만 갖고 있으면 그냥 나오시면 됩니다. 용기를 내서 한 번만 참여하면 정말 많은 것을 얻어 가실 수 있을 거예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책 읽는 사람들만큼 타인을 잘 이해하는 모임은 또 없답니다.
이경희 | 부담을 가지고 해야 하는 취미생활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해요. 독서는 정적인 취미활동이고 독서동아리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죠. 그래도 경제적으로는 덜 부담되는 좋은 취미활동이랍니다. (웃음)
정미란 | 용기를 가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 번만 참여하셔서 사람마다 갖고 있는 ‘개인의 소설’을 들어보면 분명 좋을 거예요.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책만큼이나 사람을 존중하는 독서동아리, 서로에게 고마움이 넘치는 독서동아리,
책의 완성은 독서 모임이라고 생각하는 독서동아리, ‘북두칠성’의 앞날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밴드 초대] 송도 독서모임 '북두칠성' : https://band.us/n/a8ad07h9R6Y6a
[동아리 카카오톡 ID] ginajung007
인터뷰 일시 : 2024년 7월 2일(화)
인터뷰 진행 : 윤이지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