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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피. LP.

Chapter II-1

by 우주사슴 Mar 14. 2025

엘피는 음악이 녹음된 매체 중에 제법 오래된 것으로 1980년대 후반 CD 가 대중화되기 이전까지 주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이것은 보통 지름 12인치(30cm)의 원형의 디스크와 그것을 감싸는 커버는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두꺼운 종이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디스크에 음악이 수록되고, 커버는 그 음악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사진, 그림, 아트 등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 커버 또한 시각적으로 제시해 주는 이미지가 있으며, 별다른 영상이미지가 없었던 시절에는 그 음악을 알게끔 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엘피라는 것은 최근 레트로 열풍으로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기존에도 엘피를 즐겨 듣는 사람은 줄곧 존재하였다.) 스트리밍이 일반화된 시점에서 엘피라는 매체로 음반을 발표하는 것도 더 이상 이상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 엘피라는 의미는 무엇인가? 왜 엘피라고 하는가? 엘피는 Long Play를 뜻한다. Long 무엇이 길다는 말인가? 그럼 상대적으로 Short 한 게 있었던 게 아닐까? 맞다. 엘피는 기존의 방식에서 좀 더 많은 음악을 담을 수 있는 매체로 발전된 형태이며, 초반에는 SP (Standard play)에서 EP (Extrended Play), LP (Long play)로 발전해 왔다.  


현재 우리가 익히 일고 있는 미니앨범 성격을 의미하는 EP 도 이 과정에서 부여된 것을 그대로 따온 것으로, SP 가 가지고 있는 용량 대비 좀 더 길어진 음악이 담긴 EP 즉 연장된 Extended play 가 1~2곡보다는 많은 노래를 담을 수 있기에, 그 의미가 지속 유지되어 현재 EP라고 하는 의미가 되었다.


현재에서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매체의 한정이 없기 때문에,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 곡을 10분 이상 길게 만들어도 되며, 앨범에 수십 곡을 수록해도 되는 그릇의 제약이 없어졌기 때문이지만, 그 긴 시간 동안 관성적으로 하나의 앨범은 1시간가량에 하나의 노래는 3~4 분으로 구성된 건 그때 당시 정립된 기술의 제약일지는 몰라도, 사람이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과 싫증을 내지 않는 적당한 시간인 1시간이기 때문에 정립된 어떤 공식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엘피 세대는 아니지만, 그때 당시를 생각해 보면, 새로이 발매된 아날로그 레코드를 힘겹게 구해서, 때로는 누군가에게 싫지만 부탁하여 손에 넣어 집에 가지고 가서, 마음 놓고 듣기 위해서는 아무도 없거나 방해받지 않을 시간에 전축의 턴테이블에 올려놓아 들었을, 때로는 힘들게 때로는 수고스럽게 들을 수 있었던 그때 당시의 음악들이 오히려 쉽게 지금 접할 수 있는 넘쳐나는 음악들, 쉽게 듣고 쉽게 지나가는 음악들에 비해서 스스로는 오히려 기억에 남지 않을까?


쉽게 접하고 얻는 것은 쉽게 잊히듯, 그 당시에 젊은 시절에 어렵게 들었던 그런 음악과 성과들이 지금에서도 쉽게 잊히지 않는 것은 매사 마찬가지인 듯하다.


오히려, 지금에서 엘피가 인기 있는 것은 어찌 되었건, 물건으로 존재하고 가질 수 있고, 그것이 역사적 가치가 있으며, 책장에 꽂힌 책처럼 소유한다는 느낌을 물씬 주기 때문에, 디지털로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생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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