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회복 집중
IMF는 서울 집중화의 양면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집중은 위기의 피해를 압축적으로 키웠지만, 동시에 회복과 성장을 가장 먼저 흡수하는 기반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위기는 집중을 약화시키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는 역설적 과정을 낳았다. IMF 이후 서울은 위기의 중심지에서 다시 성장의 중심지로 전환했고, 그 과정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집중-불평등 구조를 조명한다.
금융 충격과 집중 구조의 붕괴
외환위기 직후, 서울 금융기관 다수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대기업 구조조정이 대규모로 진행되었다. 수도권에 몰린 협력업체와 노동시장은 단기간에 붕괴했고, 실업률 급등, 부채 증가, 주거 불안이 시민의 일상을 흔들었다. 서울 자체가 국가 위기의 상징으로 부각되었다.
위기는 곧바로 부동산 시장으로 전이되었다. 강남을 비롯한 주요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급락했고, 중산층과 자영업자는 경제 기반을 상실했다. 피해가 분산되지 않고 특정 지역·계층에 집중되면서 서울 내부 격차는 더 뚜렷해졌다. 강남권은 이후 회복의 중심지가 되었고, 구조적 불평등이 고착되는 계기가 되었다.
고용 재편과 신산업의 출현
대규모 실업 속에서도 서울은 새로운 기회를 흡수하는 장이 되었다. 구조조정으로 밀려난 인력 일부는 벤처와 IT 산업으로 이동했고, 외국 자본도 서울 중심으로 진입했다. 서울은 가장 크게 흔들린 도시였지만, 동시에 가장 빠른 회복과 성장을 경험했다.
정부 대응은 금융 구조조정, 주택 정책, 공공고용 창출 등으로 요약되지만, 그 혜택은 결국 서울 중심으로 작동했다. 공공임대 확대와 규제 완화는 수도권 주택 시장 안정 효과를 냈지만, 서울 집중을 다시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흐름은 단지 과거의 결과가 아니라, 구조적 조건의 산물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반문을 가능하게 한다. 만약 IMF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서울과 지방의 편차가 크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이 질문은 서울 집중 구조의 본질을 되묻는 가정적 실험이기도 하다.
첫 번째 가정, IMF 자체가 없었다면. 서울 집중 구조는 여전히 위험을 내포했을 것이다. 단지 촉발 계기가 없었을 뿐이다. 1990년대 중반 이미 대기업 차입 경영, 금융 자유화, 부동산 과열, 고용 불안정이 누적되고 있었다. 외환위기라는 충격이 없었다면 위기의 표면화는 늦춰졌겠지만,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남았을 것이다. 국내 경기 침체나 다른 국제 금융 위기 속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IMF가 없었다면 “서울 집중은 성장의 성과”라는 서사는 더 오래 유지되었고, 위험 구조를 교정할 정치적 계기도 약했을 것이다.
두 번째 가정, IMF는 발생했으나 서울과 지방의 편차가 적었다면. 피해 양상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과 대기업 본사가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산업 기반이 지역별로 분산되었다면 충격은 전국으로 확산되되 각 지역에서 부분적으로 흡수되었을 것이다. 서울 한 도시가 압축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충격이 분산되어 완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주거·고용 불안도 특정 도시에서 폭발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지역별로 나눠졌을 것이다. 다만 실효성을 위해서는 단순 물리적 분산이 아니라, 각 지역이 실제로 자율적 산업·금융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했다. 본사만 지방에 있고 의사결정과 자금줄이 여전히 서울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결국 두 가정 모두 서울 집중의 구조적 위험성을 부각시킨다. 위기가 없으면 위험은 잠복했고, 지방 분산이 충분했으면 충격 흡수 능력은 컸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두 조건 모두 충족되지 않았다. IMF는 서울을 무너뜨리며 한국 사회 전체의 불평등과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냈다.
IMF 와 서울
IMF 외환위기는 서울 집중 구조의 이중성을 드러낸 결정적 사건이었다. 위기는 집중된 구조의 취약성을 폭로했지만, 회복은 그 집중이 가진 흡수력과 성장 잠재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평등은 심화되었고, 서울 중심의 구조는 더욱 공고해졌다.
결국 서울 집중의 문제는 단순한 공간적 편중이 아니라, 위기를 유발하고 확대시키는 구조적 취약성과 회복의 기회를 독점하는 불균형적 체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