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회는 불편한 것들을 제도적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든다.
야쿠자는 단순한 범죄 조직이 아니다. 일본 사회가 불편한 존재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한때는 사회 질서의 그림자 속에서 존재가 허용되었다. 전후 혼란기에는 재해 복구, 건설업 뒷거래, 분쟁 조정, 정치자금 조달까지 맡으며 사회의 빈틈을 메웠다. 그러나 법과 제도, 국제적 이미지 관리가 맞물리면서 야쿠자는 점차 보이지 않게 만들어졌다. 그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사회의 표면에서는 철저히 숨겨진 그림자다.
야쿠자의 뿌리는 에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도박판을 관리하던 바쿠토, 장터를 지배하던 테키야가 그 기원이다. 공식 제도 밖에서 질서를 관리하며 이익을 나누던 이 집단들은 하층민과 주변부 출신이 모인 조직이었다. 당시 일본 사회는 엄격한 신분제와 법률 제약 속에서 생존과 이익을 위해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야 하는 주변부 집단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점에서 야쿠자의 초기 모습은 범죄 집단의 모습도 보이지만 보다 ‘사회적 안전망의 그늘’처럼 기능했다.
전후 혼란기와 고도성장기에는 일본 사회의 공적 기능이 약화되면서 야쿠자가 암시장, 건설, 부동산, 연예계까지 영향력을 확장했다. 전쟁 후 경제 재건 과정에서 관료와 기업 사이에서 비공식적인 거래를 중개하고, 때로는 폭력과 협박으로 질서를 조율하며 세력을 확대했다. 1960~70년대 건설 붐 속에서 토목공사와 부동산 개발의 그림자에는 야쿠자가 존재했다. 이들은 조직원 간 의리와 충성을 기반으로 엄격한 위계 질서를 유지하며, 불법 활동 속에서도 내부 규율과 신뢰를 확보했다.
야쿠자의 조직 구조와 문화는 독특하다. ‘가부제적 의리’ 구조를 유지하며, 두목과 부하 사이에는 가족과 같은 상하관계가 존재한다. 충성과 복종이 핵심 규율이며, 의형제 문화를 통해 결속을 강화한다. 이러한 구조는 일본 사회의 전통적 유교적 질서와 맞닿아 있어, 폭력과 범죄 활동에도 사회적 코드와 윤리를 내재시키는 역할을 했다. 영화와 드라마 속 야쿠자는 한때 닌쿄 영화에서 ‘의리와 인간성’의 상징으로 미화되었으나, 1970년대 이후 지츠로쿠 영화에서는 폭력성과 파벌 싸움이 사실적으로 드러나며 그 본질이 명확해졌다.
그러나 야쿠자의 몰락은 법과 제도의 변화와 맞물려 진행됐다. 1992년 폭력단 대책법, 2010년대 각 지자체의 폭력단 배제 조례 시행으로 금융, 부동산, 보험, 고용 등에서 조직원은 철저히 배제됐다. 조직원 수는 급감했고 일부는 사이버 범죄나 반사회적 기업 활동으로 형태를 바꾸었다. 오늘날 야쿠자는 일본 사회에서 ‘있으나 없는 존재’다. 언론은 이름과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대중문화는 은유적 코드로 다루며, 사회적 공간에서 철저히 숨겨진다.
야쿠자만이 지워지는 존재가 아니다. 일본 사회는 역사적으로 불편한 현실을 직접 직시하기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흐릿하게 만드는 방식을 반복했다. 전쟁 책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회적 소수자 문제 등은 모두 선택적 망각의 사례다. 일본 사회는 불편한 현실을 표면에서 지우고, 필요할 때만 존재를 인정하며, 존재하지만 없는 것처럼 다루는 구조를 유지한다. 이는 사회 안정과 질서 유지라는 명목 아래 이루어지는 체계적 전략이다.
일본 일반인의 야쿠자 인식도 복잡하다. 공식적으로는 범죄 조직이자 사라져야 할 존재로 인식하지만, 내심 완전히 없어질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직접 마주하지 않지만 그림자처럼 존재한다는 전제를 공유하며, 사회적 긴장 속에서 그들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음을 체감한다. 이 태도는 전쟁 책임, 원전 문제, 사회적 소수자 문제를 대하는 태도와도 닮아 있다.
야쿠자는 일본 사회의 주변부를 다루는 방식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필요할 때는 묵인하고, 필요 없으면 무자비하게 지운다. 단기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하지만, 억눌린 균열은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다. 안정의 미학은 망각 위에 세워져 있으며, 지워진 존재들은 언제든 사회적 긴장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야쿠자의 존재와 지워짐은 일본 사회의 구조와 기억의 관계를 재조명하게 한다.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은 단순한 제거가 아니라, 사회가 자신을 보호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방식의 핵심 전략이다.
오늘날 야쿠자의 잔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한다. 금융과 기업 거래에서 배제된 조직원들은 새로운 형태의 범죄로 존재를 재생산하며, 일부는 도시의 그림자 속에서 법과 관습의 경계를 테스트한다. 일본 사회가 지워진 존재와 마주하지 않는 한, 그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야쿠자의 그림자는 일본 사회의 선택적 망각과 안정 추구의 구조를 상징하며, 우리에게 묻는다. 사회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현실을 숨기고, 언제 그 숨김이 균열로 돌아올 것인가.
야쿠자의 역사적 실체, 일본 사회의 선택적 망각, 일반인의 태도, 사회적 상징성까지 모두 논의해 보았다. 야쿠자는 단순한 범죄 집단을 넘어, 일본 사회가 주변부와 불편한 현실을 다루는 방식을 읽을 수 있는 열쇠이자, 보이지 않게 된 존재가 가진 문화적·사회적 의미를 드러내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