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이다" 라는 말의 불편함

불편하지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나아가자.

by 우주사슴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단순한 지적 탐구나 학문적 훈련을 넘어선다. 그것은 인간이 자기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고자 할 때, 가장 근본적인 물음으로 되돌아가려는 존재론적 태도이자 실존적 작업이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옳은가?”, “삶은 왜 지속되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들 속에서 철학은 태어난다.

철학이란 결국 끝없이 사유하고 질문하는 인간의 조건 자체를 의미한다.


* 존재론적 태도 : 존재의 본질과 의미를 탐구하려는 태도

* 실존적 작업 : 자신의 삶과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기 존재를 스스로 책임지려는 행위


철학자만이 철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 철학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철학을 할 수 있고, 실제로 하고 있다.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선택의 윤리를 따지며, 익숙한 질서를 의심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철학하고 있다.

철학은 고립된 학문의 영역이 아니라,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가려는 모든 인간의 잠재적 능력이다.

그러므로 철학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내장된 근원적 기능이며, 누구나의 몫이다.


‘철학적이다’라는 말의 의미


이런 의미에서 ‘철학적이다’라는 표현은 단지 생각이 많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말은 어떤 사람이


단순한 사실 너머를 본다는 것,

전제를 드러내고 질문을 구성할 줄 안다는 것,

감정이나 습관에 앞서 논리와 윤리를 우선한다는 것,

삶을 성찰 가능한 구조로 다룬다는 것을 암시한다.


즉, 철학적이라는 표현은 사유의 깊이, 태도의 근원성, 질문의 구조를 포함하는 총체적 평가다.


철학적이라는 말이 주는 거리감


그럼에도 이 말은 종종 사람들에게 거리감을 준다.

그 이유는 ‘철학적이다’라는 말이 철학이라는 전통적 이미지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철학은 일상과 다르게 느껴진다. 그것은


삶의 실용성과 즉각적 감정 표현과는 거리를 두며,

난해하고 추상적인 언어로 사유하며,

때때로 불편한 진실을 들추고, 익숙한 신념을 해체하려 한다.


이러한 태도는 많은 사람에게 불필요하게 진지하거나, 관계를 어렵게 하며, 때로는 지적으로 우월해 보이는 인상을 남긴다.


즉, 철학적이라는 표현은 존중과 경계, 동시에 약간의 소외를 불러일으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철학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철학의 불편함을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철학은 단지 선택 가능한 사유 방식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책임지기 위해 반드시 감수해야 할 사유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철학 없이 우리는 타인의 사고에 종속되며, 언어와 관습에 매몰된 채로 살아가게 된다.


철학은 우리에게

생각의 주도권을 돌려주고,

윤리적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며,

자율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구성해 낸다.


철학을 피하는 삶은 가볍지만, 그만큼 피상적이다.

그럼에도 철학을 하는 삶은 불편하지만, 그만큼 깊고 자율적이다.


철학은 과정이며,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이다


철학은 진리를 완전히 소유하거나, 삶의 정답을 명쾌히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절대적 진리, 완전한 윤리, 완성된 존재라는 이상을 향해 끝없이 나아가지만

결코 완전히 도달할 수 없는 여정이다.


플라톤의 이데아, 칸트의 물자체, 니체의 영원회귀 등은 모두 인간이 근원에 도달하려는 시도 속에서

항상 자기 한계를 동반하는 긴장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철학은 완성을 추구하되, 불완전성을 내면화하는 사유의 형식이다.


* 플라톤 철학에서 이데아는 완전하고 변하지 않는 참된 실재를 의미함. 우리가 경험하는 사물은 이데아를 모방한 불완전한 모습에 불과함.

* 칸트 철학에서 물자체는 인간이 직접적으로 인식할 수 없는 사물의 본질을 뜻함. 우리는 물자체를 알 수 없고, 주관적 조건을 통해서만 현상을 인식할 수 있음.

* 니체에게 영원회귀는 모든 삶의 순간이 끝없이 반복된다는 사상을 뜻함. 이 개념은 삶을 긍정하고 실존적 책임을 다하라는 태도를 촉구함.


그 불완전성을 받아들이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삶


결국 철학이란, 우리가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 채로

그 도달할 수 없는 것을 향해 사유하고 실천하고 존재하려는 인간의 태도다.

그 길은 필연적으로 낯설고 불편하다.

그러나 철학적 사유를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주체적 존재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철학적이라는 표현이 주는 거리감과 불편함조차

사유의 일부로 끌어안아야 한다.


그 불편을 감수할 때, 비로소 우리는 철학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려 하는지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된다.


철학은 불편하다.

그러나 인간은 그 불편을 감수해야만 인간다워진다.

keyword
이전 03화글을 쓰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