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의 결과는 전 인류의 비용이다.

국경을 넘는 전쟁, 보이지 않게 배분되는 환경 피해

by 우주사슴

우리는 전쟁을 늘 비슷한 방식으로 이해해왔습니다. 영토, 안보, 균형이라는 단어들입니다. 이 단어들은 인간 사회 내부의 질서를 설명하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지웁니다. 전쟁은 인간이 설정한 경계 안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전쟁은 대기와 해양, 토양을 통과합니다.


그래서 전쟁은 정치적 사건이기 이전에 환경적 사건입니다.


포탄이 터질 때 발생하는 것은 단지 폭발과 부상자가 아닙니다.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탄소와 미세 입자, 파괴된 산업시설에서 유출되는 유해물질, 불타는 에너지 인프라가 남기는 장기적 오염이 함께 발생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국경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image.png 미사일 발사에 따른 CO2 발생은 상당하다.


전쟁의 피해는 두 겹입니다. 하나는 즉각적 피해이고, 다른 하나는 지연된 피해입니다. 문제는 후자가 더 넓고, 더 오래 지속된다는 점입니다.


전쟁은 끝나는 순간에도 끝나지 않습니다.


이 지점에서 전쟁을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쟁은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충돌이 아니라, 시간차를 두고 전 세계를 통과하는 ‘지연된 폭력’입니다. 그리고 그 매개는 환경입니다.


image.png 이란 내 반정부 시위 세력 지원 및 핵무기 개발 저지를 명분으로 이란을 선전포고 없이 선제 타격했다.


2026년 2월 말 발발한 이란과 미국의 전쟁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건은 흔히 중동이라는 지리적 공간 안에 한정되어 인식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지역은 세계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축이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세계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곧 에너지 가격과 물류 비용의 변동으로 이어집니다.


image.png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30%가 거치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거점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닙니다. 에너지 공급의 불안정은 비효율적인 생산과 운송을 유도하며, 그 결과 추가적인 탄소 배출과 환경 부담을 발생시킵니다. 전쟁은 직접적인 파괴뿐만 아니라, 이러한 간접 경로를 통해서도 환경 비용을 증폭시킵니다.


따라서 이 전쟁은 중동 지역에 국한된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아니라, 전 지구적 환경 사건입니다.


이와 같은 구조는 과거에도 반복되어 왔습니다. 걸프전 당시 발생한 대규모 원유 유출과 유정 화재는 해양 생태계와 대기 환경에 장기적인 피해를 남겼습니다. 전쟁이 종료된 이후에도 환경 피해는 수년간 지속되었습니다.

image.png 1991년 걸프전으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 해변에 발생한 기름 유출 피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단순한 무관심의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구조의 문제입니다.


전쟁은 뉴스가 됩니다. 폭발과 사망은 즉각적이며 시각적으로 인식됩니다. 반면 환경 피해는 통계로 남습니다. 느리고, 분산되며, 지연됩니다. 인간의 인식 구조는 이 두 가지를 동일한 위기 수준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여기에 프레임의 문제가 개입합니다. 전쟁터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환경 문제를 언급하는 순간, 그것은 비인간적인 주장으로 보일 위험이 있습니다. 생명이라는 절대적 가치 앞에서 환경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적 구조 역시 작동합니다. 안보는 비판이 제한되는 영역입니다. 전쟁을 문제 삼는 순간 정치적 편향이라는 공격이 따라붙으며 논의는 본질에서 벗어나기 쉽습니다. 환경 단체가 이 영역에 개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경제적 구조는 더욱 노골적입니다. 전쟁은 특정 산업에 이익을 제공합니다. 방위산업과 에너지 기업은 막대한 자금과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면 환경 비용은 외부로 전가됩니다.


군사 활동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은 국제 기후 체계에서 일관되게 관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전쟁과 군사 활동이 초래하는 환경 비용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검증이 필요합니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히 무시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에코사이드(ecocide)’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이는 전쟁 중 발생하는 환경 파괴를 부수적 피해가 아니라 독립적인 범죄로 인식하려는 시도입니다. 이 개념은 하나의 불편한 질문을 남깁니다.

[에코사이드 핵심 요약]
의미: 생태계 대량 학살, 환경 파괴.
유래: 제노사이드(Genocide)에서 파생.
주요 사례: 전쟁 중 고엽제 사용, 열대우림 파괴, 수질 및 토양 오염, 대규모 산불.
동의어/관련 용어: 생태학살, 환경범죄, 환경학살.


왜 인간의 죽음은 범죄로 규정되면서, 생태 파괴는 전쟁의 부수적 인과관계로 취급되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피하는 한, 환경 비용은 계속해서 외부로 밀려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비용은 전 세계에 분산되어 결국 개인에게 도달합니다. 문제는 이 연결 고리가 명확하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전쟁과 물가 사이의 관계는 직관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개인의 일상 비용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이되는지는 불투명합니다. 리스크는 분산되고 지연되며, 그 결과 위기감은 늦게 도착합니다.


지리적 거리 또한 작동합니다. 이란과 미국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 거리는 심리적 거리로 번역됩니다. “내가 반대한다고 무엇이 바뀌는가”라는 무력감이 형성됩니다.


여기에 피로가 더해집니다. 우리는 이미 여러 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위기를 받아들일 여유는 제한적입니다.


그 결과 선택은 단순해집니다. 구조를 바꾸기보다는 개인이 적응하게 됩니다.


그러나 개인은 이 구조의 외부에 있는 관찰자가 아닙니다. 이미 비용을 분담하고 있는 당사자입니다.


이 지점에서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할지 질문하게 됩니다.


첫째, 조용한 소비자로만 남지 않는 일입니다. 소비는 신호가 되지 않습니다. 의견이 신호가 됩니다. 불매, 발언, 글쓰기는 작지만 구조에 흔적을 남깁니다.


둘째, 해석을 전파하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사실보다 프레임을 따라 움직입니다. 전쟁을 환경 사건으로 이해하는 관점이 확산될 때, 문제의 성격 자체가 달라집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개입은 이 해석을 만들고 확산시키는 일입니다.


셋째, 이 문제를 윤리가 아니라 위험으로 인식하는 일입니다. 전쟁은 먼 국가의 사건이 아니라 물가, 기후, 건강을 통해 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입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는 순간 대응 방식은 달라집니다.


언젠가 전쟁은 종료될 것입니다. 그 이후 사람들은 안도합니다. 뉴스의 긴박함은 줄어들고, 일상은 다시 복원되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종전은 끝이 아닙니다. 단지 폭발이 멈췄을 뿐입니다. 이미 대기 중으로 퍼진 오염 물질과 오염된 해양, 파괴된 에너지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전쟁이 남긴 환경적 비용은 이 시점부터 더 넓게, 더 느리게 확산됩니다.


전쟁은 멈출 수 있지만, 그 결과는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그 구조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에 대한 침묵은 중립이 아닙니다. 비용 분담에 동의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그 비용은 피할 수 없습니다.


전쟁은 국경 안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국경을 넘어 전 인류의 몫입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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