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버블의 씨앗

일본 버블 경제 1부 - 엔화 강세로 시작되었다.

by 우주사슴

일본 버블 경제에 대해 1부 시작, 2부 절정, 3부 붕괴의 3부작으로 연재합니다.


제가 기존에 작성해 놓은 글 중 플라자합의 1부 기본개요, 2부 이면, 3부 현재는 왜 어려운가의 3부작 트릴로지를 읽고 오시면 이해가 더 재밌을 것입니다.



플라자합의와 일본 버블의 씨앗: 경제 구조와 정책의 전환

1985년, 세계 주요 5개국은 달러화 강세를 억제하기 위한 플라자합의를 체결했다. 이로 인해 달러 가치는 급락했고, 일본 엔화는 단기간에 크게 절상되었다. 당시 일본은 이미 경제 대국으로 자리 잡은 상태였기에, 엔화 강세는 수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며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었다.


이에 대응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금리를 대폭 인하하는 완화적 통화 정책을 시행했다. 단기 금리는 5%대에서 2.5% 수준으로 급락했고, 이는 기업 투자와 소비 촉진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초저금리 환경은 전통적인 저위험 금융상품의 매력을 떨어뜨렸고,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자연스럽게 부동산과 주식 시장으로 자금을 이동시켰다.


부동산과 주식에 자금이 몰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예금과 채권 등 전통적 금융상품의 수익률이 극도로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은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을 찾았다. 부동산과 주식은 상대적으로 높은 자본 이득 가능성을 제공하며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했다.


둘째, 일본 사회 전반에 퍼져 있던 ‘토지는 결코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문화적 신념이 부동산 투자를 안전한 선택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신념은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강화하며 시장에 더 많은 자금을 끌어들였다.


셋째, 주식 시장은 대기업의 성장과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안정적인 배당과 기업 가치 상승은 주식 투자를 정당화하는 요인이었다.


넷째, 금융 규제 완화와 은행들의 공격적인 대출 확대는 자산 투자에 레버리지를 제공했다. 기업과 개인 모두 대출을 활용해 부동산과 주식을 매입할 수 있었고, 이는 자산 가격 상승을 가속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다섯째,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심리와 사회적 동조 현상이 확산되며 자산시장 과열을 심화시켰다. 투자자들은 상승 기대감에 의해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했고, 이는 거품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한편 기업들은 낮은 이자 부담을 기반으로 과도한 레버리지 전략을 구사하며 부동산과 주식에 적극 투자했다. 이러한 자산 가격 상승은 실물경제 성장과는 무관하게 금융 자본과 자산시장 의존도를 높이는 경제 구조의 전환을 의미했다.


정부 정책의 한계와 오판의 무게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은 분명 거품 형성의 징후를 완전히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이 위험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배경에는 단순한 무지나 무능을 넘어서는 정치적, 시대적 한계가 자리한다.


첫째, 당시 일본은 플라자합의에 따른 엔화 강세 충격과 이에 따른 수출 둔화를 극복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경제 대국으로서의 위상 유지와 단기 경기 안정이 최우선 과제였기에, 금융 완화와 금리 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는 국제적 압력과 국내 정치적 요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둘째, 금융 자유화와 규제 완화는 일본 금융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위험관리 역량은 충분히 갖춰지지 못했고, 정책 당국 역시 신속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규제 완화가 불가피한 변화였지만, 그 속도를 조절할 정치적·행정적 능력은 부족했다.


셋째, 버블 붐 당시 경제학과 정책 결정 패러다임은 자산가격 거품과 신용 팽창의 위험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통제하는 데 미흡했다. 거품을 통제하는 적극적 금리 인상이나 대출 규제는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었고, 정책 입안자들은 ‘시장 자율성’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적 경향과 전통적 경제 성장 우선주의 사이에서 갈등했다.


결국, 이러한 정치적·제도적·이념적 한계 속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은 ‘오판’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단기 경기 부양과 국제적 협력 요구 사이에서 방향을 잃은 정책은 거품 확대를 방치했고, 이로 인해 일본 경제는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 정부의 통화 완화와 금융 자유화 정책은 당시 국제 정세와 국내 정치·경제적 조건 하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나, 그로 인해 발생한 자산시장 과열과 금융 불균형은 정책 입안자들의 구조적 한계와 시대적 제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이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일본 버블 경제의 성장과 붕괴를 입체적으로 해석하는 데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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