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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기도토리 May 24. 2024

ep 42. 옥수수 보틀 케이크


나는 이타적인 사람인 것 같다. 과도하게 이타적이라 되레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 내가 상처받아도, 상처를 준 사람의 기분을 생각하는 정도면 말 다했지.


한참 울다가 인터넷으로 장을 봤다.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담다가 옥수수캔을 발견했다. 옥수수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생크림, 설탕, 버터를 넣어 졸인 옥수수 조림을 넣어 케이크를 만들고 싶었다.


상처받은 마음도 치유할 겸…

단짠단짠한 케이크를 잔뜩 만들어야지.



옥수수 보틀 케이크

* 옥수수 쉬폰 시트

옥수수가루를 넣어 쉬폰 시트를 만든다.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하고, 노른자 반죽을 만든 뒤 머랭을 올린다. 종이호일을 깐 넓은 팬에 완성한 반죽을 팬닝한 뒤 오븐에 굽는다.


* 옥수수 치즈 크림과 옥수수 조림

크림치즈에 설탕을 넣어 부드럽게 풀고, 생크림, 파마산치즈 가루, 옥수수 가루를 넣어 휘핑한다.

옥수수 조림은 버터, 생크림 조금, 옥수수캔을 넣어 바글바글 끓여 만들고 냉장고에서 식힌다.

정사각 보틀에 시트 > 치즈 크림 > 옥수수 조림순으로 얹어 케이크를 만든다.


* 8발별 깍지, 옥수수 조림, 파슬리 장식

8발별 깍지로 가장자리를 장식하고, 가운데에 옥수수 조림을 가득 얹는다. 파슬리를 톡톡 뿌리면 케이크 완성.




두 가지 치즈와 생크림이 들어가 단짠단짠한 크림. 부들부들하고 폭신한 쉬폰 시트. 달콤하고 고소한 옥수수 조림. 크림에 치즈가 가득 들어가 더 맛있고, 뽀독뽀독 씹히는 옥수수 알갱이가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게,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


옥수수 조림은 만들기도 쉽고 장식으로도 제격이다. 단면 사진을 못 찍었지만, 케이크 안쪽에도 듬뿍 넣어서 풍성한 느낌이다. 케이크 위에 뿌린 파슬리도 예쁘다. 케이크에 파슬리를 쓴 건 이번이 처음인데, 옥수수와 잘 어울려서 다행이다.


보틀 케이크는 티스푼으로 푹푹 퍼 먹는 게 제맛. 언니와 엄마와 나, 셋이서 조그만 식탁에 둘러앉아 티스푼을 하나씩 들었다. 숟가락이 작아서인지 푹푹은 아니고 폭폭 떠먹었다. 달콤 짭조름한 케이크를 먹고 있노라니 조금씩 행복이 스며든다.




그래. 슬픈 날이 있으면 즐거운 날도 있는 거야.

이렇게 셋이 복작복작 앉아서 케이크를 먹는 시간도 있는걸. 여전히 불안하지만… 앞으로도 오늘처럼 소중한 시간들이 있어줄 테니 기운 내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조금 더 힘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엔 무슨 케이크를 만들까?


언니가 그려준 옥수수 보틀 케이크


_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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