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비가 내리는 오후.
언제쯤 비가 그치려나 하면서 냉동실을 살펴보다, 얼마 전에 샀던 체리를 발견했다. 얼린 지 얼마 안 되어 여전히 생생한 체리들.
얼린 체리를 샌드하긴 어려울 것 같으니, 콩포트를 만들어 케이크에 넣으면 어떨까 싶었다.
새콤달콤 맛있는 케이크를 상상하며 제누와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체리 케이크
* 바닐라 제누와즈
달걀 세 개로 제누와즈를 만들면, 원형 1호 틀 한 개에 딱 적당한 양이 나온다. 우리밀가루를 썼고, 바닐라빈 페이스트를 넣어 달걀 향을 잡는다.
제누와즈는 1센티로 네 장 잘라 둔다.
* 체리 콩포트와 크림치즈 크림
체리를 잘게 자르고, 체리의 0.4 정도 되는 양의 설탕을 넣어 끓인다. 적당히 걸쭉하게 보글보글 끓인 뒤 냉장고에서 식힌다.
크림치즈는 부드럽게 풀고, 생크림과 설탕을 넣어 휘핑한다. 만든 체리 콩포트를 마지막에 넣어 주걱으로 섞으면 크림 완성.
* 원형 깍지와 체리 장식
남은 크림을 원형 깍지로 장식하고, 사이사이에 깨끗이 씻은 체리를 얹으면 케이크 완성.
체리의 상큼함과 크림치즈의 새콤달콤함은 언제나 궁합이 좋다. 얇게 슬라이스한 제누와즈 덕분에 케이크가 더 촉촉해서, 입에 넣자마자 솜사탕처럼 녹는다.
윗면에 얹은 체리도 즐거움을 더한다. 달콤하고 신선한 체리는 눈부신 여름하늘처럼 생생한 맛을 더해 준다.
이번에는 제누와즈를 1센티로 자르고, 사이사이에 크림이 적절하게 분배되도록 신경 써서 만들어 보았다. 제누와즈는 항상 1.5센티로 잘랐었는데, 1센티로 자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어떤 케이크를 만드느냐에 따라 다르니 적절하게 선택하면 좋을 듯하다.
자연스러운 색감을 위해 색소는 넣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체리 콩포트에서 우러나온 은은한 연보랏빛 색감이 탄생했다. 한눈에 들어오는 분홍색은 아니지만, 잔잔한 색감 덕분에 케이크가 한층 멋스러워 보이는 것 같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케이크가 있어 마음이 환해지는 오후.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이면,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날도 버틸 수 있다.
냉동실 한쪽도 정리하고, 귀여운 케이크 덕에 기분도 좋아지고. 일석이조다.
이번 케이크 사진을 찍으며 생각해 본 건데, 벽면에 예쁜 그림이나 사진을 붙이면 좋을 것 같다. 어떤 그림을 붙일지 생각해 봐야지.
다음엔 무슨 케이크를 만들까?
_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