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여름이 다 되었는지 햇볕이 쨍쨍하다.
실내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생크림 휘핑하기가 어려워져서 좀 난감하다. 벌써 마흔세 번이나 케이크를 만들어서인지(사실 실패한 케이크까지 포함하면 쉰 번이 넘는다!) 무슨 일만 있으면 케이크 걱정이다. 기승전 케이크.
더운 날 크림 걱정 없이 만들고, 우아하게 먹을 수 있는 케이크가 떠올랐다. 바닐라 맛 버터 크림을 듬뿍 올린, 바닐라 컵케이크.
바닐라 컵케이크
* 바닐라 컵케이크 시트
플라워배터법으로 케이크 시트를 만든다. 플라워배터(flour-batter)는 밀가루에 버터를 섞는 방법인데, 수분이 높은 반죽에 주로 쓰인다.
바닐라 맛을 살리기 위해 바닐라빈 페이스트도 충분히 넣는다. 완성한 반죽은 낮은 머핀 틀에 팬닝해 굽고, 한김 식혀 준다.
* 바닐라 버터 크림
실온에 둔 버터를 부드럽게 풀고, 슈가파우더를 넣어 뽀얗게 될 때까지 휘핑한다. 바닐라빈 페이스트와 생크림을 섞어 마무리한다.
* 상투 깍지와 피스타치오 장식
만든 크림을 컵케이크 시트 위에 상투깍지로 둥그렇게 짜고, 몇 개는 스패츌러로 다듬는다.
다진 피스타치오를 크림 위에 솔솔 뿌려 주면 케이크 완성.
실키하고 촉촉한 바닐라 시트,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달콤한 버터 크림.
포크로 한 조각 잘라 입에 넣으면, 보드랍게 부서지며 녹아 내리는 버터 크림과, 바닐라 향 듬뿍 나며 촉촉하고 보들보들한 시트가 맞물려서 금세 행복해진다.
버터 크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크림은 부드럽고 고소해서 정말 맛있다. 달콤해서 우울할 때 딱이다. 역시 버터 크림은 뽀얗게 될 때까지 충분히 휘핑하는 게 관건인가 보다.
시트는 수분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머핀이나 파운드보다도 훨씬 촉촉하다. 냉장고에 넣었다 먹어도 딱딱하지 않다. 시트에 생크림이 들어가는데, 생크림 덕분인가 싶었다.
토핑은 간단하게 피스타치오를 다져서 올렸는데, 체리나 가나슈를 올려도 좋을 것 같다. 크림 위에 알록달록한 스프링클을 뿌려도 예쁠 것 같다.
다음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 봐야지.
귀여운 접시에 바닐라 컵케이크를 하나씩 놓고
언니와 둘이서 도란도란 케이크를 먹는 오후.
온온한 바람과 내리쬐는 햇볕 탓에 무척 덥지만,
달콤한 케이크를 함께 먹을 사람이 있어서 좋다.
이번 여름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음엔 무슨 케이크를 만들까?
_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