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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Apr 11. 2022

거울 청소

비교가 공포가 되지 않도록

 최근에 다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신기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황과 대화 상대가 달라지더라도 대화의 주제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주식, 부동산, 재테크, 세금, 직장생활, 외모, 연애, 사랑, 결혼, 이혼, 가족 등 대화 주제가 무궁무진한 것 같지만  대부분 돈과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난과 외로움을 두려워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돈이 부족해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한 채 여생을 외롭게 지내는 것에 대한 공포를 읽을 수 있었다.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팡세> 단장 136,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서 재인용.


 모임을 마칠 때쯤 내 머릿속은 이런저런 질문들로 복잡해졌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나는 무엇을 가지고 싶을까?"


 오늘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소유하고 싶은 것은 지금도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보람 있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은 추상적인 욕심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이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은 이유는 자기 검열 때문에 나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하거나, 여전히 두려움과 편견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회피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을 눈치 보며 참고 감추는 습관이 이어져 갖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을 모르는 지경이 되었을 수도 있고, 막상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그 일을 싫어하게 될까 봐 무서워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입만 움직이고 몸은 움직이지 않는 정체기에 다다른 것 같다. 오늘 '내가 뭐라고 돈도, 능력도 없이 여러 일을 벌일까'하는 죄책감이 찾아왔다. 즐거움을 찾기 위해, 내 힘으로 일어서기 위해, 의사 선생님 말마따나 꾸준히, '한걸음 한걸음' '일을 저질러'야겠다. 그래야만 내 거울이 다시 깨끗해질 것 같다.


 내 이름은 즐거운유목민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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