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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Apr 21. 2022

욕망의 거울

욕구와의 협상

 요즘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는 도시에서 돈 없이 앉아있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글을 읽고 쓰다 지칠 때면 창밖의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거나 도서관 안을 돌아다닌다. 서가 사이를 멍 때리며 돌아다닐 때마다 내 눈에 자주 띄는 단어들이 있다. 


 내 상황에 맞기 때문에: 과식, 1인, 1인분, 일자리, 청년, 20대, 일, 푼돈, 짠돌이

 더 나아지고 싶어서: 교육, 실패, 후회, 요리, 삶(인생), 리더, 글쓰기

 더 즐거워지고 싶어서: 요리, 좋아하다, 지치다, 일

 불안해서: 일자리, 청년, 20대, 미래, 일, 실패


 대형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섹션이 사람들의 욕구와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라면, 적당하게 작은 동네 도서관은 나의 욕망과 감정을 비춰주는 거울인 것 같다. 부끄럽지만 내 안을 다듬지 않고 들여다본다.


 맛있고 건강한 요리를 직접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런데 과식하는 습관을 고치고 싶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독립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 그런데 돈을 벌다 지금의 즐거움을 잃을까 봐 불안하다.

 여전히 실패하고 후회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놓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좋은 글을 꾸준히 쓰고 싶다.


 그 어느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앙큼한 욕심에 웃음이 삐져나온다. 내가 이렇게나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니. 맛있는 음식을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여유는 있으면서, 독립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면서,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좋은 글을 꾸준히 쓰려면 도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러니 실패하고 후회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용기와 지혜를 배워가되, 실패하지 않으려고 미리 위축되지는 말아야겠다. 결국엔 다 같이 즐겁게 먹고살려고 하는 거니까. 실패하지 않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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