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사천동 건강을 생각하는 산삼 갈비탕 맛집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날이었다. 2022년 3월 9일 수요일. 필자는 사전투표를 한지라 평소보다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하였다. 출근을 하지 않으니 느지막이 일어나서 집 정리를 하고 있으니 허기가 져왔다. 동시에 키우는 반려견이 평소와는 다르게 집에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출근하지 않는 것을 마치 눈치라도 챈 듯 낑낑거리며 자꾸 산책 가자는 신호를 보내왔다. 짧은 고민 끝에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길게 하면서 식사까지 하고 들어와야겠다 결심하고, 집에서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대왕산삼본가에 전화를 하였다. 법정공휴일이었지만 다행히 영업을 한다 하여 채비를 마치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한걸음 한걸음 꾸준히 걸으니 1km, 2km, 3km 어느새 식당이 보였다. 꼬부랑 시골길을 지나가야 해서 차를 타고 가야만 하는 시골이었는데, 몇 년 새 주변에 충북 평생교육원, 충북소방본부 등 굵직한 관공서들이 들어서 있었고 도로 또한 격자로 시원하게 나있었다. 아직 한창 공사 중이어서 어수선 하긴 했는데 식당에 가려면 500m 정도 꼬부랑 길을 걸어가야 했다.
식당에 도착을 하니 펜스 안에 있는 개 두 마리가 열렬하게 우리를 환영해주었다. 필자의 강아지 때문인지 너무 짖어 짜증이 살짝 나기도 했지만 굳이 개를 데리고 온 내 잘못도 있으니 식당 개가 보이지 않는 구석에 반려견을 조용히 묶어 두었다. 식당 안에 들어서니 3팀 정도 식사를 하고 계셨다. 한쪽 구석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앉으니 옆에 산삼주들이 엄청 많이 있었다. 마치 '나는 자연인이다'를 실제로 보는 듯 건강해지는 기분이 괜시히 느껴졌다. 주문을 받으러 온 주인분에게 가격이 시가로 쓰여있는 산삼갈비탕은 지금 얼마인지 물어보았다. 사장님께서는 기본 갈비탕 가격에 산삼 가격이 추가된 금액을 받는다 하셨는데, 지금 있는 산삼은 한뿌리 20,000원이라고 하셨다. 가격을 봐서는 장뇌삼인 듯했다.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가셨는데, 지금은 산삼이 별로 영양가가 높지 않을 때여서 삼이 그렇게 좋지 않다 솔직하게 조언해주셨다. 나는 그 조언을 받아들여 13,000원 하는 '일반'대왕산삼갈비탕을 주문하였다.
주문이 끝나기 무섭게 금방 밑반찬이 차려졌다. 기본으로 장뇌삼 한뿌리가 식전에 제공되는데 사실 이걸 먹기 위해서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3,000원이라는 가격을 봐선 농사지어 수확한 인삼에 가까운 장뇌삼인 것 같았지만 산삼에 들어있는 사포닌 성분이 조금이라도 있지 않겠는가. 싼 게 비지떡이라고 미련 없이 냉큼 뿌리부터 잘근잘근 씹어 먹었다.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는 여름이었는데, 확실히 산삼은 여름에 영양분도 많고 또 싱싱한 이파리까지 살아있어서 보기에도 좋아 보였다. 여름이 이 식당의 대목이겠구나 생각을 하며 다른 밑반찬도 맛보았다. 김치는 얼마 전에 담그셨는지 거의 익지 않아 겉절이에 가까울 정도로 맛이 얕았다. 섞박지는 그래도 양심적으로 익어 시원하면서도 신맛이 살살 풍겨오는 평범한 설렁탕집 깍두기 맛이었다. 하지만 고추장아찌는 배추김치와 섞박지와는 확연히 달랐다. 최소 1년은 족히 장독에서 묵은 듯 고추 안에는 진한 간장이 한가득 머금고 있었다. 매운맛은 시간에 순응하여 서서히 간장에 죽어있었다. 묵은 짠맛과 고추의 알싸함이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얼른 먹고 리필해서 한번 더 먹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간혹 가다가 밑반찬을 따로 파는 식당이 있는데, 이 집은 고추장아찌를 따로 팔아도 될 정도로 맛이 있었다.
장뇌삼과 밑반찬을 맛보고 있으니 금방 갈비탕이 나왔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것이 보기만 해도 몸이 후끈해졌다. 조금 식히기 위해 숟가락으로 갈비탕을 이리저리 휘휘 저으며 고기가 어느 정도 들어가 있는지 보았다. 큼직한 갈빗대 2개와 작은고기 1개, 그리고 전복이 한 마리 있었다. 따로 인삼은 들어있지 않았고 팽이버섯과 송송 썬 파가 들어가 있었다. 식전 제공된 장뇌삼을 조금 남겨놨다가 갈비탕에 가위로 송송 잘라 넣어 먹으면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도 있었지만 배로 들어가면 다 똑같같지 않겠는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하였다. 식당까지 오는데 1시간 30분 정도 오래 걸었기 때문에 너무나 시장했다. 공깃밥 한 숟갈 큼직하게 떠서 먹었는데 살짝 쉰 맛이 느껴져 미간에 주름이 살짝 지며 고개가 갸우뚱했다. 불안해하며 갈비탕 국물을 호로록 맛보았다. 쓸데없는 기우였다. 확실히 풍부한 재료로 육수를 진하게 낸 맛이었다. 고깃국이라 해도 될 정도로 육수가 진했다. 기호에 맞게 간을 하라고 테이블마다 소금이 있었는데 필자는 소금을 전혀 넣지 않았다. 그래도 간이 본인 기준에는 딱 맞았다. 갈빗대에 붙어있는 고기의 힘줄을 가위로 탁 자르니 고무줄 끊기듯 쉽게 잘라졌고, 고기만 쏙 빠져나왔다. 여기까지 같이 고생해서 걸어 준 반려견을 위해서 과감하게 갈빗대 하나는 양보했다. 고기를 잘게 잘라서 종이컵에 담아 국물 조금 넣어 식혀 놓았다. 나머지 고기는 야무지게 먹었는데 어찌나 푹 고았는지 보들보들 식감이 아주 부드러웠다. 그런 식감에 다소 재미없을 수 있었는데 근막이 자기주장하듯 쫄깃함을 가지고 있어서 함께 먹기에 좋았다. 전복은 필자가 원래 좋아하지않는 식재료지만, 건강을 생각하며 먹었으나 특별한 맛을 느끼진 못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갈비탕이었다. 시골에 위치하고 있고, 사장님께서 건강에 특히 관심히 많으셔서 산삼에 일가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식당에 방문한다면 건강의 기운을 듬뿍 받아 갈 것 같다.
나만 기다리고 있을 반려견이 자꾸 눈에 밟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나가니 딴짓 안 하고 나만 우두커니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식힌 갈비를 나눠 주니 어찌나 잘 먹던지 그 모습은 보고 있으니 마음이 뿌듯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산과 들이 녹음으로 우거지면 다시 한번 방문해서 좋은 산삼을 한번 먹어봐야겠다. 물론 그때도 반려견과 함께.
저는 아재가 아닙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