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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뮹재 Aug 13. 2022

[대구 중구] 류센소 동성로점

후회하지 않는 일본라멘 맛집


 주말 점심이었다. 정오가 지나 심리적으로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은 초조함이 느껴졌다. 집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것보다는 부지런히 움직여서 외식을 가볍게 하기로 하였다. 때마침 날씨도 따뜻함과 선선함이 공존하는 마치 온탕과 냉탕의 물을 갓 섞은 듯했다. 가볍게 차려입고 호기롭게 동성로로 향했다.


 처음 목적지는 교동에 위치한 한 딤섬 식당이었다. 도착하니 입구에 2팀 정도 웨이팅 하고 있어서 우리도 곧 자리가 생기겠지라는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희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절망으로 바뀌었다. 어찌나 손님들이 빠지지 않는지. 20분이 지나도 자리가 나지 않아 그냥 포기하고 다른 식당을 찾았다.


 동성로 메인 스트리트에 진입하여 수많은 인파들 사이로 괜찮은 식당이 없는가 뒤져보았지만 큰 수확은 없었다. 더 이상 식당을 정하지 못해 시간을 지체하게 되면 사람인 이상 짜증이 날 것을 예상해서 과감하게 선택하였다. 그곳은 바로 동성로 제일 가장자리 길가에 위치하고 있는 류센소라는 일본라멘집이었다. 외관도 아주 세련되었고 개업축하화환들도 있어서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외경과 내부


 안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식당 크기가 아주 널찍했다. 입구에는 웨이팅 손님을 위한 아늑한 소파가 길게 있었고, 오픈형 주방을 중심으로 바 형태의 식탁이 이어져있고 안쪽 홀에는 테이블 여러 개가 있었다. 우리는 들어가자마자 가장 창가 쪽 바 테이블에 앉았다. 이유인즉슨 동성로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바로 길 건너가 2.28공원이었다. 봄이 완연하여 푸릇푸릇 한 나무 잎들로 풍경이 가득차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았다. 메뉴는 크게 라면 4가지로 이루어져 있었다. 류센소라는 돈코츠라멘과 류센소 카라라는 매운 돈코츠 라멘이 있었고 맵기 단계는 조절이 가능했다. 그리고 류센소 아사리라는 소유(간장)라멘 과 류센소 카키라는 굴라멘(계절메뉴)가 있었다. 우리는 무난하게 가장 기본인 류센소 돈코츠 라멘과 류센소 아사리 소유 라멘 두그릇을 주문했다.



류센소 돈코츠 라멘 8,500원


라멘집 인테리어는 요즘 정형화 된 것 같았다. 얼마전 방문한 면 요리집 두군데와 거의 유사한 주방형태였다. 바 테이블에는 간단한 밑반찬 세가지가 있었다. 갓절임이 잛게 썰린채 있었고 초생강도 있었다. 그리고 후추와 일본의 매운 향신료도 있었다. 바로 앞 오픈 된 주방에서 면을 삶고 그릇에 담아 육수를 붓고 그 위에 고명을 얹어서 꽤나 금방 라멘이 나왔다.


 돈코츠 라멘부터 언급해보면 음식은 보기에도 기름져 보였다. 먼저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먹어봤는데 그야말로 진국이었다. 간이 아주 꽉차 있었다. 국물을 맛보았을때는 하얀 쌀밥을 말아먹고 싶어졌다. 왜냐하면 돼지국밥의 육수와 비슷한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꿩대신 닭이라는 비유는 적절하진 않지만 비슷한 느낌으로 면이 있기에 젓가락으로 면을 살살 풀어 한젓갈 들어올렸다. 메뉴판에 '면'은 기본적으로 단단면으로 나오고, 퍼진면 식감을 원하면 주문시 말씀해 달라고 안내가 적혀있었다. 필자가 보았을때는 딱 적당히 잘 익어서 나온 것 같았다. 후루룩 면치기를 하니 면 자체가 아주 깔끔했다. 밀가루 특유의 찐득함은 온데간데 없고 풋내도 나지 않아 잘 씹어지고 술술 넘어갔다. 고명으로 나오는 목이버섯이 워낙 아삭아삭하여서 면과 함께 먹으니 잘 어울렸다. 고기 고명은 직화로 그을려서 나와 불향이 은은히 나면서 돼지고기 특유의 풍기가 극대화 되었고 아주 부드러운걸 봐선 이집만의 숙성레시피가 따로 있는 것 같았다.



GABAN 후추


 그렇게 라면을 조금 즐기니 후추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돈코츠 라멘의 특성상 돼지 기름은 어쩔 수 없이 느끼함을 자아냈다. 그걸 커버할 수 있는 것이 후추아니겠는가. 처음보는 GABAN 이라는 일본 후추를 뿌리지 입자가 굉장히 굵었다. 거친 고춧가루를 보는 듯 하였다. 그러고 후추가 섞인 국물을 먹으니 확실히 느끼한 맛을 후추 특유의 스모키한 칼칼함으로 완벽하게 잘 잡아주었다. 자연스럽게 손은 후추통으로 다시 갔고 조금 더 넣어서 라멘을 끝까지 즐겼다. 후추가 너무 인상이 깊어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100g 짜리는 2개 세트로 12,900원에 판매하고 있었고 해외직구로 구입해야 되서 배송료만 10,000원 들었다. 그말인 즉슨 가정에서 구매하려면 하나에 10,000원이 넘게 드는 고가의 향신료였다. 주인장의 완벽한 라멘맛을 위한 통큰 투자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류센소 아사리 소유(간장)라멘 9,000원


다음으로 류센소 아사리 소유라멘을 맛보았다. 고명에 감태 김한장이 들어가 있어서 약간은 색달랐다. 얇게 비치는 감태의 모습이 섹시하게 보이기도 했다. 국물을 떠먹어보았는데 돈코츠 라멘보다는 약한 느낌이었지만 이 국물도 간이 꽉꽉 차있었다. 소금을 조금만 더 넣으면 짠맛이 강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하지만 확실히 돈코츠 라멘보다는 느끼한 맛이 덜했다. 돈코츠 라멘에서는 아지타마고라고 불리는 반숙계란을 언급안했는데 기본적인 레시피에 잘 맞게 조리되어 속이 아주 촉촉한 것이 먹기에도 훌륭했다. 질 좋은 계란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필자의 입에는 노른자의 비린내는 거의 나지 않았다. 면은 돈코츠 라멘과 동일하였다.


 소유라멘 보다는 돈코츠라멘이 한국인의 입맛에 더 잘 맞는 것 같았다. 면을 추가하려면 1,500원을 줘야 되는데, 그것보다는 공깃밥을 1,000원 주고 시켜 돈코츠라멘 국물에 말아먹으면 일품일 것 같았지만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밥솥도 꽤나 비싼 전자식 가마 압력밥솥이어서 밥맛도 좋을 것 같아서 아쉬웠다.


 일전에 동대구에 위치한 멘야로지라는 일본라멘집에 방문해서 시식하였는데, 그곳과 비교하자면 류센소는 확실히 한국화 된 한국인의 입맛에 더 가까운 일본라멘 맛이었다. 먹었을때 크게 실망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필자와 같이 점심으로 간단히 먹기에는 아주 훌륭한 음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인테리어나 음식에서 철저한 깔끔함을 느낄 수 있어서 뒷끝없는 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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