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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소지 Feb 08. 2022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는?

독일생활 10년차, 직장생활 10년차를 맞이하여 시작하는 나의 이야기

정확히 10년 전, 공항문을 나서자마자 휘몰아치던 독일의 겨울바람과 회색의 하늘이 여전히 기억난다. 그 우울한 풍경은 10년 동안 변하지 않은채이다. 이미 독일에서 1년 간 교환학생 생활을 지냈던 적이 있던 내게 독일은 호기심이 아니었다. 캐리어를 끄는 나의 몸짓에는 새로운 곳에 대한 희망보다는 아, 이렇게 되는게 당연하구나, 하고 그 상황을 제법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흐느적함이 배어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고등학교 때 세계사 수업을 좋아하여 고등학교 역사 교사가 되어야지 하는 매우 구체적인 장래희망을 가지고 한 대학교의 인문학부에 입학하게 되었다. 유럽 중세사에 관심이 많았기에 2학년 때 무사히 사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하여 독일역사 전공하신 지도교수님 밑에서 자연스레 독일사 관련 수업을 많이 듣게 되었다. 독일 문헌을 직접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한다? 독일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에 부랴부랴 기초 독일어 수업을 듣고, 독일에 교환학생을 가서 현지를 느끼고 와야한다고 하시어 교환학생을 알아보는 와중에 시기상 교환학생과 교직이수 중 양자택일을 해야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엄청난 고민 끝에 교환학생을 선택하면서 고등학교 역사 교사의 꿈은 내 손을 떠나보내게 되었고, 에어푸르트라는 독일의 시골 마을에 1년간 교환학생을 다녀오게 되었다.


구 동독 작은 마을, 영어를 하는 사람이 몇 안되었다보니 교환 기간 동안 독일어가 꽤 늘었고, 어쩌다가 좋은 분들을 많이 알게되어 졸업 후 독일 석사유학을 생각하며 어학(Test DaF) 준비 및 석사 지원 준비 등으로 바쁜 참이었다. 무소속 백수상태로 기약 없이 무언가를 준비만 해야한다는 것은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용돈이라도 벌어보자고 독일계 회사의 3개월 인턴공고를 보고 지원한 것이 지금 다니는 회사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 때는 이 회사에 10년이나 근속할 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당시 독일 본사에서 출장온 부서장에게 팀분들이 "우리 인턴 독일어 잘해요"라고 어필한 것이 기회가 되어 그럼 석사 합격할 때까지 독일에서 인턴십을 또 해보지 않겠느냐는 감사한 제안을 받아 정확히 10년 전, 겨울바람이 휘몰아치는 회색 하늘 아래의 땅을 다시 밟게 된 것이다.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독일의 하늘은 우울하다. 자칫 10주년이라는 기념일도 잊고 지나갈 뻔 했는데, 마침 좋은 소식을 전해 듣고 지나간 날들에 대해 회상하다가 그 기념일을 떠올릴 수 있었다. 10년 전 독일에 오던 날 이렇게 되는게 당연하다고 느꼈던 것처럼, 어떠한 운명적인 흐름을 느끼며 이렇게 됐어야 하는구나, 하고 되뇌이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는? 캐리어 하나와 배낭 하나로 덩그러니 시작한 나의 독일생활은 이제 13평 자취방을 가득 채울 정도로 그 이야기가 꽉 차올랐다. 이제는 한 번 비워가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더 늦어지기 전에, 나의 이야기를 이 곳에 차곡차곡 옮겨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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