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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소지 Feb 24. 2022

MBA 지원은 스토리라인이 전부라더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음으로 내 경력의 조각 맞추기

MBA에 지원하는 것은 우선 매우 괴로운 일이다. 학교마다 CV, 모티베이션 레터는 기본에 학교별로 추가적으로 구체적인 자기소개 피티나 케이스 스터디 과제를 제출해야 하고, 화룡점정은 추천서이다. 나는 보통 개인적으로 가까운 친구들이 아닌 이상 내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특히 “내가 대학원을 가려고 하는데 너의 추천서가 필요하다. 나에 대해 평가해주고 추천해주는 글귀를 써주겠니?”라고 내 계획을 밝히고 나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웠다.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쪽팔린 것은 덤이니까!


멘토 언니의 조언과 구글 검색을 통해 MBA 지원에 대한 대략적인 와꾸를 짜보았는데,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는 “스토리 라인” 혹은 “스토리 텔링”이라고 하더라. 다들 고만고만하고 비슷비슷할텐데 그 와중에 왜 내가 경쟁력있는 지원자인지, 지금까지의 경험과 경력을 통해 이뤄온 것은 무엇이며, 내가 목표한 바를 성취하기 위해서 MBA가 채워줄 수 있는 부족한 부분, 혹은 MBA가 나를 더 빛내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며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10년간 이미 해외에서 직장생활을 해온 

아시아인이며

여성인

내가 MBA에 지원할 경우 떨어질 일이 없을 거라고, 멘토 언니가 “너는 정상적으로 지원서류 내고, 인터뷰에서 자폭하지 않는 이상 무조건 붙는다”고 하셨다. 이는 왜냐하면 최근(도 아니고 사실 꽤 된 것이) 아메리카발 비지니스 핵심 가치인 인터네셔널리티와 다이버시티, 마이너리티 이 3박자가 나의 3박자와 기똥차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특별하다기 보다는 최근 비지니스, 결국 MBA에서 주력으로 힘 쏟는 여성리더십 뭐시기에 잘 맞는 프로필이기 때문에 별 다른 하자가 없으면 MBA에서 굳이 거절할 프로필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응원을 받고 떨어지면 더욱 더 쪽팔리다. 한국에서 미국/한국 MBA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나 글들을 보면 CV, 에세이 등을 컨설팅해주는 서비스도 많이 보았는데 나는 거기까지 쓸 돈은 없는 짠순이여서 그냥 곧 죽어도 멘토 언니 도움만으로 따로 쓰는 돈은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IELTS 시험 1회, GMAT 시험 2회 이렇게 총 1000유로 이내로 시험보는 돈만 썼다. 



스토리라인은 어떻게 짜야하나?


나의 10년 경력을 돌아보자면 아래 4단계를 거쳐왔는데

1. 어시스턴트

2. 프로젝트 매니저

3. 키어카운트 매니저

4.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


각 단계마다 내가 더 욕심나서 더 큰 책임을 갖고 싶었고(어시스턴트 ~ 키어카운트 매니저), 내가 더 욕심 나서 새로운 업무 및 회사 핵심 업무(키어카운트 매니지먼트에서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로 바꾸고 싶었다 등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쉬지않고 노력하는 또순이 캐릭터로 방향을 잡고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운이 좋게 이 커리어 단계들이 매번 2~3년마다 정기적으로 바뀌어나가면서 아다리가 잘 맞아서 CV랑 자기소개서만 보면 정말 어디 물 마른 논두렁에서 갓태어난 실올챙이 한 마리가 황소개구리가 된 것 같은 스토리인데 어느정도 오그라드는 요소가 있어야지 어필이 잘 된다고 해서 최선을 다해 손발을 오글려보았다.


특히 생각지도 못했는데 작년 동안 업무 관련해서 200만원짜리 무슨 영국 대학교 사이버 강의를 들었던, 이런 뜬금 없는 것들도 CV 안에 프로페셔널 디벨롭먼트로 끼워넣을 수 있는 좋은 포인트가 된다. 나의 또순이 스토리라인에 맞추어 아, 얘는 자기계발을 멈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찾아서 하는구나, 라는 인상을 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어드미션 매니저와 1:1 라이브 CV체크 컨설팅을 할 때 역시 이 부분을 매우 좋게 봐주었던 기억이 난다.


1. 대학에서 독문과를 부전공해서 독일에 와서 직장생활 중인 (인터네셔널리티 OK)

2. 아시안 여성이 (다이버시티 OK)

3. 키어카운트 매니지먼트 어시스턴트부터 매니저까지 고군분투하다가 (적극적 성취력 OK)

4. 현재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로 미국/한국 주요 글로벌 기업들에 산업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인터네셔널리티 OK)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아시안 또순이의 해외에서 여러 외국사람들을 상대하는 적극적인 직장생활”이 나의 스토리라인이었던 것 같고, 어드미션 팀에서 이 부분을 매우 긍정적으로 봐주어서 1차 인터뷰를 본 1주 후에 바로 합격통보를 받게 되었다.


사실 이 스토리라인을 만들어 놓고 지원 서류들을 끼워맞췄다기 보다는, 자기소개 자료와 모티베이션 레터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된 내용에 가까웠다. 내가 인지하지 않았던 나의 또순이적인 모습이나, 10년 전 나의 모습에 비해 많이 발전하고 바뀐 지금의 모습 등을 되돌아보면서 아, 이상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지 이상하지는 않고, 남이 봤을 때 나름 그럴싸한데?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 디스크 조각모음 하듯 10년차를 맞아 나의 경력 조각모음을 해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MBA 합격에 실패할 경우 이걸로 바로 이직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스토리라인 외의 합격 요인으로는, CV, 모티베이션 레터, 자기소개자료 등 지원 자료들을 정해진 기한 내에 적절한 퀄리티로 제출하는 것에 성공하는 것이다. 특히 파트타임 MBA 지원의 경우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풀타임 MBA보다는 지원 서류를 엄청 까다롭게 보지는 않았을 것 같은 나의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CV, 글자 수 맞추고 주어진 질문을 확실하게 소화하는 모티베이션 레터, 5분짜리 자기소개 프레젠테이션 등을 내가 짠 스토리 라인에 맞게 서로 유기적으로 연동될 수 있게, 모순 없게 작성하여 데드라인 내에 내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고… 특히 지원서류를 모두 제출해서 인터뷰 날을 잡으면 인터뷰 이틀 전 24시간 내에 또 해결해야 하는 어떤 서프라이즈 폭탄을 안겨주기도 하고… 회사일을 하면서 지원준비를 병행하는게 너무, 가장 힘들었다.


그래도 진짜 엄청 바쁘고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마음으로 다 쳐냈더니 결국 합격통지서를 주더라 이겁니다. 업무를 처리하는 마음으로 지원서류를 처리하라, 그러면 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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