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7개.. 그 이상도 수두룩
그렇게, 주사량만 낮게 유지한다면 뭘 먹어도 살이 찌지 않던 나는 이상식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체중에 대한 강박과 병에 대한 억울함이 있는데 이런 '치트키'를 포기하기란 어려웠다. 불쑥불쑥 단 것에 대한 욕구는 자꾸만 나를 엄습했다. 그중에서도 좋아하던 과자는 '초*송이'였다. 아마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겠지만, 하루에 초*송이를 9개 이상 먹었다. 왜 9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최소한의 수량이 9개였다. 그 미만으로 먹으면 뭔가 덜 먹은 것 같았다. 물론 그 이상으로 먹은 날도 많았고. 참고로, 과자 낱개 9개 아니라 9 상자(봉지)다. 초*송이뿐만 아니라 다른 고탄수화물, 고당류의 음식도 심심찮게 먹어댔다.
엄청나게 피로하고 멍했다. 혈당측정기로 혈당을 재면 HI라는 단어를 보기 일쑤였다. HI는 High의 앞 두 글자로, 혈당이 600 이상이서 혈당측정기가 잴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때 보여주는 화면이다. 2형 당뇨는 200만 넘어도 많이 높다며 심각하게 여기곤 하는데, 1형 당뇨 환자는 하루에도 혈당이 큰 폭으로 널뛰기를 할 수 있다.
초*송이는 상자에 들어있는 과자다. 이 과자의 상자를 벗겨 큰 박스에 차곡차곡 모아뒀던 것이 기억난다. 큰 박스가 가득 찼었다. 마치 초코*이 광인 듯, 기괴한 현장이었다. 매일 같은 편의점에 일정한 수량을 사러 갔으니 사장님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다시 말하지만 그렇게 먹고도 케톤혼수가 오지 않은 내 몸이 신기하다. 그리고 버텨줘서 고맙다. 물론 몸에 이상증세는 갈수록 심하게 나타나긴 했다. 엄청난 피로감은 물론이고, 손과 발 끝이 샛노랗게 변했다. 마치 귤을 많이 먹은 것처럼 말이다. 아마 혈액순환 문제였지 않을까. 그리고 머리가 많이 빠지고, 머릿결이 심하게 나빠졌다. 윤기 있던 머리카락이 실오라기처럼 하늘하늘 힘없이 얇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