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처럼 타인을 재단하는 나를 관찰하다
오늘 카페에서 그녀를 봤다.
노트북을 열고 뭔가를 쓰고 있었다.
커피잔 위의 거품은 이미 사라졌는데,
그녀는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게 이상하게 멋져 보였다.
나는 그 멋짐이 불편했다.
왜 불편했을까.
이건... 인지부조화라고 하던데.
내가 가진 세계관과 어긋나는 사람을 볼 때 생기는 심리적 불편감.
그녀는 나보다 ‘자신감’이라는 자산을 더 많이 가진 것 같았다.
그게 나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너무 잘난 척은 좀 그렇지.”
— 물론,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침묵이 나를 더 안달하게 만들었다.
잠시 후, 나는 또 다른 생각을 했다.
‘저건 꾸미지 않은 듯 꾸민 거야.’
이건 확증편향인가?
내가 이미 세운 가설 — “멋진 여자는 얄미워야 한다” — 에 맞는 증거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뇌는 언제나 나를 든든하게 지켜준다.
나는 멋지고 소중하니까.
그녀가 화면에 집중할수록,
나는 괜히 초조해졌다.
잘하는 사람을 보면, 그냥 기분이 이상해진다.
딱히 이유는 모르겠다.
그녀는 뭔가 될 것 같았고,
그게 나를 조금 작게 만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SNS를 열었다.
익숙한 댓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 여자들 너무 세속적이고 계산적이야.”
“남자들이 힘들다니까.”
그 말들이 내 속에서 울렸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내 마음을 Ctrl + C 해줘서.
오늘의 일기 끝.
오늘의 진단: 그냥 그런 날이었다.
오늘의 처방: 모르겠다, 귀찮다.
커피잔 거품은 다 사라졌고,
나도 곧 일어나야겠다.
그리고 내일은 —
그녀가 또 나타나려나.
습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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