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 같은 자리, 다른 마음들.
또 그들이었다.
같은 시간, 같은 자리.
언제부턴가 이 풍경은 나의 아침이 되었다.
커피 향보다 먼저 스며드는 익숙한 기척,
한 사람은 먼저 와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조금 늦게 들어온다.
나는 그들을 본다.
그건 특별한 일도, 우연도 아니다.
그냥 매일 반복되는 하나의 습관.
아침 8시, 회사 빌딩 1층 카페는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이다.
출근길의 분주함이 채 가라앉기도 전이라, 커피 향이 유난히 선명하다.
나는 늘 그 자리에 앉는다. 출입문에서 두 번째 창가 자리.
그리고, 언제부턴가 매일 같은 얼굴들을 보게 되었다.
그 남자는 먼저 온다.
느긋한 듯 보이지만 어딘가 불안한 리듬이 있다.
커피를 기다리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릴 때면,
그 손끝의 긴장감이 묘하게 눈에 남는다.
조금 후, 그녀가 들어온다.
긴 머리를 묶으며 주문을 하고, 습관처럼 오른쪽 구석에 앉는다.
그녀는 늘 무표정하다.
하지만 그 무표정은 마치 ‘나는 괜찮다’는 선언처럼 견고해 보인다.
책이나 노트북을 펼치고 집중하는 듯하지만,
가끔 그녀의 시선이 커피잔 너머로 그 남자를 스치고 가는 것이
자주 목격된다.
둘은 인사를 나눈 적이 없다.
하지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몇 주째 이렇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종종 상상을 한다.
그들이 대화를 나눈다면, 어떤 말로 시작하게 될까.
“여기, 테이블 아래 이게 떨어져 있네요.”
“아 네, 감사합니다.”
아마 그 정도의 짧은 대화일 것이다.
그 말 한마디에 서로의 하루가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끝내 말하지 않는다.
그건 단순한 낯가림이 아닌,
괜한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서가 아닐까.
이 회사 사람들은 말보다 눈으로 평가한다.
누구와 밥을 먹는지, 어디에 앉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까지.
모두들 누군가의 ‘관찰 대상’이 되어 살아간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내가 이렇게 그들을 바라보는 순간, 나 역시 누군가의 시선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가끔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저 사람들처럼 보일까?’
관심이 아닌 관찰로 살아가는 사람처럼.
그녀는 오늘따라 더 조용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핸드폰을 내려놓은 채 창밖을 오래 바라봤다.
그 남자는 그 모습을 힐끗 보며 잠시 머뭇거렸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시선을 돌렸고, 나는 그 둘 사이의 공기를 읽었다.
무언가 막 시작하려다, 스스로 멈춰버린 마음의 모양이었다.
카페 문이 닫히자, 그녀는 아주 희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그녀의 화면 속에는 아동 교육 콘텐츠 기획안이 켜져 있었다.
무심코 내 눈에 들어온 그 문장을 보니 여러 생각이 스쳤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정작 어른의 마음 앞에서는 이렇게 서툴다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셋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들키는 것.
마음의 방향을, 감정의 온도를, 진짜 표정을.
비가 올 것 같았다.
나는 노트북을 덮고 일어났다.
이해한다는 건,
때로 계산을 멈추는 일이다.
오늘은 그냥,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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