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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줄 곳 없는 아름다움 – 나를 향한 질문의 시작

누가 봐주지 않아도, 나는 나를 위해 단장할 수 있을까?

by 가온담


아침에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다가 문득 멈췄다.
오늘은 아무 약속도 없고, 만나야 할 사람도 없다.
그런데 나는 왜 이리 꼼꼼히 헤어 스타일링을 하고,

아이섀도 색을 고르고 있는 걸까.


예전엔 이런 행동을 ‘습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건 습관이 아니라 ‘기대’였다.
누군가 나의 단장된 모습을 봐주고, “예쁘다”라고 반응해 주는 것.
그 한마디가 나의 하루를 가볍게 만들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꽤 오래,
타인의 시선을 기준으로 나를 가꾸는 법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 시선이 사라진 자리에,
내가 무엇을 위해 꾸미고 있었는지가 비어 있었다.


“나를 위해 꾸민다”는 말을 흔히들 하지만,
그건 ‘자기만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외부 기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평균보다 조금 더 나은 상태’, ‘센스 있어 보이는 수준’—
그 모든 기준의 출처는 결국 바깥이었다.


그래서 누군가 봐주지 않으면 허전했고,
칭찬이 없으면 내가 놓친 게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더 우아하게 단장한 날일수록,
그걸 알아주는 사람을 만날 일정이 없을 때 이상하게 허무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 허전함의 정체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건 인정받지 못한 외모의 아쉬움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불친절했던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아름다움을 가꾸는 일이 ‘남의 눈에 비치는 나’를 만드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를 배우는 일로 생각을 바꾼다면,
그건 단순한 외형의 관리에만 집중하는 대신

살아가는 태도를 예쁘게 만드는 일에도 마음을 쓰게 될 것 깉다.


그래서 요즘은 거울 앞에서 작은 질문들을 던져본다.


“나는 지금 왜 나를 꾸미고 있는 것이지?”
“나를 단장하는 일은 나를 편하게 하는 일일까, 아니면 불안함을 덮는 일일까?”
“누가 봐주지 않아도, 멋지게 차려진 내 모습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수정 중이고

앞으로도 조금씩 뚜렷해져 갈 것 같다.
나를 향한 시선을 다시 세우는 연습은

아마도 오래 계속될 것이다.


보여줄 곳이 없어도,
스스로 단장하는 행위가 나에게 쉼과 자존을 선물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연재 시리즈 〈아름다움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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