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고시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1
요즘 ‘7세 고시’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린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말 같지만, 사실 이런 현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내가 처음 영어유치원에서 일했던 건 2000년대 초반이었다. 그 시절엔 '7세 고시'라는 말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분위기와 구조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근무했던 원에서는 7세 반을 레벨로 나눴는데, 제일 잘하는 아이들이 있는 ‘Top 반’이 있었다. 나는 다행히도 그 반의 담임이었다.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아이들의 실력이 평균 이상이었기에, 상담 때도 어머님들과 큰 갈등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어떻게 반을 나눴는지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거의 20년 전 일이니까. 다만, 원장님이 직접 레벨 테스트를 보고 배정했던 것 같다. 그 원장님은 연세가 좀 있는 남자분이셨고, 어머님들은 그분을 무서워했다. 당시 그 영어유치원은 유명한 프랜차이즈였고, 인근에는 아파트 단지가 많았지만 영어유치원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원장님께 잘 보이려고 애를 썼다. 지금의 내가 원장이 된 입장에서 보면, 그런 방식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그 원에는 7세 반이 여러 개 있었지만 연차로 나뉘진 않았다. 지금은 대부분의 원에서 7세 아이들을 영어 시작 시점에 따라 ‘1년 차’, ‘2년 차’, ‘3년 차’로 나눈다.
예를 들면:
7세 3년 차 → 5세부터 영어유치원 다닌 아이들
7세 2년 차 → 6세부터 시작한 아이들
7세 1년 차 → 7세에 처음 들어온 아이들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 내가 맡았던 Top 반엔 약 15명 정도 아이들이 있었다. 부모님들과의 상담도 대부분 ‘잘 지내고 있어요’ 정도의 이야기였기에 큰 스트레스는 없었다. 하지만 옆 반을 맡았던 선생님은 달랐다. 그 반은 실력이 조금 낮은 아이들이 있었는데, 선생님은 3월이 지나고 한두 달 만에 그만두겠다고 할 정도로 힘들어했다.
특히 한 어머님은 유난히 열정적이셨다. 아이가 정말 약간의 점수 차이로 Top 반이 아닌 옆 반으로 배정됐기 때문이다. 전화할 때마다 "Top 반으로 옮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며 선생님을 힘들게 했던 기억이 난다. 이미 Top 반은 정원이 꽉 찬 상태였음에도 말이다.
결국 옆 반 선생님이 퇴사하고, 새 선생님이 왔다. 마침 우리 반에 이사를 가게 된 아이가 생겨 자리가 하나 났고, 그 어머님의 아이가 우리 반으로 오게 됐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 어머님의 ‘선생님 괴롭히기’는 멈췄다. 가끔 궁금해진다. 그 아이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원하는 ‘Top 대학’에 들어갔을까.
‘7세 고시’라는 말은, 영어유치원의 역사가 오래된 대치동에서 먼저 퍼졌던 것 같다.
2000년대 초반, 영어유치원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었다.
미국 교과서를 사용하는 학습형 영어유치원
자유롭게 영어를 배우는 놀이형 영어유치원
2000년대 후반~2010년 무렵은 어린이 영어교육의 전성기였다. 영어 교육 대기업들이 유치원 시장에 진출했고, 프리미엄 영재형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영어유치원 졸업생을 위한 초등 영어학원들도 생겨나며 ‘대치동 열풍’은 시작됐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긴 하다.) 나는 당시 초등 영어학원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치원계의 빠른 변화는 정확히 체감하진 못했다. 하지만 우리 학원 학생 90%가 영유 출신이었고, 대치동에서 살아남기 위한 학원들의 ‘색깔 경쟁’은 분명히 존재했다.
내가 외국에 나가 있던 사이, 영어유치원 시장은 과열되기 시작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영어유치원에서 일하며 체감한 건, ‘7세 고시’는 이미 엄연한 현실이 되어 있었다는 것.
8년 전만 해도 ‘1년 선행’이면 대치동 탑 학원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래서 6세부터 다닌 아이들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4세, 5세부터 시작한 아이들이 유리하다.
작년 졸업생 중 7세 2년 차로 대치동 학원에 붙은 아이들도 몇 있었지만, 그건 ‘예외’일 뿐이다. ‘규칙’이 되진 않는다.
그리고 나는 다시 묻게 된다.
이 7세 고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고, 또 조급해지는 걸까.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