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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이공키로미터 Oct 03. 2023

책 한 권, 영화 두 편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블레이드러너, 블레이드러너 2049


연휴 동안 한 편의 소설과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블레이드러너”는 원작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의 내용을 충실하게 영화화한 리들리스콧 감독의 명작이고, “블레이드러너 2049”는 드니빌뇌브 감독이 만든 영화 블레이드러너의 후속편쯤 되는 영화다. 두 영화는 모두 예전에 본 적이 있는 작품이지만, 소설은 이번에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두 영화의 열렬한 팬으로서 언젠가는 원작 소설을 읽어봐야지 맘만 먹다가 우연한 기회에 책을 접하게 되었다.


소설은 영화보다 훨씬 더 많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주인공 데커드가 사는 미래사회는 인간의 감정을 조정할 수 있는 기계와 가상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기계가 집집마다 있는데, 그 기계를 통해 가상세계 신과 교류할 수 있다. 한편, 그들의 가장 큰 오락거리는 24시간 방송되는 프로그램이고, 살아있는 동물을 기르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소설과 영화에서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미래사회의 “신”에 대한 부분이다. 소설 속에서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인간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낼 정도로 기술의 정점에 자리한 인간은 여전히 신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매스미디어는 인간들에게 신은 허구이며 가짜니 속지 말라고 한다. 마침내 창조주의 자리에 앉은 인간이 종교를 필요로 하는 이유를 뭘까? 창조주의 위치에서도 인간은 절대자가 필요한 걸까? 혹시 매스미디어 그리고 여기서 발전된 쇼셜 미디어가 신을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건 아닐까? 소설은 읽는 내내 스스로 많은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1982년 개봉한 “블레이드러너”는 소설을  완벽하게 영상으로 옮겼다. 첫 장면. 태양이 사라지고, 낙진이 쏟아지는 암울한 미래도시를 영화는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반젤리스의 음악과 어우러져 묘사된 미래도시의 모습은 원작소설을 읽을 때 느꼈던 그것보다 더 실감 나게 재현된다. 그리고, 소설을 읽을 때 느꼈던 안드로이드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테스트의 긴박감도 영화에서 너무나 잘 묘사되었다.

예전에 블레이드러너를 볼 때는 못 느꼈는데, 이번에 보니 이 영화의 백미는 바로 배우였다. 소설 속에서는 밋밋했던 안드로이드의 리더 로이는 룻거 하우거의 연기에 힘입어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가 된다. 자신의 창조자를 절규하면서 죽이는 장면과 클라이맥스에서 쏟아지는 빗속에서 화성에서의 힘들었던 삶을 이야기하다가 서서히 생을 마치는 장면은 다시 봐도 정말 대단했다.

2017년 개봉한 “블레이드러너 2049”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주인공 K의 홀로그램 연인 “조이”였다. 원작소설과 블레이드러너에서는 나오지 않던 캐릭터지만 조이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안드로이드도 외로움을 느끼고, 결국 찾아낸 것은 물성이 없는 홀로그램이다. 조이는 최선을 다해 K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K에게는 이 가상의 연인이면 충분해 보인다. 미래사회에 AI 혹은 로봇이 극도로 발달해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나의 외로움, 욕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충족시켜 주는 인간이 아닌 존재가 나타난다면 인간 사회는 붕괴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라 “아나 데 아리마스"의 형상을 한 가상의 존재가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준다면 과연 여기서 헤어날 수 있을까?

소설과 두 영화의 결말은 모두 다르다. 소설에서 주인공 데커드는 인간 아내 곁으로 돌아가고, 블레이드러너에서 주인공 데커드는 안드로이드 연인과 멀리 떠난다. 블레이드러너 2049에서 데커드는 딸을 만나고, 실질적 주인공 K는 상처를 입고, 쓰러진다. 가장 맘에 드는 결말은 블레이드러너다. 안드로이드와 사랑에 빠진 인간이 결국은 인간세계를 멀리 떠나는 결말이다. 인류는 기술을 벗어날 수 없고 그들과 동거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넷플릭스, 유튜브와 인스타에 삶을 점령당한 바로 우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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