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맘약 Nov 14. 2022

약사도 아프다10 - 약 한 웅큼으로 버티는 하루

하루에 한웅큼, 손에 쥔 약들을 한입에 털어넣는다. 물 꿀떡! 시간따라 다른 영양제와 약... 이것이 주식일까 싶을 정도로 하루도 거르지 않는 약들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든다. 


명색이 약사인데, 이렇게 많은 약들을 먹으면서까지 일하고 버텨야 하는 것일까? 어차피 나도 인간이고, 생로병사 앞에서는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는가. 그래... 살아야지, 하면서 먹는 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스트레스가 많았는지 얼마전 검사에서 중성지방(TG, triglyceride) 숫자가 늘어났단다. 에휴~ 그래... 그럴만도 하지. 다행히 나머지 수치들은 그럭저럭 봐 줄만하다. 이렇게라도 살아야 하는 거겠지? 


이건 순환 도와주는 약, 이건 콜레스테롤 개선해 주는 약, 장을 편안하게 해 주는 약, 눈 때문에 먹는 영양제, 비타민C와 D도 먹어야겠지? 위도 보호해 주는 약도 필요하고, 간 능력도 보완해 줘야 하고, 머리도 잘 돌아가야 하니.... 하아... 먹는 게 많은데 더 늘어난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못 버틸 거 같다. 그냥 소진이다. 나만 그런걸까? 아니면 무수한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사는 걸까?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이게 맞는 삶인지 말이다. 


여기저기 허점도 많고, 아픈데도 많고, 건강 염려증까지 있는 나라는 사람은 참 한심해 보인다. 약도 한 웅큼을 집으면서 그저 버티기만 하는 삶. 무기력해 지기만 한다. 어쩌다가 난 이렇게 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한심하고 답답한 오늘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프니까 환자다 14 - 1년전 조제한 약을 먹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