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
서울은 해외에 나갈 때 책을 산다. 읽을거리가 없으면 스마트 폰을 너무 많이 봐서 로밍 비용이 감당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번 중국 출장에서는 2024년 현대 문학상 수상집을 샀다. 너무 빨리 읽으면 짐이 늘어나니 적당히 어렵고 지루해야 하는데 이런 책이 딱이다. <장례 세일>에 나오는 주인공은 장례식장에서 일한다. 직원 가족은 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계약 만료가 코 앞인데 그네 아버지는 오늘내일만 할 뿐, 좀체 모진 삶을 놓지 않는다. 살아서 도움이 안 되더니 마지막까지 그렇다. 결국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상을 당했다. 장례 준비로 분주한 중에 면접을 보기로 한 물류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왜 제시간에 오지 않냐고', '사람이면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냐고', '누가 죽기라도 했냐고' 타박을 받는다. 그리고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바다를 보는 법>의 주인공은 희곡 작가다. 감정이 어떠해야 하는지 괄호 안에 지문으로만 적다가 자기 몸으로, 목소리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실행에 옮긴 것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하다 쓰러진 후다. 실려간 병원에서 뇌종양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별 볼 것 없는 온라인 게시판에 연극 단원 모집 공고를 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모이더니, 볼 것 많은 야시장에서 첫 번째 공연을 했다. 그 사이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다시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는 살 날이 6개월쯤 남았다고 말한다. 표정이 미안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미소 지은 것 같기도 하다.
서울은 젊은 시절 문학상을 받는 작품들이 왜 뽑힌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특별히 재미가 있거나 감동적이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서도 알 수 없기는 여전한데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소소한 일상의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테레비를 보는 것 마냥 머릿속에 환등기가 켜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