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용인은 문득 자기가 재벌 3세가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재벌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재력가의 딸일 수 있다. 자기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재산이 많다는 것을 숨기고 내핍 생활을 강요하며 독립심을 키워 왔을지 모른다. 첫 번째 의심은 황금올리브치킨 닭다리 10개를 주문하면 서다. 서울은 항상 집안의 위계질서를 강조하며 자신이 1등, 광주가 2등, 용인이 3등, 야옹이가 4등, 삼백이가 5등이라고 했다. 맛있는 음식도 이 순서에 맞게 먹어야 해서 용인은 닭다리를 먹을 수 없었다. 그렇게 15년을 살아왔는데 올해 갑자기 닭다리만으로 된 치킨을 시켜도 된다고 했다.
두 번째는 삼백이 입양이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서울과 광주는 만나기만 하면 싸웠다(둘이 만나기가 힘들어 실제 싸움 횟수가 잦은 것이 아니다). 대부분 설거지에 관련된 것으로 광주는 9시에 바로 하라고 했고 서울은 11시에 하겠다며 버텼다. 그렇게 사소한 것들로 다투던 사람들이 길고양이 치료에 3백만 원이나 썼는데 서울은 일언반구가 없다. 그 돈이면 소고기를 2년 동안 먹을 수 있다. 삼백이를 들이고 나서 고기 먹는 횟수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아무도 자기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을 가지 못하면 편의점 알바를 하며 살아도 된다고 했다. 편의점이 있는 건물을 내준다는 뜻일까? 서울은 학원비를 아까워했고 광주는 인생을 즐기라며 공부하는 자기 옆에서 테레비를 켰다. 용인은 살아보려고 연기 학원을 보내달라, 노래 학원을 다니게 해달라고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친구 중에 한 명은 웹툰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세우고 5년째 미술 학원을 다니고 있다. 용인도 특기를 찾고 싶었지만 서울과 광주는 무관심했다. 그는 어쩌면 재단법인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장학 재단 같은 거 말이다. 성인이 되면 장학금을 줄 사람만 찾아오라며 상근직을 주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고는 이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