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 2개
서울에게는 손수건이 2개 있다. 하나는 5년 전 퇴사한 직원이 작별 선물로 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며칠 전 일본 팬미팅에 다녀온 직원이 준 것이다. 서울이 손수건을 쓴 것은 초등학교 입학할 때 한 번뿐이다. 당시에는 가슴에 손수건을 달아야 했다. 위생적으로 깨끗해 보이지 않았을뿐더러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한 번도 손수건을 쓰거나 살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서양에서는 함께 있는 여성이 눈물 지을 경우를 대비해 항상 소지해야 하는 신사의 필수품이라고 한다. 그 긴 세월 동안 아무도 서울 앞에서 울지 않았다.
하나는 자동차 수납공간 어디에, 다른 하나는 거실 소파 위에 두었다. 다들 별 생각 없이 건넨 것이겠지만 서울은 선뜻 장 속에 넣어 두고 싶지 않았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직원에게 선물을 받는 일은 드물었다. 평소 그의 언행을 보면 당연한 일이다. 중국 상해 창고에서 일하던 시절, 서울은 항상 전전긍긍하며 일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을 언급하며 박스가 열린 채로 놓여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포장용 비닐이 바닥에 뒹구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하루종일 잔소리를 하며 창고를 돌아다니고는 제풀에 지쳐 퇴근했다. 어느 화창한 오후, 두 세명의 어린 농민공 여직원들이 다가오더니 창고 주위에 핀 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수줍게 건넸다. 그네들은 웃고 있었고 서울은 인상을 쓰지 않으면 창고가 무너지기라도 하듯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그네들은 선물을 건넬 여유가 있었고 그들보다 열 배는 급여가 높은 서울은 지금은 기억나지도 않는 일로 조바심을 내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