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집에 새 식구가 생겼다. 삼만이다. 용인이 서울의 생일 선물로 사 온 선인장이다. 얼마 주고 샀냐고 물으니 삼만 원이라고 했다. 혹시 새 식구에게 사랑을 뺏기는 게 아닐까 야옹이와 삼백이는 긴장했다. 냄새를 맡고 발로 톡톡 쳐도 대답이 없다. 그렇게 안심하고 있는데 새벽 3시에 삼만이가 입을 열었다. 고양이들을 집합시키고 이 집이 어떤 집인지 물었다. 서울은 빈둥거리며 직장 생활을 하고, 광주는 열심히 일하는 만큼 열심히 놀며, 용인은 그 둘을 섞어 놓은 편이라고 했다.
삼만이는 자기로 말할 것 같으면 Opuntia rubescens 라는 학명을 가진, 일개 고양이는 발음 조차 할 수 없는 고귀한 가문 출신으로, 한번 산다 하면 150~200년을 너끈히 살고, 삽목 방식으로 대대손손 이어져 천년의 지혜를 갖고 있으니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고 자신을 경배하라고 했다. 카리스마에 눌린 야옹이와 삼백이는 어깨를 낮추고 머리를 아래로 숙이며 복종의 예를 갖추었다. 삼만이는 자기를 모신 사람들 중에 민주 투사 2명의 얘기를 해주었다.
때는 1972년, 미국과 중국이 탁구를 치더니 정상 회담을 열었다. 7월 4일 남북 공동 성명이 발표되고 평화 통일 원칙을 천명하자 사람들은 통일에 대한 기대로 들떴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친 게 엊그제 같은데(1968년 울진 삼척 무장공비 사건이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그해 10월, 통일 과업을 완성할 기회를 달라며 유신 헌법이 선포된다. 직선제를 폐지하고 체육관에 모여 대통령을 뽑기로 했다. 통일 주체 국민 회의의 일원이었던 ○○○은 삼만이를 끼고 조니워커를 마셨다. 종신 집권의 길이 뻔히 보였다. 다음날 그는 투표지에 '박정히'라고 적었다. 12월 23일 박정희는 99.9%의 득표로 8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1980년 서울에 봄이 왔다. 군사 정권의 종식에 대한 기대로 사람들은 한껏 부풀었다. 5월 17일 전두환 보안 사령관이 비상 계엄을 확대했다. 광주에서 사단이 나고 김대중은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는다. 국회 앞에 탱크가 놓였다. 그 해 8월, 통일 주체 국민 회의가 다시 열렸다. 후보자는 전두환 한 명이다. 전날 밤 △△△는 삼만이 앞에서 시바스 리갈을 마셨다. 마음을 굳히고 다음 날 투표지에 '전두한'이라고 적었다. 8월 27일 전두환은 99.9%의 득표로 11대 대통령이 되었다.
지금은 어떤 시대냐고 삼만이가 물었다. 한동안 비닐 하우스에 있어 시사 상식이 줄었다고 했다. 야옹이는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고, 삼백이는 고양이 유튜브가 더 좋다고 했다. 최근엔 인공 지능이 인기라는 말에 가시를 번뜩였다. 자기가 가진 천년의 지혜와 겨뤄보고 싶었다.
** <황현필 한능검> 유튜브에서 지식을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