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꽂쌤 Nov 09. 2023

마술적 사고 속의 소심한 거인들

아이에게는 엄마가 온 세상의 전부다. 아에게 엄마는 위안과 안전, 생명의 근원이며 삶의 첫 번째 연결고리이다. 아이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엄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엄마의 품에서 안전감을 느낀다. 그러나 세상은 항상 따뜻하고 반응이 풍부한 것만은 아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불안의 소용돌이를 경험하는 순간은, 소리를 질러도, 눈물을 흘려도 엄마의 반응이 없을 때이다.


이 작은 존재는 절박함으로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도 반응이 없을 때 온 힘을 다해 분노를 드러낸다. 하지만 더 이상 반응이 없다. 이럴 때 아이는 처음으로 슬픔이라는 감정을 경험한다. 이는 단순한 불편함이나 굶주림이 아닌, 존재의 근본적인 외로움이며 버림받은 느낌, 사랑하는 이로부터의 분리감이다.


아이는 결국 체념을 배우기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 그의 전부인 보호자가 때로는 자신의 절실한 욕구를 채워줄 수 없음을 인지한다.  이 세상이 자신의 욕구에 늘 반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매우 어린 나이에 이해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구나'라는 세상의 무게를 그는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가 배가 고파서 울고, 기저귀가 젖어서 울었지만 아무도 자신에게 달려와주지 않을 때 아이는 현실을 부정하고 '지금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아'라며 자신을 안심시킨다.


어린아이는 본래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 이는 그들의 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자신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느낀다. 부모의 바쁜 일상이나 가정의 변화 등의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이를 자신과 관련된 것으로 인식하고, 그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아이가 환경을 인식하는 방법의 일부로, 자신의 행위와 주변 세계의 사건을 연결 짓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노력에서 비롯된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어린 시절의 자아 발달 과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성장하면서 아이들은 점차 원인과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개발하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자신이 겪는 상황을 자신과 연결 지어 이해하려는 강한 욕구가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종종 큰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이혼, 외도, 별거 등 다툼이나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아이들은 자신의 잘못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내면화된다. 이런 경향을 심리학에서는 '마술적 사고'라고 부르며,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현실에 비해 과대평가된 영향력을 가진다고 믿는 현상이다.


어린이들이 자신을 탓하는 경향은 부모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데서 비롯된다. 이러한 방어 기제는 자존심에 고통을 주고 정서적 발달을 저해한다. 자존감이 낮아진 아이들은 현실을 왜곡하고 과장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며, 사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이 과정에서 거짓말이 자존심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변모하고, 그 패턴은 점차 고착화된다. 아이들은 거짓말에 의존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자신의 잘못을 해결해 줄 다른 대상을 찾는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자신을 희생자로 여기게 되는데, 이는 내면의 문제와 직면하는 것보다 훨씬 덜 위협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거짓말을 하는 자신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의해 강요된 것처럼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 든다. 이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끼며, 현실을 부풀린 자기 해석으로 바꾸려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거짓말은 때때로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게 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나 업적을 과장하는 것은 타인의 인정을 받고 싶은 내면적 갈망의 표현이다. 삶의 과정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때, 거짓말은 현실과의 괴리를 메우는 방패막이가 되기도 한다. 신뢰의 부재,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수록 거짓말의 유혹은 커진다. 사람들은 종종 갈등을 피하고자 거짓말을 선택하며, 이는 일시적인 평화를 제공할 수는 있으나 결국 관계에 있어서 균열을 가져온다.


또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인이다. 현실의 진실이 변화를 요구할 때, 그 변화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며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진실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우리에게 더 큰 힘이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정직할 때, 우리는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명확성은 우리로 하여금 삶의 진정한 목적과 방향에 대해 통찰력을 가지게 하며, 결국은 더 충실하고 충족된 삶으로 이끈다.


충동적이고 무의식적인 거짓말은 종종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이러한 패턴을 발견하고 용기 있게 자각하는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 거짓말의 순간들을 글로 기록해 보면 좋다. 기록을 통해 거짓말을 부추기는 근본적인 동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 두려움이나 시기심, 자신감 부족, 복수심, 또는 돋보이고 싶은 욕구 등 거짓말 뒤에 숨은 감정들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너그러움을 베풀면서 동시에 진실에 대한 책임감을 기르는 것이다. 거짓말 뒤에 숨겨진 동기를 인정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한다. 동정심을 갖는 것은 자기 연민으로 이어져 '자기 돌봄'으로 이어진다. 그다음에는 그 감정들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이런 자기 성찰의 과정은 일기 형태로 기록함으로써 더욱 체계화될 수 있다. 이 일기는 자신이 언제, 무엇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지를 명확히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결국 거짓말을 줄이고 진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자각과 노력은 거짓말을 줄이고 더 진실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다.


거짓말은 단순한 말의 왜곡이 아니라 내면의 불균형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실수를 했을 때, 그것을 숨기기 위한 거짓말은 지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장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 긴급한 상황인데도 '별일 아닙니다.'라는 거짓말은 결국 더 큰 거짓말로 이어진다. 그 순간의 위기만 벗어나려는 유혹을 견뎌내야 한다. 거짓말은 찰나의 회피수단일 뿐 그 순간 당신의 양심과 균형은 깨지고 있다.


그렇게 쌓인 불편함은 빚과 같다. 결국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게 될 뿐이다. 우리가 이러한 자기 속임을 인정하고 그 진실을 받아들일 때만이 내면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양심이 쉴 수 있는 평화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상사에게 정직하게 보고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불편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와 존경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뭔가를 해내야만 가치 있는 사람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