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이보스J Mar 15. 2024

AI는 통역사를 대체할 것인가

칸트와 AI로봇

"우리 막차 탄 거 아닐까?"

거의 이십 년 전 통역대학원을 입학하고

동기들과 나눴던 대화다.  

AI의 등장을 예견했던 건 아니었다.  


언젠가는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C-3PO'와 같이

은하계 언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시간으로 인간 언어 통역이 가능한 AI 로봇이 현실화될 수 있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AI통역 로봇, C-3PO <스타워즈>

AI의 추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나와 동기들에게는

어학연수나 해외 유학이 점점 더 흔해지는

달라진 여건만 눈에 들어왔을 뿐이다.  

다들 영어를 잘하면 통역사 수요를 줄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다.

(물론, 영어를 잘하는 것과 충분한 훈련을 통해 습득된

통역 스킬은 다른 문제이다.)  


다행히도 자발적으로 일을 쉬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나를 포함 대학원 동기들은

여전히 통역일을 이어오고 있다.




"AI가 통역사를 대체할 것인가?"


지난해 Chat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AI서비스가 본격화된 이후로 요즘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질문이다.


오랜 클라이언트 중에 한 분은 진심으로 내 미래를 염려하며 통역만 하지 말고 '통역 관련 컨설팅'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했다.


"All our knowledge begins with the senses,

proceeds then to the understanding,

and ends with reason"


-Immanuel Kant


Immanuel Kant

'이제 정말 제2의 커리어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기가 된 것인가?'

를 골몰해서일까.


칸트의 명언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의 모든 지식은 감각에서 시작해서

이해로 나아가고 이성으로 끝난다. “


컴퓨터 언어가 아닌 인간이 쓰는 자연어로 인풋을 주고 아웃풋도 자연어로 생성하니 마치 AI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AI의 작동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인간만이 감각 지각, 이해, 이성에 뿌리를 둔

고유한 소통능력을 지니고 있다.


#감각

언어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며

문화•역사•사회적 맥락 속에서 진화한다.

 인간은 감각적 경험과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언어에 내재된 관용적 표현,

문화•문맥적 의미의 복잡성을 파악해 낸다.

반면 AI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패턴에 의존할 뿐이다.


인간에게 ‘봄’이라는 단어는 온갖 감각 경험적 지식을 일깨운다. 힘차게 솟아오르는 연둣빛 새싹, 얼굴 피부에 닿는 달큼한 저녁바람, 꼬끝에 머무는 꽃내음.

AI에게 ‘봄’이란

무색무취의 봄에 관한 정보의 합집합일 뿐이다.


#이해

인간은 다년간의 언어 연구, 문화적 몰입,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출발어와 도착어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난해하고 모호한 언어 소통에서도

가교 역할을 해낼 수 있다.


 AI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문자 그대로의 번역을 생성하는 데는 뛰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인간 커뮤니케이션에 내재된 미묘한 뉘앙스, 문화•맥락별 의미를 식별하는 인지 능력은 없다.


 공감 능력과 문화적 감수성을 갖춘 인간이 메시지 전달함에 있어서 AI의 능력을 뛰어넘는 지점이다.


#이성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지만

사실 통역은 여러 가지 과정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추론

비판적 사고

정보 종합

정보에 입각한 판단

언어에 내재된 모호성 해결


사전에 정의된 매개변수 내에서 작동하고 진정한 이해가 없는 AI와 달리 인간 통번역사는 창의성, 적응력,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문화적 맥락에 맞게 속담이나 유머를 순식간에 창의적으로 ‘각색‘ 하지 않으면 본래 메시지는 허공으로 날아가버린다.


과연 AI가 그런 적응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AI를 도구로 활용해 통번역의 효율을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통번역 과정에 내재된 인간의 통찰력, 이해력, 추론의 깊이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칸트의 말을 뒤집어 보면


이성은 이해의 소산이며,
이해는 ‘살아있는’ 감각에서 시작된다.


뜨거운 피가 흐르지 않는 AI가 인간의 고유 능력의 범주인 통번역을 적어도 당분간은 완전히 대체하지 못할 이유다.


그러니 당장 다음 주 통역이나 준비할 것!


커버사진: UnsplashMarkus Winkler


#인공지능#AI#통역#번역#기계번역#스타워즈

작가의 이전글 세상이 내미는 헛된 즐거움을 넘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