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올해의 한국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코로나 여파로 기존 일정에 한 달이 넘게 늦춰졌지만 야구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행복하다. 당분간 무관중으로 야구 경기를 진행하지만 그것도 괜찮다. 야구팬에게는 조만간 야구를 '직관'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도 하루를 사는데 조금의 힘이 된다.
야구가 없는 시즌에도 하루의 시작은 야구 기사를 찾는 일이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의 새로운 소식에, 올 시즌 전력을 그리고 상상하며 아침을 맞곤 했다. 겨우내 기다린 시간만큼 새로운 시즌은 또 새로운 기대만큼 부푼다.
많은 야구인들은 야구가 인생과 같다고 얘기한다. 그들의 인생이 야구가 아니라 야구는 마치 우리 인생과 닮았다는 뜻이다. 시작부터 상대 마운드를 두들기는 화끈한 경기가 있는가 하면, 맥없이 지는 경기도, 마지막까지 끝을 알 수 없는 경기도 종종 볼 수 있다. 한국의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프로스포츠로서 야구는 우리와 희로애락을 함께 한다.
본격적으로 야구를 사랑하게 된 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나는 교실에서 친구들, 선생님 모두와 함께 경기를 보고 있었다. 그 날의 기억은 아마 평생을 잊을 수가 없는 게, 한참 근현대사를 배우던 국사 시간이었고 공교롭게도 일본전 준결승이었다. 초반부터 끌려가던 우리 대표팀은 7회에 극적인 2대 2 동점을 만들고 8회 1사 1루, 당시 일본 최고의 마무리 투수 이와세를 상대로 이승엽이 결승 투런 홈런을 쳤고, 동시에 지진이 난 것처럼 학교가 요동쳤다. 대회 내내 부진하던 이승엽의 기적 같은 홈런을 보며 느낀 전율은 나를 야구의 매력에 풍덩 빠뜨렸다.
2008 베이징올림픽 준결승, 홈런을 치고 환호하는 이승엽
한국야구의 팬이 되고, 지역 연고팀인 삼성 라이온즈의 팬이 되었다. 2010년대 초반 왕조 시절을 보내고, 최근 몇 년간 하위권에 맴도는 팀을 보며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매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찾아보며 팀을 응원하고 있다. 5월 5일 야구 개막에 맞춰 야구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내리 3연패를 하는 라이온즈의 모습을 보며 화를 주체 못 해 목에 담이 왔고, 어제 첫 승을 한 기쁨에 글을 쓴다.
매일 이길 수는 없지만 올해는 보다 많이 이겼으면 싶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국민들, 특히나 대구 시민들이 고통받고 돌아가셨다. 지역 연고 기반의 라이온즈가 마음이 다친 시민들에게 한 줄기 위로가 될 수 있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란다. 물론 다른 모든 팀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내일은 이기겠지'하며 매일 스스로 속고 속이는 삼성 라이온즈의 팬으로 올해는 제법 괜찮은 한 해를 보내길 바란다. 9회 말 2아웃이라고 안 뒤집어지는 법은 없으니까, 최강삼성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