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일반 사람(대중)과 사진 (2)

1. In Plato's Cave

by 테오

지난번 글에서는 일반 사람들이 사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혹은 우리가 얼마나 사진에 예속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내용 중에서 ‘1. 가족 단위에서 사진의 활용’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그에 이어서 관광 혹은 여행과 사진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본다.



2. 관광과 사진


Thus, photography develops in tandem with one of the most characteristic of modern activities: tourism.

이 책이 나올 당시 투어리즘 tourism, 즉 관광은 새로운 현상이었다. 그 이전에도 관광은 있었으나 일부 부유층이나 여행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들에 한정된 활동이었고 일반 노동자나 직장인들이 휴가 때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손택은 이 새로운 현상과 사진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는데, 이는 우리가 요즘 해외여행 가서 인증샷을 찍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가족 생활과 행사, 그리고 가족 연결성에 사진이 사용된 것이 과거 “시간”을 사진에 담기 위한 것이었다면 관광에서의 사진의 쓰임은 “공간”과 “경험”을 기록하고 소유했다는 느낌을 가지는 데 있다고 말한다.


관광, 즉 여행에서 사진은 여행을 실제로 하였다는 증거 혹은 인증이 되며 그것이 분명히 즐거웠다는 것의 확인도 된다. 이것은 다른 사람에게 증명과 자랑을 하기 위한 측면이 있지만, 자기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무엇을 남기려는 행위일 것이다.


다소 과장되게 묘사하자면 이런 것이다. 어떤 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자존감이 부족하고 자신의 삶이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다. 이 사람이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돌아와 그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생각한다.


‘나는 이 여행을 다녀왔어. 이러한 여행을 다녀왔을 만큼 나는 모험심이 있고 능력이 되고 충분히 괜찮은 삶을 살고 있어. 이것 봐 이 사진 속에 나는 얼마나 행복해 보이냐고. 심지어 나는 이 사진을 남에게 보여주려고 찍은 것도 아니야. 그러니 나는 얼마나 자기 중심적인 삶을 살고 있는 거냐고.’


이 묘사 속 인물이 사진을 전혀 찍을 수 없었다면 과연 그 여행을 갔었을지 그리고 여행을 다녀와서도 자기 자신과 그 삶에 대해 똑같이 긍정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관광과 여행의 테마가 강하게 담게 있는 마틴 파 Martin Parr 의 사진들:



사진집 『Small World』by 마틴 파 Martin Parr



A way of certifying experience, taking photographs is also a way of refusing it—by limiting experience to a search for the photogenic, by converting experience into an image, a souvenir.

사진을 찍는 행위는 어떤 경험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된다. 예를 들어 일출을 보러 갔는데 깜박하고 카메라 혹은 스마트폰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일출을 보는 것이 오롯이 하나의 경험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카메라/스마트폰을 가져온 경우에는 이런 시나리오가 되기가 쉽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와 저건 찍어야 돼. 스마트폰을 꺼내어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실제 일출 장면이 아닌, 스마트폰 스크린에 비춰진 일출을 본다. 사진을 찍는다. 뭔가 아쉽다. 혹은 마음에 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진 찍기는 계속된다. 아쉬웠다면 더 괜찮은 사진을 찍으려 할 것이고 마음에 들었어도 더 마음에 드는 장면을 찍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럴듯하게 사진을 찍어서 단톡방이나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싶다. 이때인가, 조금 더 기다리면 더 예쁜 장면이 나오려나. 이렇게 찍어볼까. 저렇게 찍어볼까. 결국 일출을 보러 집에서 먼 곳까지 가서는 실제 일출은 거의 못 보고 스마트폰 스크린상의 일출만 실컷 보고 온다.


이러한 경향은 여행이 특별하면 특별할수록 강해진다. 예를 들어 생전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에 여행을 갔다고 해보자. 그리고 다시 파리에 여행을 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해보자. 그러면 여행의 모든 순간과 장소를 다 사진에 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결국에는 앞서 묘사된 일출 장면처럼, 매 순간과 장소에서 그 현장에서 벌어지는 경험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마치 프랑스 파리 취재에 고용된 사진사처럼 사진만 열심히 찍게 될 수도 있다.


by 마틴 파 Martin Parr



The very activity of taking pictures is soothing, and assuages general feelings of disorientation that are likely to be exacerbated by travel.

여행 중에 사진을 찍는 행위는 여행 중에 생기는 불안감을 완화시켜준다. 우선, 앞서 언급했듯이 내가 이 여행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안 되고 즐겁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을 해소시켜준다.


여행을 하는 동안 발생하는 또 다른 불안감은, 내가 일은 안 하고 놀고 있다는 불안감이다. 즉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불안감이다. 그런데 여행 중에 사진을 열심히 찍으면 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무엇인가를 분명히 남겼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동안 여기도 갔었고 저기도 갔었고 이것도 했고 저것도 했다는 것을 마치 회사에 보고서라도 제출하기 위한 것처럼 사진을 찍어 남기는 것이다.


만약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러한 경험은 기억으로만 남게 될 텐데 그 기억들은 서서히 사라지게 되니까 결국 여행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을 사진이 해소시켜 주는 것이다.


손택은 이러한 경향, 즉 관광이나 여행에서 사진에 집착하는 두 나라를 지목하는데, 하나는 미국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이다. 두 나라의 공통점이 과거와의 단절이라고 하며 미국인과 일본인이 사진에 집착하는 이유를 꼬집는다.


그러니까 소비주의가 강한 미국은 유럽에 비해 뭐든지 새로운 것에만 집착해서 과거의 것들은 금방 사라지니까 그것에 대한 반동을 사진으로 남겨 놓으려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 급격한 근대화로 전통과 단절된 점,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원자폭탄에 의한 패전으로 모든 것이 초토화되어 일순간에 과거의 것들이 사라진 점 때문에 사진으로 남겨 놓으려는 경향이 생겼다는 것이다.


일본에 대한 원폭과 그 상처의 테마가 담긴 가와다 기쿠치 川田 喜久治 의 사진과 사진책:



사진책 『The Map』 by 가와다 기쿠치 川田 喜久治



이번 글에서는 지난번에 이어 사진과 일반인들의 생활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았고 특히 관광/여행과 사진의 관계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사진 촬영의 행위가 갖는 의미에 대한 손택의 분석을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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