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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 May 28. 2023

(48) 생명의 액체, 물

물은 어떻게 생명의 용매가 되었는가?

물은 모든 자연의 원동력이라.

-레오나르도 다 빈치



물로 덮인 지구


지구(earth)는 역설적으로 대부분 물로 덮여 있다(커버 사진그림 1을 참고하라, 태평양은 정말로 거대한 바다다! 마젤란이 이름 붙였듯, 이 고요하고 장엄한 바다는 평온하게pacific 그 곳에 머물러 있다). 지구 표면의 71% 는 물로 덮여 있으며, 이 물은 태양의 가열에 따라 끊임없이 증발하고, 움직이고, 순환하며 지형을 만들고 물질을 녹이며 운반한다. 이러한 거대한 물의 순환 속에서 생명체들은 살아가며, 물로부터 생명을 얻는다. 오늘은 우리에게 삶을 주는 물에 대해, 그 생명 현상부터 현대인의 삶에 물이 얼마나 밀접하게, 그러나 은밀히 연관되어 있는지까지 알아보자.


그림 1. 그러나 이러한 물을 다 모아보면 저 작은 구슬 정도의 크기이다. 그 옆의 훨씬 작은 구슬은 민물의 양이며, 우리는 저 작은 물방울로 살아가고 있다.



물: 생명, 정화, 그리고 활력


우리의 몸은 상당량이 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는 날마다 음식물의 형태로 2에서 3리터에 달하는 수분을 섭취하고 동량을 배설한다(배설 뿐 아니라, 호흡 과정과 방한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수분도 상당하다: 듄 시리즈에 나오는 마스크는 건조한 사막에서 이러한 호흡에서 발생하는 수분까지 걸러 이용하는 장치며, 현대 우주정거장은 수분 조달이 극도로 어렵기에(미주 1) 대소변의 수분은 물론이요 땀과 호흡 과정에서의 수증기도 재사용하여 식수로 이용한다). 그만큼 생명의 유지에 있어서 물은 필수적이고(생존 가이드를 보면 안정적인 식수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지구 외부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을 때에 물의 흔적을 먼저 찾는 이유다(그림 2: 화성에서 물이나 물이 흐른 흔적이 발견되었을 때 얼마나 큰 관심을 받았는지 생각해보라).


그림 2. 화성도 한 때는 물을 가지고 있었을지 모른다. 화성의 바다 가설Mars ocean hypothesis가 그것이다. 화성에 한때 물이 있었다면, 생명도 있었을 지 모른다.


물은 우리의 생명에 필수적이며, 인간 문명의 시작인 농경을 가능하게 하였고, 우리의 몸을 깨끗하게 씻어 준다. 바다와 강은 인간에게 있어 중요한 식량의 공급처가 되어 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물은 흔히 신성시되어 왔으며, 많은 원시적 종교에서 물 또는 강의 신은 빠지지 않고 찾아볼 수 있다(너무나도 많아서 여기에 다 적기 힘들 정도인데, list of water deities 를 검색해 보면 전 세계의 수백 명 이상의 물에 관련된 신화를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이집트의 나일강 신인 아누케트Anuket, 물과 농경의 신 오시리스Osiris,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물의 신이자 창조와 지혜의 신 엔키Enki, 그리스의 물의 요정인 님프Nymphs, 인도의 갠지스 강의 신인 강가Ganga, 중국 황허의 신 하백, (약간 결은 다르지만) 일본의 어업과 물의 신 에비수Ebisu 등이 있다(그림 3; 미주 2)).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생명을 일깨우는 물의 근본을 보고, 세상 모든 물질의 근원이 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그러나 정작 탈수증으로 죽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림 3. <물의 님프>, 폴 스완, 1907, 캔버스에 유화.


이러한 생명을 일깨우는 성질은 성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이는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성수(holy water)의 개념 에서 찾아볼 수 있다(그림 4). 또한 급격하게 범람하고 대지를 씻어내 버리는 파괴적이고 정화적인 메타포에 따라, 대홍수와 같은 징벌적인 이미지로 해석되기도 한다(미주 3). 현대 사회에서도 이것은 여전히 사실인데, 우리 인간의 문명은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한없이 무력하다. 거대한 지진 해일(쓰나미)가 덮쳐올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대피뿐이다. 그뿐 아니라, 작년 발생한 폭우에 침수되었던 도시들을 보라. 거대한 물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그림 4. 기독교(주로 가톨릭) 에서 볼 수 있는 성수반.



왜 물인가?


생명의 유지에 물이 왜 필요한가? 왜 물은 생명의 용매가 되었는가? 생명은 역동적인 현상이다. 생명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수많은 화학 반응들이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화학 반응이란 본질적으로 물질들이 맞닿으며 변화하는 것이다. 즉, 생명 현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물질들이 활발하게 마주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연유에서, 생명 현상은 액체에서 일어난다. 고체에서는 물질들이 딱딱하게 굳어 있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으며, 기체 상태에서는 물질들은 활발하되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 마주칠 확률이 낮아진다. 결국 생명은 적당한 성질의 액체 안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미주 4).


우리는 그렇다면 이제 물이 왜 생명에 필수불가결한지 논의해 볼 수 있다. 물이 좋은 용매(물체를 녹이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성질은 물이 갖는 독특한 분자 구조에서 기원한다. 물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산소 원자에 수소 원자가 두 개 붙어 있는 형태를 띠는데, 산소 원자의 전자 때문에 살짝 꺾인 부메랑 형태의 모양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비대칭성 구조는 물 분자의 한쪽은 약한 음전하를, 반대쪽은 양전하를 띠게 하여 물을 극성(극을 가진다는 뜻) 용매로 만들어 준다(그림 5). 이러한 특징 때문에 물은 많은 물질들을 손쉽게 녹일 수 있다. 양전하를 가지는 물질은 음전하를 띠는 부분으로 감싸면 되고, 그 반대는 양전하를 띠는 부분으로 감싸면 되기 때문이다.


그림 5. 음전하를 띠는 전자를 더 강하게 당기는 산소는 (-) 전하를, 반대로 전자를 빼앗기는 수소는 (+) 전하를 띠게 된다. 이것은 수소결합이라는 결합 패턴을 만들어낸다.


 또한, 이런 극성 때문에 물 분자와 분자 사이에는 강한 인력이 작용하게 되는데(수소결합이라고 부른다. + 와 - 를 가지는 작은 자석처럼 작용하여, 서로 반대되는 극이 찰싹 달라붙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물은 강한 표면 장력을 가지며 또한 넓은 온도 범위에서 액체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분자와 분자 간에 서로 잡아당기고 있으므로, 웬만큼 뜨거워져도 쉽게 끊어져서 날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물은 (1) 많은 물질을 손쉽게 녹여 화학 반응이 일어나기 좋도록 만들어 주는 다재다능한 용매이며, (2) 쉽게 증발하거나 휘발하지 않는, 그리고 온도의 변화에 둔감한 안정성을 가지는 용매이기 때문에 우리의 생명 현상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물의 역할: 열의 재분배


수소 결합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 보자.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물은 분자 간 강한 인력을 가지기 때문에 웬만큼 외부에서 열에너지를 가해 주더라도 강한 인력으로 이를 흡수하게 된다. 즉, 외부의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도 쉽게 온도가 오르내리지 않는다(전문적인 용어로, 비열이 크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물은 아주 좋은 열의 운반체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마찬가지 원리로 뜨거운 것을 아주 빠르고 효율적으로 식힐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수많은 공정 과정에서 냉각용 물을 요구하는 이유기도 하다. 현대 문명의 핵심이 되는 발전소도 마찬가지인데, 특히나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핵분열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열을 제어하기 위한 냉각수가 초당 수십 톤 수준으로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소가 대부분 강이나 바다 옆에 지어지는 이유이다. 이러한 냉각에 문제가 생기면 엄청난 사고로 이어지게 되는데, 멀리 갈 것도 없이 2011년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바로 냉각수 공급이 끊어져 노심이 녹아내린 것이다, 그림 6). 이러한 특징은 지구를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데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는데, 바로 물이 열의 재분배를 수행하기 때문이다(물론, 물 뿐만 아니라 똑같은 원리로 순환하는 대기도 열의 재분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대기의 순환은 지구의 자전과 맞물려 편서풍과 무역풍과 같은 일정한 흐름을 만들어 내는데, 만일 이 바람들이 없었다면 인류의 문명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바람과 항해가 만들어 낸 이야기들도 참 재미있다).


그림 6.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물의 부재에서 시작되었다. 물은 효율적이면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냉각제다.


열을 엄청나게 잘 흡수하고 저장할 수 있는 물은, 지구의 적도 부분(열이 과다한 부분)에서 태양열을 흡수하여 뜨거워진 후 상승하여 열이 부족한 북극과 남극 부분에 열을 전달해 주며, 낮에 천천히 데워졌다가 밤에 다시 열을 내뿜는 열의 저장고로도 기능한다(그림 7). 바다가 적도에서 흡수하여 운반하는 열에너지는 무려 3 페타와트에 달하는데, 거대한 화력 발전소 하나가 1000메가와트급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저 잔잔한 바다는 발전소 300만 개 분량의 에너지를 싣고 움직이는 것이다. 이러한 거대한 해류의 순환에 따른 열의 재분배가 없었다면, 지구는 낮에는 불타오르듯이 뜨겁고 밤에는 차갑게 얼어붙으며, 적도는 펄펄 끓고 양 극은 혹독한 저온이 유지되는 가혹한 행성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해류의 순환이 만일 멈춘다면 그것은 끔찍한 재앙을 낳을 것인데(미주 5), 지질학적으로도 갑작스러운 민물의 유입이나 판의 이동으로 인한 해류의 순환 저해는 국부적인 기온 급강하를 낳은 바 있다(영화 ‘투모로우’ 에서 나오는 해류의 순환 정지로 인한 끔찍한 빙하기는 상당한 과학적 배경 위에 있는 셈이다).


그림 7. 지구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해류의 순환인 열염순환. 지구의 온도를 적절히 유지해 주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고체 상태의 물, 눈과 얼음


그 뿐 아니라 물은 아주 독특한 성질을 지니는데, 바로 액체 상태가 고체 상태보다 밀도가 높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하면, 얼음(고체 상태의 물)은 물(액체 상태) 위에 뜬다. 이것은 우리가 너무나 일상적으로 알고 있기에 당연하게 지나쳐 왔을 지 모르나, 굉장히 신기한 상황이다. 물체는 보통 굳어서 고체가 되면, 더 오밀조밀하게 뭉치며 밀도가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고 따라서 액체 상태의 물체에 고체 상태의 물체가 뜨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물은 아주 흔치 않게 반대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것은 물의 독특한 구조와 수소결합이 물이 굳는 과정에서 정형적인 육각형 형태로 물 분자를 배치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그림 8; 미주 6).


그림 8. 아름다운 모양의 눈 결정. 의외로 눈 결정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눈이 오는 날 주의깊게 검은 배경에 떨어진 눈을 살펴보면 쉽게 육안으로도 눈 결정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규칙적으로 정렬하는 과정에서 부피가 더 커지게 되고, 따라서 밀도는 작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보기보다 중요한데, 바다나 호수가 얼어붙는 과정에서 얼음이 밑으로 가라앉는다면 호수나 바다는 밑부터 꽁꽁 얼어붙게 되고, 따라서 생명체가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 우주의 물리학은 그 반대로 얼음이 얼면 제일 윗부분에서 추가적으로 열을 빼앗아가지 못하는 막을 만들어 주도록 만들어졌다(그림 9). 그것이 아마 우리가 여기에 있을 수 있는 이유일 테다.


그림 9. 호수의 깊이에 따른 온도 측정. 얼음으로 덮여 있는 기간(1월-2월) 에는 오히려 심층부가 더 따뜻하게 유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Denfield, 2018.




이번 글에서는 생명체에게 물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전 지구적인 관점부터 생명을 구성하는 화학 수준까지 알아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시선을 조금 바꾸어 보도록 하자. 다음의 글에서는 우리의 문명에서 물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미주 Endnote


미주 1.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정거장까지 물체를 쏘아올리는 것은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일이다. 지구의 중력을 그대로 거슬러 무게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산 꼭대기에서 콜라 한 캔, 막걸리 한 병이 그리도 비싸게 팔리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지구 저궤도까지 1kg의 무게를 올리는 데 있어, 아틀라스 로켓으로는 대충 2천만 원이 든다. 물의 높은 밀도와 합쳐져, 페트병 하나의 물이 2천만원이라는 비용을 요구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로켓의 비효율적인 추진 체계 때문인데, 더 많은 물체를 올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추진체를 넣어야 하고, 그러면 로켓이 더 무거워지니 더 많은 추진체를 위한 추진체를 넣어야 하고, 그러면... 과 같은 끝없는 악순환 고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수천 톤짜리 로켓이 고작해야 몇 톤의 화물밖에 실어 나르지 못하는 것이고, 그것이 우주 발사체가 돈을 먹는 괴물인 이유다.


미주 2. 맛있는 일본 맥주 중 하나인 에비스의 로고에 등장하는 그 분 맞다. 어업의 신인 것을 보여주는 낚싯대와 커다란 물고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주 3. 이러한 대홍수는 종교적인 설화로 많이 차용되어 왔는데, 제일 대표적인 것이 기독교 설화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다. 1997년 윌리엄 라이언을 비롯한 학자들이 제시한 흑해 대홍수 가설(Black sea deluge hypothesis) 따르면, 약 6천 년에서 8천년 전, 지구가 간빙기로 접어들어 따뜻해지며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들며 지중해의 수위가 높아졌고, 이렇게 높아진 수위 때문에 지중해의 물이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해 카스피해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 양은 어마어마해서(바다가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니, 짐작할 만 하다) 추측컨대 나이아가라 폭포 유량의 200배에 달했다고 한다. 여러 고고학적, 그리고 지질학적 증거들이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데(물론, 늘 그렇듯, 반대하는 증거들도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 대홍수를 겪은 호수 주변의 사람들이 대홍수 설화를 만들었고 전파했으며 기독교의 노아의 대홍수 또한 그 후손 중 하나라고 본다. 실제로 대홍수 설화는 기독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지중해 인근의 종교에서 널리 퍼진 설화 중 하나이다. 대표적으로, 기독교 신화 이전의 메소포타미아 설화에서도 전 세계를 멸망시킬 대홍수에 대비해 거대한 배를 만들고 동물들을 한 쌍씩 태운 우트나피슈팀(Utnapshtim) 이라는 등장 인물과 이야기가 나온다. 역사적인 사실들을 고려하면, 비교종교학적으로 기독교의 설화는 메소포타미아 설화에서 차용해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미주 4. 그러나, 단지 물 속이라고 충분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물 속에 소금을 한 숟가락 넣고 두면 점차 흩어져 골고루 퍼져버리는 것처럼, 물질은 끊임없이 확산해 버린다. 생명을 유지하고 싶은 생명체에게, 소중한 영양분과 대사를 위한 물질들이 물을 타고 뿔뿔이 흩어져 버리는 것은 아주 피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그래서 생명체는 물을 감싼 얇은 기름 막을 발명했는데, 그것이 바로 세포막이다. 모든 생명체는 본질적으로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포는 간단히 말해 기름에 둘러싸인 물주머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세포의 진화와 막, 그리고 계면활성제에 대해 다루어 보도록 하자.


미주 5. 이러한 전 지구적인 거대한 순환을 열염순환(Thermohaline circulation) 이라고 부르는데, 차가워진 바닷물이 초당 수천억 톤씩 가라앉아 초속 10cm 수준의 아주 느린 속도로 이동하며, 심해 깊은 곳에서 이동하다가 데워지면 상승하는(용승) 순환을 일컫는다. 이 열염순환은 그 거대한 규모에 비해 아주 천천히 흐르므로, 해류가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수천 년이 걸리기도 한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빙하가 녹아 나온 민물이 섞이게 되고, 이는 밀도를 낮춤으로써 차가운 바닷물이 가라앉는 것을 방해한다. 흐름의 시작이 일어나지 않게 되면 곧 순환이 멈추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주 6. 이러한 현상이 만들어 내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눈송이의 모양이다. 육각형의 대칭으로 아름답게 자라나는 눈송이를 만들어 내는 것 또한 수소결합의 힘인데, 분자 수준의 원리가 육안으로 보이는 구조물까지 이어지는 놀라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 구조가 언제나 나타나는 것은 아닌데, 적절한 온도와 적절한 습도 하에서만 예쁜 가지를 친 결정이 생성된다. 이러한 연구는 홋카이도 대학교에서 물리학 교수로 있던 나카야 우키치로가 많은 기여를 했는데, 여담이지만 X선 분광학을 전공한 그는 연구비가 없어 고생하다가 홋카이도에 잔뜩 쌓인 눈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과 더 재미있는 이야기는 칼럼의 첨부로 대신한다: http://m.dongascience.com/news.php?idx=9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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