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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othing Aug 21. 2023

꿈이 물방개인 꿈에서 물방개는 꿈을

시소설

 엄마 우리는 언제까지 돌무덤에 살아야 해


 짧지만 튼튼한 다리를 하찮은 모양으로 뻗는 물방개는 연못이 그리웠다 작은 송사리를 찢어 우두득우두득 사랑한다고 말할 때 연잎 아래 풀줄기에 몸을 감아 나비를 수놓을 때 숨 쉬는 법을 몰랐을 때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았을 때 그저 가끔씩 흰 수염 고래와 수면 위로 튀어올라 숨구멍을 비워내던 연못이 그립다


 엄마 어쩌다 우리는 돌무덤으로 내몰린 걸까


 연못이 쪼그라들 때 하다못해 그늘 아래 물웅덩이라도 갈 걸 그랬어 터전 잃은 물방개의 삶은 어찌 되리오

 매끈매끈한 등면 유지가 불가하여 날이 갈수록 메말라가는 퍼석한 삶을 어찌 하리오 물방개는 짧지만 위용 넘치는 더듬이를 내리며 읍소한다


 엄마 세상의 물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돌무덤의 끝자락에서 엄마가 멈추어 섰다 작은 등판 너머로 검은 바다가 움씰거리는 것이 보였다 저렇게 큰 연못이라면 송사리가 수억 마리는 있을 테지 물방개는 있는 힘껏 하찮은 날개를 펴 날아올랐다


 철퍼덕

 물방개가 도착한 곳은 거대한 돌기둥 아래


 찢어진

 비닐

 사이로

 새큼한

 송사리

 냄새가

 악취가

 오물이


 캄캄한

 돌기둥

 틈이


 축축하고

 어둡고

 냄새나고

 더러운

 이곳이


 아, 이제 여기가 연못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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