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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 Jul 14. 2022

뜨는 콘텐츠에는 특•전•격이 있다

김승일 작가의 <재미의 발견>을 읽고

매일 브런치를 먹듯이 아침 경제 기사를 주는 김승일 작가님의 글은 저에게 유익합니다. 문화부 기자를 지내고 수많은 책과 사람, 콘텐츠를 접했다고 하는 그가 20대에 쓴 장편소설 ‘재미의 발견’을 읽어보았습니다. 읽을수록 더 꼼꼼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란 무엇일까요? 김승일 작가는 <재미>란 사람을 당혹하고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라 합니다. 콘텐츠가 보통에서 많이 멀어져 있어서 몰입하게 되고 현실을 잊게 되는데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다가 지금 여기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것이 바로 재미라고 합니다. 그리고 재미에는 바로 특•전•격이라는 요소가 담겨있었습니다. 이것은 특이, 전의, 격변을 의미합니다. 주로 콘텐츠에 특이하거나, 전의적인 요소나 격변하는 상황이 재미를 느끼게 한다는 것입니다.


먼저, <특이>는 보통 것이나 보통 상태에 비하여 두드러지게 다름입니다. 많은 콘텐츠 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예는 바로 ‘빌리 아일리시’의 ‘You should see me in a crown [M/V]입니다.(https://youtu.be/Ah0 Ys50 CqO8)

2020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송 오브 더 이어’, ‘앨범 오브 더 이어’, ‘레코드 오브 더 이어’, ‘베스트 뉴 아티스트’라는 네 개의 상을 받은 빌리 아일리시. 음악을 잘 모르는 제가 ‘bad guy’를 들어본 적이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음악을 들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음악을 ‘얼터너티브 트랩’이라고 표현합니다. 정통에서 벗어난 독특한 음악관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뮤직비디오는 정말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거미가 온몸을 아주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는 모습과 풀린 그녀의 눈은 가사처럼 나를 침묵하게 만들었습니다. 거미들은 그녀가 쓴 왕관을 닮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입에서 거미가 나왔습니다. 옷 속으로 거미가 들어갔습니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걸까요? 아님 보는 사람의 시선을 끌고 굴복시키기 위해 참는 것일까요…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거미를 보면 무서워하는 우리 1호가 이 영상을 본다면 얼마나 충격적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동안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전의>는 생각이 바뀜, 의미가 바뀜입니다. 시인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김승일 작가가 패러디한 시 ‘나와 곱창과 흰 쌈무’가 떠오릅니다. 백석의 시를 인터넷에서 찾아보았습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나와 곱창과 흰 쌈무 - 김승일


살찐 내가

맛있는 곱창을 사랑해서

오늘 밤은 촉촉 침이 고인다

곱창을 사랑은 하고

침은 촉촉 고이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나는 생각한다

곱창과 나는

침이 촉촉 고이는 이 밤 흰 쌈무를 타고

뱃속으로 가자 출출이 우는 뱃속으로 가 위장에 살자

침은 촉촉 고이고

나는 곱창을 생각하고

곱창을 아니 먹을 수 없다

언제 벌써 내 입속에 고조곤히 와 사르르 녹는다

뱃속으로 가는 것은 다이어트따위에 지는 것이 아니다

다이어트 따위 더러워서 버리는 것이다

침은 촉촉 고이고

맛있는 곱창은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쌈무도 오늘 밤이 좋아서 아삭아삭 울 것이다


이렇게 저자가 직접 바꿔 쓴 시를 보니 전의가 더 잘 이해되었습니다. 러시아 이름으로 보이는 나타샤와 백석은 시대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듯합니다. 평소 곱창을 좋아하는 저는 나타샤가 곱창으로 바뀌는 패러디를 보며 피식 이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의미가 바뀌어 전혀 다른 내용이 되니 또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시와 패러디는 대표적인 전의적인 표현이고 작가는 관계를 잇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격변>은 상황 따위가 갑자기 심하게 변함입니다. 스파이더맨이 인기를 잃은 이유가 기억에 남습니다. 스파이더맨은 거미줄을 쏘며 이 건물 저 건물을 곡예하듯이 이동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셋째, 넷째 손가락을 접어서 끈끈한 거미줄을 발사하는 모습도 떠오르고요. 그런데 스파이더맨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로다주의 아이언맨에 비해 밀리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작가는 스파이더맨은 마블 히어로 중에 격변의 폭이 가장 큰 캐릭터라고 말합니다. 평소에는 지질한 삶을 살다가 범죄가 일어나면 영웅으로 변모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가면을 썼을 때 쿨해지고 당당한 모습에 관객들은 집중하게 되는 듯합니다. 이러한 스파이더맨 캐릭터를 가장 잘 소화해 낸 배우는 바로 ‘토비 맥과이어’라고 합니다. 누굴까 하고 실제로 인물을 검색해보았습니다. 눈이 크고 동그란 외모에 제가 기억하고 있는 피터 파커였습니다. 그에 비해 다른 배우들이 스파이더맨을 연기했을 때는 흥행에 실패했다고 하는데요. 작가의 말처럼 스파이더맨이 좀 더 지질해지고 격변의 폭이 클수록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고 오래 기억에 남는 듯합니다.


유익하며 기억에 남은 점은 내가 만든 콘텐츠가 누군가에게 불쾌한 감정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합니다. 재미난 비보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4초가 흐르기 전에 다른 영상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4초의 법칙. 변화를 주어야 시청자가 다른 콘텐츠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클리셰’나 ‘플롯’과 같은 문화 예술의 용어도 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국어사전에 클리셰는 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 따위를 이르는 말, 플롯은 구성으로 문학 작품에서 형상화를 위한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배열하거나 서술하는 일로 나와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콘텐츠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치 작가가 제 손을 잡고 다양한 콘텐츠들을 소개해주고 이를 분석하는 눈을 키워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소개한 내용 말고도 하나하나 메모해두고 싶은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핸드폰 사진으로 저장해두다가 *이버 KEEP에 내용들을 정리해두었습니다. 앞으로 콘텐츠를 구경하고 ‘특•전•격’ 공식에 대입하여 분석해보고 싶습니다. 좋은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를 처음으로 작가님으로 불러주신 김승일 작가님, 감동이었습니다. 함께 거듭나자는 말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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