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 이 작품은 ‘진짜’입니다.
여러분! 위의 고양이를 만나본 적이 있나요? 아마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으실 거예요. ‘냥캣’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고양이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캐릭터 밈*으로 유명하죠. 그런데 이 아이의 몸값은 한화로 무려 약 6억 7천만 원이라고! 상상을 초월하죠?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고양이는 NFT 형식으로 거래되었다는 점이에요. NFT는 'Non Fungible Token'의 약자로, 직역해보자면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이에요. 블록체인* 토큰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표식을 부여하는 신기술이죠.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죠? 쉽게 풀어서 설명해드리자면, 이는 ‘디지털 자산 소유 증명서’라고 볼 수 있어요. 작가가 직접 제작한 컴퓨터 파일에 고유 번호가 부여되고, 이 고유 번호가 복제품이 가득한 디지털 세상에서 진품을 가려내는 표식이 되는 것이죠. 소유권이 입증될 수 있는 콘텐츠에 각각 고유한 값을 매기기 때문에 다른 자산으로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명칭이 붙게 된 것! 인터넷상의 이미지나 영상 등은 디지털 파일이기에 무제한으로 복제가 가능하지만, NFT 기술을 이용한다면 콘텐츠들이 수없이 복제되더라도 어떤 것이 진품인지 가려낼 수 있어요.
NFT 기술은 2017년에 냥캣, NBA* 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 등을 수집하는 데에서 시작되었어요. 냥캣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에서 출시한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에서 나온 캐릭터였는데요.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가진 고양이들에게 고유 번호를 부여하고, 게임 유저들로 하여금 암호화폐로 고양이를 사고팔 수 있게 하면서 NFT 기술이 활용되기 시작했죠. 또 어떤 기업은 NBA와 협업하여 사람들이 농구 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어요. 이렇게 NFT 기술이 점점 발전함에 따라, 작품의 원본성과 유일성이 중요시되는 예술 분야에서도 그 필요성이 인정되면서 NFT 기술이 활용되기 시작했다고.
*밈(Meme) :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여러 2차 창작물이나 패러디물.
*블록체인 : 누구나 열어볼 수 있는 공간에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에 복제해 저장해놓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 데이터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함.
*NBA : 전미농구협회(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의 약칭.
NFT를 통해서 작품의 원본성을 입증할 수 있다는 거네요! 그렇다면 예술 분야에서 NFT 기술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 건가요?
NFT 기술은 특히나 예술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어요. 지난 3월, 세계적인 경매업체 크리스티는 처음으로 NFT 경매를 선보였죠. 여기서 비플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클 윙켈만이 제작한 JPG 파일의 디지털 아트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가 약 785억에 판매되었고, 구매자 또한 암호화폐를 통해 값을 지불했어요. 이는 그동안 거래된 NFT 작품으로는 최고가였고, 또 현존하는 예술가들 중에선 제프 쿤스*, 데이비드 호크니(이전에 다뤘던 작가예요! 궁금하다면 클릭)를 잇는 세 번째였다고. 이 작품은 비플이 2007년부터 매일 자신의 SNS에 업로드해온 사진들을 콜라주 해서 만든 작품이에요. 이 중에는 저스틴 비버, 케이티 페리 등의 팝스타와 함께한 사진들도 있었죠. 이처럼 크리스티가 NFT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자, 크리스티와 더불어 미술 경매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경매 업체 소더나도 NFT 시장에 뛰어들었어요. 그렇게 NFT 미술 작품이 예술계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현재까지 약 10만 점의 미술품들이 총 2,220억 원에 팔렸다고!
*제프 쿤스 : 미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네오 팝아티스트. 'Rabbit', 'Balloon Dog'이 대표작이다.
그런가 하면 유명한 현대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 ‘Morons(멍청이)’ 또한 NFT로 변환되어 판매되기도 했어요. (어반 아트 레터에서 소개해 드렸던 예술가예요!) ‘NFT 미술팬’이라는 익명의 한 집단이 ‘Burnt Banksy(불난 뱅크시)’라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벤트를 벌였거든요. 이들은 뱅크시의 ‘멍청이’ 판화 에디션을 약 1억7천만 원에 구입해 작품을 NFT로 전환한 다음, 경매를 통해 약 4억 3천만 원에 판매하며 진짜 그림은 바로 불태워버렸죠. 결과적으로 디지털 NFT 파일이 실물 작품보다 비싼 값으로 남은 것! 이들은 이런 이벤트를 통해 ‘실물을 없앤다면 NFT 파일이 유일무이한 진품이 된다’라며 디지털 아트의 가치를 강조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 팀의 정체가 결국 블록체인 회사 관계자로 드러나면서, 전통적인 예술 작품의 가치를 경시하고 기술력만을 예찬하는 것이 아니냐며 많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고.
우리나라에서도 NFT 경매가 뜨거운데요, 최근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것은 바로 국보 제70호이자 한글 창제의 원리가 담겨있는 훈민정음과 관련되어 있어요. 지난 7월, 간송미술관 측에서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100개의 NFT로 제작해 개당 1억 원의 가격으로 판매할 계획을 밝혔거든요. 이번 계획을 통해 훈민정음 해례본을 디지털 자산으로 영구 보존함으로써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미술관 운영 관리 기금을 마련하고자 함이었죠. 하지만 아직까지 국보가 NFT로 제작되어 판매된 사례는 없었기에, 이 계획이 실현 가능할지는 문화재청의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고.
NFT기술이 미술계에서 생각보다 많이 활용되고 있었네요! 그런데, 왜 이 기술을 활용하려는 건가요?
사실 NFT 작품은 디지털 세상에만 존재하기에, 만질 수도 벽에 걸어둘 수도 없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다들 열광하냐구요? 이는 NFT 경매가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이자, 최근 많은 시장의 주 소비자인 MZ 세대를 타겟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과거 기성 세대가 감상을 목적으로 미술품을 소장했던 것과 달리, MZ 세대는 이슈를 만들어내고 인증하려는 목적으로 미술품을 소유하려는 특성이 강해요. 그렇기에 오히려 디지털을 통해 미술품을 소장하는 것이 더 편리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이러한 편리함에 많은 MZ 세대들이 공감하면서 디지털 상의 NFT 경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NFT 경매에도 뚜렷한 장단점은 존재해요. 우선 장점부터 말해보자면, NFT는 소유권과 판매 이력 등 모든 행위가 블록체인에 저장되기에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10~25% 정도의 저작료가 원작자에게 분명하게 돌아갈 수 있어요. 이는 그동안 무단 복제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받아왔던 미술계에서 NFT가 하나의 해결 방법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죠. 또, 원본을 직접 교환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작품이 파손될 우려가 적어진다는 장점도 존재한다고.
그동안 저작권 문제로 몸살을 앓던 미술계에선 환영했겠네요! 근데 아무래도 신기술이다보니 비판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반대로 NFT 기술이 미술품 외에 영상, 음악, 게임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작품성이 아닌 투자 가치만을 노린 것이라는 비판도 있어요. 실제로 블록체인 기술, NFT 기술이 급성장하면서 디지털 아트 시장에 거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거든요. 이로 인해 시장의 유동성이 커지고 막대한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전형적인 거품 현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죠. 실제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4월 기준 NFT 평균 가격이 2월에 비해 약 67.4% 하락했다고 해요. 이런 현상을 두고 워싱턴 포스트는 “예술 혁명이라기보다는 투기성 높은 기술에 대한 골드러시*”라고 평가했고, 뉴욕타임스는 1600년대 네덜란드 튤립 투기 현상*과 닮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고.
*골드러시 : 19세기 미국에서 금광이 발견된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려든 현상.
*튤립 투기 현상 :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에 대한 과열 투기 현상으로, 경제현상에서 거품이 발생한 상황을 뜻함.
*블룸버그통신 : 금융정보와 뉴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미디어 그룹.
국내의 훈민정음 NFT 경매 시도 사례에서는, 작품 하나가 무려 백 개의 NFT로 쪼개지기에 그 원본성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되었어요. 뱅크시의 작품처럼 원작이 파괴되지 않고 실물 작품이 존재하는 한, 아무리 NFT 파일로 인정된 원본 작품이라 해도 실사 원본은 현실 세계에 또 존재하기 때문이죠. 즉 원본의 원본까지 이어지며 과연 가상과 현실 사이, 작품의 유일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로까지 번지게 된다고.
신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도입 초기인 만큼 조금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세상이 지켜본 중요한 대결 하나가 있었어요. 바로 대대적인 AI와 인간의 대결이었던 이세돌 vs 알파고 바둑 대국! 그런데, 이 영상도 NFT화되어 거래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마치 NBA 경기 영상이 NFT로 변환되어 그 원본성을 인정받은 것처럼,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영상도 디지털 파일로 경매에 올랐어요. 과연 누가, 얼마의 가격에 이 영상을 구매했는지 궁금하시다면 지금 바로 아래 영상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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