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마녀가 아냐
오늘은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비틀어,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뮤지컬 <위키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풀도 나무도 온통 회색빛인 미국 캔자스 주의 어느 시골 마을. 그곳에는 은은한 금발 머리와 발그레한 볼이 매력적인 소녀 도로시가 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도로시는 정체 모를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형형색색의 꽃과 따뜻한 볕이 가득한 오즈 왕국 동쪽에 떨어지게 되죠. 눈앞에 펼쳐진 갑작스러운 상황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던 도로시는 우연히 착한 북쪽 마녀 글린다를 만나고, 글린다는 집에 돌아가고 싶다면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라 전해요.
도로시는 마법사를 찾아 그가 있는 에메랄드 시티로 떠나고, 마침내 얼굴을 마주한 오즈의 마법사로부터 부탁을 하나 받죠. 바로 사악한 서쪽 마녀 엘파바를 해치워 달라는 것! 결국 도로시는 엘파바를 물리친 뒤 자신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며 이 이야기는 막을 내려요. 앗, 그런데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맞아요! 이 이야기는 여러분도 어린 시절 한 번쯤 읽어보셨을 법한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요.
동화 <오즈의 마법사>는 많은 사람들이 읽었던 소설인 만큼 다양한 이야기로 바뀌었어요.
동화 <오즈의 마법사>에서는 서쪽 마녀 엘파바가 사악한 마녀로 표현되는 반면, 이를 각색한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 <위키드>에서는 엘파바가 정의롭고 진취적인 인물로 그려져요. 게다가 <오즈의 마법사>에서 착한 마녀로 표현되는 글린다는 사실 관심과 사랑에 굶주린 공주병 환자였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죠. 그러면서 엘파바가 사악한 마녀로 낙인찍히게 된 이유를 알려주는데요, 뮤지컬 <위키드>는 바로 이 맥과이어의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오즈의 마법사>가 소녀 도로시에 초점을 맞춰 전개되는 이야기라면, 소설과 뮤지컬은 도로시보다는 두 마녀의 우정에 서사를 부여해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있죠. 그렇다면 동화의 내용과는 달리, 사악하게만 표현되었던 서쪽 마녀 엘파바가 원래 착한 마녀였고, 착한 북쪽 마녀로 알려진 글린다가 사실 허영덩어리였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뮤지컬 <위키드>의 주인공이자, 오즈 왕국의 서쪽에서 태어난 마녀 엘파바는 시퍼런 초록색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어린 시절부터 따돌림을 당해왔어요. 이에 반해 찰랑거리는 금발 머리의 소유자 북쪽 마녀 글린다는 밝고 화려한 의상을 즐겨 입는 인기 스타였죠. 외모도 성향도 완전히 반대인 두 사람은 우연히 쉬즈 대학에 함께 입학하게 되는데요, 외형만 보고 서로를 편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들은 무도회를 기점으로 친구가 되기 시작하죠. 뮤지컬 <위키드>는 글린다와 엘파바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부당한 현실을 바로잡고자 노력하는 두 마녀의 성장기를 담고 있어요.
그들이 사는 오즈 왕국을 지키는 오즈의 마법사는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존재였는데요, 사실 그는 놀랍게도 마법을 쓸 줄 모르는 사기꾼이자 악랄한 독재자였어요. 잔인한 동물 실험을 반복하고, 동물들의 언어와 권리를 빼앗으면서도 나쁜 뜻은 없었다며 둘러대죠. 훌륭하고 거룩한 존재로 남고 싶었던 그는 오즈 왕국의 시민들 모두를 속이기까지 해요. 그러던 어느 날, 이 마법사는 자신이 마법을 쓸 줄 모른다는 사실을 엘파바와 글린다에게 들키고 마는데요, 치부를 드러내기가 죽기보다 싫었던 마법사는 두 마녀에게 자신의 비밀을 지켜주면 명예와 권력을 쥐여주리라 약속하죠. 그러고는 비밀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왕국을 떠나라고 명령해요. 엘파바와 글린다는 마법사의 편에 설 것인지, 왕국을 떠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돼요. 글린다가 오즈 왕국에 남아 부와 명예를 얻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을 택한 반면, 엘파바는 소수자인 말하는 동물들을 보호하며 자신의 굳건한 신념을 지키기 위해 떠나기로 결심하죠. 이에 오즈의 마법사는 자신의 비밀을 알고 마을을 떠나려는 엘파바를 나쁜 마녀로 몰아가기 위해 온갖 소문을 퍼뜨렸고, 그래서 엘파바에게 사악한 서쪽 마녀라는 꼬리표가 붙게 된 거라고.
1) 선과 악의 경계
그렇게 엘파바는 눈 깜짝할 사이에 못된 마녀가 되어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기 시작해요. 아무것도 모르는 오즈의 시민들은 ‘마녀를 무찌르자’라는 말 한마디에 선동되어 엘파바를 짓누르죠. 그녀의 피부는 뱀과도 같아서 껍질이 벗겨지고, 물에 닿으면 녹아버린다는 기괴한 소문까지 퍼뜨려 엘파바를 고통 속에 몰아넣고 말아요. 바로 여기에서 뮤지컬 <위키드>는 사회가 어떻게 평범한 한 인간을 악인으로 탈바꿈시키는지 단적으로 보여주죠. 엘파바를 나쁜 마녀로 몰아가기 위해 만들어냈던 소문이 거짓이듯, 우리가 사실이라 확신하고 있던 것들도 알고 보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거짓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이러한 상황에도 엘파바가 소수자인 ‘말하는 동물’의 편에 서서 그들의 권리를 위해 마법사 일당에 끊임없이 대항하는 모습은 많은 관객들에게 울림을 주었는데요, 사악한 마녀라는 억울한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념과 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걸 멈추지 않았거든요. 게다가 그녀는 현실을 수용하고 독재자와 마법사 일당에 돌아갈 기회도 충분히 있었지만, 스스로에게 떳떳한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죠.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행보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가 규정짓는 선과 악이 얼마나 편협한 것인지 깨닫게 한다고.
2) 진정한 우정이란
또 뮤지컬 <위키드>는 우정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어요. 편견으로 인해 서로를 미워했던 글린다와 엘파바는 어느새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깊은 우정을 보여주거든요. 글린다는 엘파바의 타고난 마법 재주를, 엘파바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글린다의 인기를 부러워하는데요, 친구가 되는 과정에서 서로의 결핍을 발견하고 이를 채워주기 위해 애쓰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죠. 결국에는 서로 다른 선택을 하며 대립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지만, 글린다는 오즈에 남아 마법사의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엘파바는 소수자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며 정의로운 왕국을 만들어가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한다고. 이처럼 거울에 비추듯 서로를 채워주며 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눈에 보이는 어떤 것도 친구가 되기 위한 조건이 아니며 진정한 우정의 의미는 무엇인지 관객으로 하여금 되돌아보게 해요.
뮤지컬 <위키드>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매력이 더 있다면서요?
뮤지컬 <위키드>는 우리가 평소 갖고 있던 마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평가받는 작품이에요. 원작 소설 <위키드>의 작가 맥과이어는 “마녀의 이야기를 비튼 건 마치 처음 비스킷을 우유에 찍어 먹는 것과 같았다.” 라고 말했죠. 이처럼 뮤지컬 <위키드>는 마녀들은 타고난 힘을 갖고 있고, 그 힘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거나 타인을 괴롭힌다는 일반적인 설정을 비틀어 신선함과 충격을 선사하는 작품이라고. 대중들은 이와 같은 뮤지컬 <위키드>의 매력에 푹 빠졌고, 그 결과 <위키드>는 2003년 개막한 이후 가장 빠르게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고 무려 6,0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흥행을 이뤄냈죠.
뮤지컬 <위키드>가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 데에는 작품의 내용과 메시지뿐만 아니라 신비롭고 장엄한 무대 세트도 크게 기여했는데요, 시계의 내부 장치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세트에서는 수많은 톱니바퀴가 맞물리며 쉼 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어요. 또, 무대 위에 설치된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타임 드래곤의 높이는 무려 12.4미터로, 웅장함과 장엄함이 동시에 느껴지죠. 객석까지 뻗어가는 넝쿨 세트나 돌출된 무대는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오즈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섬세하게 디자인한 무대 장치라고.
뿐만 아니라 <위키드>의 매력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의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무대에는 약 350벌에 달하는 의상이 등장하는데요, 이 의상들은 무려 총 40억 원의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고! 브로드웨이 대표 디자이너인 수잔 힐퍼티가 직접 디자인해 토니상, 올리비에상 등 수많은 의상상을 휩쓸기도 했죠. 비즈 하나하나를 손수 꿰어 만든 드레스부터, 360겹의 원단으로 이루어진 신비로운 매력의 드레스까지 안무와 동작 하나하나에 맞춰 끊임없이 수정하고 정성 들인 결과물이라고. 이를 통해 뮤지컬 <위키드>의 황홀한 판타지가 관객들의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질 수 있게 됐죠.
다채로운 매력에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뮤지컬 <위키드>의 넘버는 뮤지컬계가 사랑하는 작곡가 스티븐 슈왈츠가 작사와 작곡을 맡았는데요, 그래미상부터 토니상까지 휩쓸며 대단한 명성과 인기를 입증했다고! 그 중에서도 글린다와 엘파바의 우정을 그린 넘버, For Good 영상을 준비했어요. 정선아 배우와 손승연 배우가 부른 For Good, 함께 감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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