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을 10년 넘게 받고, 상담심리 공부해서 학위도 받고, 그 과정에서 상담심리학과 교수도 되고, 상담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면서 밖에서는 영적 치유자라는 소리를 들어도 가족에겐 생리전증후군을 겪는 시기에 때때로 영적 파괴자가 된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았던 상처에 대한 분노를 죄 없는 남편과 시부모님, 딸에게 투사하고,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내 안에서 튀어나올 때, 나는 그 아이에게 휘둘린다.
올해 목표를 수정했다.
그동안 나의 목표는 외부로 향하고 있었다. 자격증 받기, 연수받기, 살 빼기...
내가 진정으로 해야 할 과제는 "가족에게 친절하기"다.
가족에게 친절하기가 쉽지 않다. 내 감정을 내가 어찌하지 못한다. 그런 나를 감내하고 견디어 주며 곁에 있어 준 가족에게 새삼 감사하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전두엽의 일부 기능 상실로 인해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소중한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상처를 주어 괴로워하곤 한다. 그나마 그 분노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는 사람들도 많다. 진실은 어린 시절 상처받았던 내면아이에게 휘둘린 것인데...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알아도 사실 딱히 변하는 것은 없다. 다만, 한바탕 감정의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난 후 평온함이 올 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뿐이다. 또 그 감정의 소용돌이는 되풀이된다. 어린 시절 상처받은 감정이 건드려지면 내면아이는 튀어나와서 난리를 친다.
그들은 잘못이 없구나... 그들은 그저 평범하고 착한 피해자이고, 나는 가해자가 되는 것 같다. 그렇게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난 너무 크게 분노한다. 그렇게 원가족에게 받았던 상처를 복수하고 분풀이를 해버린다.
그만큼 나는 어렸을 때 아팠구나. 그 아이를 바라보면 안쓰럽다. 얼마나 사랑받고 싶었는지... 관심과 애정과 엄마가 필요했는데... 방치되고, 매 맞고, 어른들의 공포스러운 싸움을 목격하고... 불안했고, 절망과 포기와 자해와 자살시도가 그 아이가 찾아낸 미숙한 해결책이었다.
더 커서 집을 나갔지만,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는 그 상처받은 아이와 나는 평생 함께 살아야 한다. 그 아이와 사이좋게 잘 지내보고 싶다. 화내면 바로 밖으로 투사하지 않고 고요히 바라보며 받아주고 위로해 주고 싶다. 내가 나의 온화한 엄마가 되고 싶다.
타인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에게 엄마가 되고 싶다. 힘들 때 내게 와서 털어놓으면 모든 상처받은 감정들이 사랑으로 잊혔으면 좋겠다.
늘 내가 해결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 하다가 마지막으로 항복하게 된다. 그리고 신께 도움을 요청한다.
"하나님, 저는 저를 어쩔 수가 없습니다. 도와주세요."
"제 안의 내면아이를 치유하고 위로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