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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ug 19. 2024

근심이 있다면 설거지를 하세요


설거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나는 설거지 하는 게 너무 싫다.

식후마다 설거지로 나의 소중한 시간을

소비하기가 싫다

설거지는 하루에 한 번 하면 안 될까?

먹고 나서 하든 나중에 하든 결국에는 내가 할 건데

하루에 한 번 하든 두 번 하든 내 맘 아닌가?

그래서 나는 설거지가 하기 싫어서

다른 일들이 많을 때는 하루에 한 번만 하기로 했다


겨울에는 하루에 한 번을 해도 되지만

더운 름에 한 번만 할 경우  

날파리를 대량 사육하게 되니 피해야 한다.

그래서 여름은 더 싫다.


나의 나쁜 습관 중 하나는

설거지를 하다가 중도 포기를 잘한다는 것이다.

설거지 하다가 다른 일이 생각나면

설거지는 도중 하차하고 생각난 일을 하러 가버린다.

그런 나를 보던 남편이

여러 번 충고를 했지만

어차피 내가 할 거니 간섭 말라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던 중 손목에 무리가 오면서

설거지 하는 횟수는 더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참다못한 남편이 식기세척기를 들여놓았다.

식기 세척기를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

차곡차곡 넣어두면 말끔하게 세척을 해주는

요 녀석은 정말 요물이었다.


그런데... 그것 잠깐

기계를 사용하면 더 편한 걸 찾게 된다고

음식물이 잔뜩 묻은 그릇을 식기세척기에 넣는 게

귀찮아진 것이다.

넣는 게 귀찮아서 또 싱크대에 설거지는 쌓여가고

 씻다가 다시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난 설거지는 겨우 겨우 하는 일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오늘도 아침 10시에 약속이 있어서

싱크대 속은 내 몰라라하고 매몰차게 나가버렸다.


모임에서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다

한 선생님이

-물이 담긴 그릇이나 물이 담긴 컵이

주방이나 싱크대에 있으면

근심이 많아진다며 본인은 컵 하나라도 있으면

꼭 씻어둔다

는  말을 하셨다


'누구는 에이 미신인데 그걸 믿나요?' 하겠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아차' 했다.

근심도 없어지고 주방도 깨끗해진다면

해볼 만일이라고 생각했다.


한동안 계속 깊은 잠을 못 자서

늘 피곤했고 잠을 자도 잠잘 새 없이 쓸데없는  자주 꾸곤 했다.

'그게 설거지를 안해서 그런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밑져야 본전인데 집에 가면

'이제부터 설거지는 미루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했다.


오늘 저녁

저녁을 먹고 바로 설거지를 했다.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앞으로 설거지를 열심히 하겠다고

신랑에게 다짐하듯 큰소리 말했다.


"그분 연락처 좀 주라 감사하다고 인사드려야겠다.

그리고 앞으로 그런 얘기 좀 한테 많이 해주라고 해야겠다."  남편이 웃는다.


죽으라고 하기 싫은 일도

하면 좋다니 하게 되는 인간의 간사함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가 생각해도 내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면서

웃긴다.


어쨌든 미신이든 아니든

나에게는 좋은 일이니까?


열심히 실천해 보고 근심이 사라지면 알려드릴게요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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