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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ug 24. 2024

싸우면 투명인간이 됩니다.

남편과 나는 10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10년이나 연애했으면 서로다 알만도 하지만

우리는 결혼 17년 중 10년가량을

감정싸움을 하며 보냈던 것 같다.

아이를 낳고 키울 때가 아마

제일 절정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싸워도 조리 있는 말로 상대를

제압하지 못한다.

남편을 싸워서 제압한다는 표현이 좀 그렇지만

혈기 왕성하던 30대 초반에는

싸우면 지기가 싫었다.

따박따박 말은 못 하면서 지기는 죽어도 싫었다.

나의 싸우면 하는 행동은

남편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이었다.


'이 집에는 나랑 두 아들만 산다'

라고 생각하며 화해할 때까지 그렇게 지냈다.

냉전기간 남편은 나에게 투명인간이 된다.

내 옆을 스쳐 지나가도 쳐다보지도 않고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아이들만 챙기며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얄팍한 자존심에 누가 먼저 미안하다고

화해를 요청할지 서로 눈치만 본다.

서로 말을 하지 않고 지내다가

진짜 견딜 수 없을 때

편지를 주거나 대화 좀 하자고 말을 건다.

(그렇게 지내면 늘 내가 손해 보는 것 같아

내가 먼저 화해를 요청했던 것 같다)


남편은 늘 자기가 먼저 그랬다고 하지만

난 내가 늘 먼저 화해하자고 했다며

지금도 투닥거린다.

(진실은 알 수가 없다)


결혼 17년째가 되는

이제는 싸워도 서로를 투명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다.

긴 세월의 경험으로 상당히 불편하다는 걸 알기에

그리고

크게 한번 싸우고는 절대 그렇게 하지 말자고

10년이 넘어서야 서로에게 다짐을 받았다.

(참 많은 세월을 돌아 돌아 둘은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치열하게

서로를 무시하며 지지고 볶고 싸우던 시절이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참 많이 후회된다.

'좀 더 일찍 마음을 바꾸고 잘 지낼걸' 하며 말이다.


그렇게 10년을 싸우더니

요즘은 거의 싸우지 않는다.

남편이 먼저 화를 풀어주기도 하고

예전 같으면 토라져버릴 말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는 내가 되었다.


두 아들이 커버렸고 사춘기가 되니

나의 손을 거의 타지 않는다.

나와 놀아 주지도 않는다.

딸이 없는 나에게는 남편이 나의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싸우면 나는 외톨이가 되니

더더 싸울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누가 그랬다.

싸운다는 건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왕 사랑해서 결혼한 거라면

싸우지 않으면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다는 걸

모든 부부들이 빨리 깨달으면 좋겠다.


남편과 친해지니 말이 없던 내가

남편 앞에서는 수다쟁이가 된다.


부부가 싸울 때

서로 싸우지 않는 방법을 알면서

화회 하는 방법도 알면서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다면 누구라면 먼저 손을 내밀자.

손을 먼저 내민다고 지는 게 아니다.

내민 손을 꼭 잡아주자


그러면 더 행복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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