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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May 20. 2024

당신에게 축제란?

내가 왜 그토록 미쳐있었을까?

5월 초에 함께 참여했던 옹기축제 주민기획단 팀들과 마지막 회식이 있었다.

옹기 축제 총감독님과는 작년 여름부터 함께했다.


이번 축제 기획은 아무런 대가 없이 순수하게 내가 좋아서 참여했다.

돈을 주는 것도 명예도 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내 생각을 표현하고 그 생각을 기획하고 세상에 내놓을 때의 그 희열은 나에게 참신한 충격이었다.


회식자리에서는 그동안의 이야기들이 오고 가기 시작했다.

축제 준비 잘했다고.

훌륭하게 해냈다고

이 모든 게 주민기획단 덕분이라고

칭찬도 자자했다.


우리는 무언가 큰일을 해낸 사람처럼 기뻐했다.

하지만 그중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한 직원이 있었다.

나와 함께 했던 27살의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는 직원이었다.

부모님이 자영업자라 안전한 직업을 갖고자 들어왔는데 안정적이지 못했다.

축제기간에는 야근을 밥먹듯이 했고 주말도 없었다.

과연 이 일이 나에게 맞는지 수없이 고민했을 그녀의 눈빛이 그동안의 생각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녀에게 축제는 고통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가가 촉촉했다.


하지만 총감독님은 축제가 연민이라고 한단다.

순간 내 표정은 왜?라는 표정을 나도 모르게 지었다.

그러자 나에게 묻는다.

-혹시 T세요?

요즘 F에서 T로 넘어가는 느낌은 들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어서 지은 표정이었다.

-왜 축제가 연민인 거죠?

-축제는 이유 없이 슬픈 거래요.

-왜?

나는 끝까지 축제가 연민이라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홍보팀 감독님께 물었다.

-감독님에게 축제란? 무엇인가요?

-나에게 축제는 일상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며칠 전 읽은 이기주 작가의 보편적 단어가 생각이 났다.

불행의 반대가 일상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던 내가 떠올랐다.

흔히 우리는 불행의 반대가 행복이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불행의 반대는 작가의 말처럼 일상일지도 모른다고.

지금 내가 보내는 일상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감독님에 말에

-감독님에게 축제는 결국 행복인 거네요.


나에게 이번 축제는 어떤 의미였을까?

사실 참여해도 나에게 이로운 건 없었다.

돈을 주는 것도 아니었고

내 소중한 시간을 하루종일 받쳐야 했고.

매년 있는 시댁 모판작업도 일부러 오지 않는 거라는 말까지 들으며 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렇게 열심히 했던 것일까?


축제 기간 내내 아침부터 마칠 때까지 함께 했다.

축제가 끝난 날

-돈 안 되는 짓 하고 다니는 내가 참 그렇지?

-네가 축제참여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이고 즐거워 보여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해본다는 것은 정말 행복이다.

접해지 못했던 걸 접하고 몰랐던 사람들을 알아가고 새로운 일들을 알게 되고

이 세상 모든 새로운 앎이 나에게는 행복이었던 것이다.


5월은 나에게 너무 바쁜 달이었다.

나는 축제가 끝나자 너무 홀가분했다.

5월의 빡빡한 일정을 완벽하게 해내고 지워내고

또 다른 일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동안 축제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축제를 만드는 사람으로 살았다.

내가 이루어낸 성과들을 반응하고 좋아하해 주는 상황에 나는 행복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감독님이 묻는다.

-내년에도 주민기획단 2기로 활동하실 거죠?

-아...그...글쎄요...


왜 이 물음에는 자신이 없는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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