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카세라는데 무슨 이름이 보그호프래? 잘못 알려준 거 아닌지 몇 번을 검색하고 찾았더랬다. 급기야 다시 물었다. 진짜 여기가 맞냐고. 거리뷰의 간판도 그렇고 아무리 봐도 아닌 거 같은데...
위치 먼저 박고 간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못골역과 대연역 사이 골목을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에 보이는 보그호프라는 노란 간판이 보인다. 여기가 맞나? 하지 않아도 된다. 거기 맞다.
인당 3만 원이라는데 얼마나 푸짐한지 숙제 검사하듯 자리를 시작했다. 일행이 오자마자 내어져 나온 파전. 파와 미나리, 당근 등 채소와 오징어가 가득이다. 보그호프의 해산물은 냉동을 쓰지 않는다는 철학도 전해주고 가신다. 오! 미나리향이 가득, 이거 하나만 해도 금액이 꽤 나가겠다 싶다.
이어져 나온 나물 3찬. 고사리, 미나리, 콩나물이 적지 않은 양으로 한 접시에 담아져 나오고 갓 삶은 감자가 인당 하나씩 나온다. 일단 맛있다. 보통 이렇게 큰 전이 나오면 조금은 남기기 마련인데 이건 뭐 순식간에 둥그런 파전 하나가 비워진다. 우리 그렇게 배가 고팠던 걸까?
아이스버킷에 시~원한 맥주와 소주가 가득 담겨 나온다. 술꾼도시남자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집에서 이런 서비스라니 오늘 술 좀 먹겠는데 싶다. 그리고 이어 나온 꼬막과 김밥. 잘 익은 꼬막 곳곳에 미나리가 있어 보기에도 좋고 향도 좋다. 김밥은 자세히 보니 후토마키 수준이다. 곁들여진 미나리와 함께 먹으니 기가 막힌다.
뒤이어 나온 문어숙회와 편육. 야들야들 쫄깃쫄깃한 문어숙회는 일품이다. 편육은 대체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나 궁금해하던 우리를 알아차린 건지 장어로 만든 거라고 친절히 알려주신다. 장어 편육? 그래서 나오자마자 바로 먹어야 한다는 것. 시간이 지나면 자칫 모양이 흐트러질 수 있단다. 후다닥 모두 함께 젓가락을 갖다 댔다.
다음 코스는 수육과 김치. 특히 기름진 걸 싫어하는 내게 딱 맞는 수육이다. 기름기 없이 담백하게 건져낸 수육과 미나리, 김치를 함께 맛보면 아, 이거 하나로도 소주 한 병은 먹겠네 싶다. 쌈채소와 마늘도 잊지 않는 배려와 센스!
이때부터 술이 된 건지 생선구이의 생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 맛있어서 물어보지 않았던 것도 같다. 잘 익혀진 생선을 앞접시로 가져와 야무지게 앞뒤를 다 발라 먹었다. 여전히 미나리 베이스를 잊지 않는 플레이팅. 미나리 철이라 모든 음식에 미나리를 베이스로 한 건지는 모르지만 미나리 덕에 마치 미나리 밭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분이다.
다음으로는 장어구이! 맛있는 양념과 함께 구워진 장어 역시 순식간에 사라진다. 우리 이렇게 먹고도 또 먹어? 하는데 어느새 쉴 새 없이 젓가락이 춤을 춘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꼬리는 누가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음은 대망의 회심의 회! 아나고회 가득에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고소하고 꼬들한 회도 함께 나왔다. 이거 하나만 해도 가격이 얼만데 인당 3만 원에 가능할 일인가? 이때부터 살짝 젓가락 운동이 조금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렇게나 많이 나올 줄을 모르고 앞서 너무 많이 먹은 탓이다.
다음은 오징어 숙회. 이 또한 냉동이 아닌 오징어로 부드러움이 남다르다. 문어도 모자라 오징어까지! 부산이라 가능한 구성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 메인 코스, 오뎅탕. 어묵꼬치에 부산의 명물 물떡도 함께 나왔다. 그렇게 배가 부른데도 이건 또 싹 비우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대망의 라스트 디저트! 딸기. 상콤 달콤 딸기를 먹고 그날의 이모카세는 끝이 났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이렇게 푸짐한 이모카세가 또 있을까?
정리해 보자면 보그호프 인당 3만 원 이모카세 구성은 파전, 나물 3찬, 감자, 꼬막, 김밥, 문어숙회, 장어 편육, 돼지 수육과 김치, 생산구이, 회(아나고 + 계절회), 오징어 숙회, 오뎅탕, 디저트
디저트는 워낙 오래 있어서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내가 갔을 때 구성은 위와 같다. 하나하나 메인 요리와 같은 푸짐함과 정성 가득이다. 간단하게 먹을 생각이면 이모카세가 아닌 단품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단다. 호프집에 안주가 이렇게나 알찬 구성이라니!
일단 이 보그호프는 부산사람들도 잘 모르는 집이다. 광고를 하거나 SNS를 하지도 않는다. 그냥 맛있는 음식을 더 맛있게 내놓는 일에만 관심 있어 보이는 집이다. 지인들과의 저녁 자리, 한 번쯤 가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면 보그호프로 가보자. 값비싼 오마카세도 좋지만 부담 없는 이모카세로 정을 나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