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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Nov 09. 2024

노후 준비 없이 퇴사한 3인 전

1. 자영업의 길


50대 초중반, 평생을 바친 회사는 매몰차게 그를 버렸다. 관둬야 할 이유를 쉴 새 없이 갖다 댔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새장 밖으로 내쳐졌고 갑작스럽게 넥스트를 고민해야 했다. 평소 요리라면 자신 있던 그는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다양한 자영업 아이템을 찾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 권리금을 내고 매장을 오픈했다.


2년 여의 고민 끝에 오픈을 하면서 주위에 굳이 알리지도 않았다. 충고가 소음 같았고 자신의 선택이 반드시 옳아야만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컸던 탓이다. 오픈을 하고 10일간은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실시간 홀이 가득 찼다. 매도인은 지금쯤 눈물을 흘리고 있겠지. 그래, 내 선택은 옳았어! 어깨에 힘이 들어간 승리의 열흘이었다.


축제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딱 열흘의 기간이 다였다. 이후 홀은 점점 한산해지기 시작했고 배달은 높은 수수료와 배달료로 인해 황폐해져 갔다. 시작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1년은 채워야 할지 여기서 관두어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6개월 만에 홀쭉해져 반쪽이 된 그가 너무나 안쓰러운 날이다.


2. 투잡의 길


5성급 호텔에서 판촉 매니저를 하던 그였다. 구조조정으로 좀 더 작은 규모의 호텔로 이동을 거듭하던 그는 점점 무르익는 나이로 더 이상 호텔 업계에서는 살아남기 힘들었다. 결국 호텔을 떠나 뒤늦게 기술 자격증을 취득해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소속된 회사 없이 일이 생길 때마다 프리랜서로 지내다 보니 늦둥이 학원비가 막막했다. 비단 학원비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어떻게든 더 많이 일해야 하고 더 벌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렇게만 살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밤에 더 활활 타오르는 유흥업소 영업, 몇 년 만에 연락이 왔던 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기억 한편에 그를 따로 저장해 두었다. 팍팍해진 경기로 접대 문화도 달라져가는 요즘, 연락할 일이 있겠나 싶지만 그래도 한 번은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3. 재취업의 길


참 오랜만에 그에게 메일 한통이 왔다. 부서장으로 몇 해 전 마지막 업무 메일을 받은 이후로. 정년퇴직 인사도 없던 그였다. 갑자기 날아든 메일을 열고 그의 고뇌를 읽었다. 얼마나 많은 생각 끝에 이 메일을 보내게 되었을까. '메일이 전송되었습니다.' 메시지를 보며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까.


정년퇴직 후 기술 자격증을 취득했으니 기술이 필요하거나 필요한 곳이 있으면 소개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더불어 재취업할 곳이 있다면 언제든 소개해 달라는 추신을 달았다. 그의 도전과 용기, 그리고 희망에 진심으로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물론 마음으로 말이다. 그럴 기회가 있다면 꼭 연락을 드려야겠다는 다짐과 더불어.


pixabay

많은 준비와 생각보다는 명확한 방향과 플랜, 그리고 서서히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 노후에 대한 답과 실행을 미리 준비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닥쳤을 때 당황할 수밖에 없는 우리다. 60세가 노인이 아닐 수도 있을 가까운 우리의 미래. 어쩌면 새로운 인생은 60부터일 수 있는 오늘이다.


파이어를 할 수 있는 소수보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하는 다수의 우리는 얼마 남지 않았든 아직 한참 남았든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그림을 그려야 한다. 채색을 하고 입체로 만들어 마스터플랜을 짜야한다. 오늘 당장, 바로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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