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의 엄마가담임 선생님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우리 아이가 아파서 학원을 못 가겠다고 일하는데 전화가 왔는데 앞에도 몇 번 이런 일이 있다 보니 이건 학폭이 아닌가 싶다고. 우리 아이가 노는데 걔가 위에 올라타서 몸이 안 좋아서 학원을 못 가겠다고 했다고 일을 마치고 집에 가서 아이의 상태를 보고 내일 아침 다시 연락을 하겠다고 했단다.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다. 어떻게 했길래 그 아이가 몸이 안 좋다고 하는 건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를 다그치며 물었다. 아이는 장난으로 그 아이의 위에 올라탔고 아프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괜찮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게 다였다고 한다.
평소 덩치가 큰 편에 속하는 아이가 행동이 과하면 불편할 수 있음을 늘 생각하는 아내와 나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고 늘 아이에게 주의를 주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럴수록 더 주의를 주고 가르쳐왔다. 아이가 좀 더 조심할 수 있도록 우리는 1주일간 학교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그 아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접촉을 최소화하고 우리 아이도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아이의 엄마는 다음날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가 좀 아팠다고 하니 다음부터 주의를 부탁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 아이가 우리 아이에게만 그러는 게 아니라 다른 아이에게도 그런다고 했다고.
이 연락을 받은 아내와 나는 우선 분노했다. 아무리 워킹맘이라고 해도 아이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 학폭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는 사실과 자신의 아이의 일방적인 이야기만을 듣고 다른 아이도 불편하게 한다는 확인조차 되지 않은 이야기를 선생님에게 했다는 사실에.
사실 얼마 전 이 아이가 우리 아이에게 그동안 닭꼬치도 사주고 음료수도 사주고 고급 샤프도 몇 번 쓰게 해 줬으니 그걸 다 환산해 14,000원을 달라고 했다고 해 뜨악했던 기억이다. 그 아이에게 돈을 주고 받았다는 확인 사인을 받아 오게 했다.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가 괴롭히는 아이에게 내 고급 샤프를 몇 번 썼고 먹을 걸 사줬으니 돈을 달라고 해서 받을 수 있는 일인가.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지 않아 일체 묻어둔 이야기다. 아이는 집에서 1주일간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가졌고 이후 등교를 했다. 친구들이 그동안 학교를 오지 않았던 이유를 재차 물었지만 아이는 화제를 돌려 굳이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학년이 끝날 때까지 그 아이와의 접촉은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이런 합리적 의심이 든다. 그 아이는 학원이 가기 싫을 때마다 몸으로 함께 놀던 우리 아이의 핑계를 대며 학원을 가지 않았을 거라는. 몇 차례 이어온 그 핑계들이 모여 급기야 그 아이의 엄마에게 학폭이라는 워딩을 떠올리게 하지 않았겠냐는.
지는 게 이기는 거라는 마음으로 1주일을 버텼다. 내 아이가 소중하다면 남의 아이도 소중한 법이다. 자신의 아이만을 위한다는게 결국은 내 아이를 보이지 않는 고립으로 내몰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학폭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지만 않았어도, 상황에 대해 선생님이 확인해 주셨으면 한다는 이야기만 했었어도 이럴 일이었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