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하반기마다 트렌드와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각자 트렌드를 추정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키워드 검색 트렌드, SNS 해시태그 트렌드, 유튜브 키워드 트렌드 등 데이터를 통해 트렌드를 설명한다.
트렌드를 미리 읽는 것은 마케팅과 브랜딩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런 책을 읽지 않아도 트렌드를 미리 알고 움직여야 한다. 특히, 트렌드가 과도기에 접어들면 이미 대중에게 외면받기 시작하기 때문에, 트렌드가 시작되는 시점을 미리 캐치해야 한다. 나는 사람들의 현재 결핍에서 그 단서를 찾는다. 책을 통해서,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것을 통해서, SNS를 통해서, 댓글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다. 그런 정보를 유기적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앞으로 중요하게 될 가치를 예측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디테일한 트렌드보다는 큰 흐름에서의 변화를, 즉 미래에 중요시될 가치들을 정리해보았다.
1. 자기 주도적인 삶
'자기 주도적인 삶'에 대한 결핍이다. 프리랜서, 재택, 사이드잡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것들 관통하는 주제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워라밸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엄연히 다르다. 야근을 할정도로 근무를 많이 한다해도 내 선택으로 내가 주도적으로 계획짜서 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전부터 중요하게 여겨졌던 가치지만, 앞으로도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가치가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주도하는 삶을 살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시기에 새로운 창업이나 도전이 쉽지 않아지면서, 사람들은 더더욱 일탈하고 주도적으로 리드할 수 있는 경제 수단을 마련하고 싶어한다. 부업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본업의 경제적 수익을 넘어서는 순간 본업을 미련 없이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직하는 횟수도 늘었고 퇴사를 하고 프리랜서를 하시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경제적 수익이 좋아서 직무를 바꾸거나 이직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에 부업, 이직, 퇴사, 사업을 하는 것이다.
2. 얕게 시작해서 깊어질 수 있는 관계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려는 니즈가 많다. 인맥 관리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나 혼자의 시간을 갖기",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 것", "내면의 집중"이런 주제에 대해 피로감이 쌓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모르는 사람과 모임을 가졌다", "가볍게 아침에 수다 떠는 모임"처럼 건강한 만남을 보장하는 모임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인들이 고독을 느끼면서 이러한 만남에 결핍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모임의 목적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연애나 영업이 목적인 모임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서울숲 모닝클럽, LBCC, 트레바리 등이 그렇다. 이렇게 단체로 움직이는 모임도 있지만 개인단위로도 북토크, 음악토크의 목적으로 사람들을 모으기도 한다. 이것은 인맥 넓히기가 목적이거나 취미 생활을 하는 동호회 모임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 모임들의 공통점은 한가지 카테고리를 가지고 '성실함'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이다. '성실함'이라는 키워드가 이상한 사람들이 걸러지는 자체 필터링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카테고리는 모임의 목적과도 비슷한데, 예를 들어, 대기업 종사자들의 인사이트를 얻고 싶거나, 아침에 쓰레기를 주우면서 선한 영향력을 실행하거나 자기 계발 주제와 토론을 하거나 등의 목적을 뜻한다.
함께 무엇을 알아가고 실행하는 것에 동호회와 비슷하지만 또 엄연히 다르다. 나름 필터링이 된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부수적인 것이고 어떤 인사이트를 찾고 성실한 루틴을 만들어가는 목적이 필터링 역할을 한다. 이것은 또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지만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한국인 특성'을 잘 고려한 전략이기도 하다.
그리고 만남의 시작이 얕다. 성실한 주제로 모이기는 하지만, 무거운 의무감에서 벗어나서 얕은 목적으로 만났다. 같은 주제로 만난 사람들은 얕은 목적으로 시작했으나 서로 자주 만나고, 업무, 직업, 직무, 커리어, 비즈니스 협업 등의 스토리를 하나씩 쌓이면서 관계가 깊어진다. 비슷한 직무, 비슷한 나잇대, 같은 시공간에서 서로 도움을 주며 일하다보면, 조금씩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스토리 쌓이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인연의 폭이 더 넓어진다. 사람들이 요즘 가장 결핍을 느끼는 게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얕은 모임들이 그 결핍을 채워준다고 생각한다.
3. 휴머니즘
'착한 사람'에 대한 니즈가 많아졌다. 신동엽, 정재형 등의 인맥 좋은 연예인들의 술담화 같은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결국 잘되는 사람들은 착한 애들이 잘 되더라구", "못된 애들은 오래 못가", "시기가 다를 뿐, 착한 애들은 언젠가 잘돼" 등의 말들이 신뢰감을 주며 주목받고 있다. 일 잘하는 사람이 성격이 못나도 인정받던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는 인성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예전에는 성공하거나 일 잘하는 사람이 성격이 못나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시대였다면,
현재는 일을 아무리 잘하고 성공했어도 인성이 못되면 인정을 받을 수 없는 시대인 것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는 지능이다"라는 말이 이효리, 신동엽, 정재형, 방송 심리학자 등등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착함'에 대한 키워드는 점점 능력으로 인정받으며, 인간이 할 수 있는 능력 중 가장 어려운 영역에 속하는 것처럼 인식이 되고 있다. 실제로 '착함, 바름, 성실함, 배려, 공감, 예의' 이 부분은 지능 중에서도 가장 능력을 요구하는 지능이라고 하긴 하더라.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이제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따뜻함으로 감싸안는 것이 주목받고 인정받는 세상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능력, 권위'라는 이름 아래 숨어서 나쁜 짓을 만행하고 다니는 사람 혹은 무능력한데 '연차' 때문에 나를 짓누르는 사람에 대한 외침일 수도 있고, 그런 사람들에게 상처받는 나 스스로를 다독거리기 위해 '내가 옳다'라는 것을 믿는 방법일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착함, 바름, 성실함, 배려, 공감, 예의'에 대한 콘텐츠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착함'이라는 키워드는 단순하게 상대방에게 잘해준다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꾸준함은 신뢰성을 만들고, 그 사람이 성실하고 좋은 사람으로 판단하게 만든다. 꾸준하게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능력이고 선한 영향력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을 바라고 있다.
'착함'은 꾸준함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하며, 능력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4. 관종을 위한 카테고리
뷰티 카테고리에 얻은 인사이트이지만, 이게 언젠가는 전체를 관통할 가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관심에 대한 결핍이다.
제품 선택 시 조회수가 높아질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키링, 필터, 신기한 뷰티 도구 등이 인기를 끈다. 특히, 틱톡이라는 플랫폼에 리뷰 콘텐츠 파이가 커지면서 이러한 경향이 더 짙어지고 있다.
(틱톡은 기능, 효과 이런 것 필요 없다. 보자마자 "응? 이게 뭐야?"라고 해야 성공한다)
지금 대부분의 뷰티 타겟이 2030이라고 하면, 이 사람들이 뷰티 브랜드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내 피부를 좋아지게 만드는 것?
제품이 고급스러운 것?
US 트렌드를 보면 전체 뷰티의 트렌드를 볼 수 있는데, 그들이 바라는 것은
"조회수가 보장되는 제품"인 것이다.
용기가 특이한 제품, 제형의 컬러가 변하는 제품, 털을 더 잘 보이게 해서 내 모습을 이상하게 만드는 파우더 스프레이, 외관이 신기한 디바이스 등이 있다.
SNS가 사람들의 뉴스 채널인 만큼, 눈길을 사로 잡는 외형적 특이점을 내세울 수 있어야 사람들에게 선택받고 바이럴이 되는 것이다. 피부를 좋아지는 기능과 기술력은 왠만한 화장품들 사이에서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그 화장품이 그 화장품이라는 것이다. 건기식도, 생활용품도 마찬가지이다. 신기하고 신박하고 즉각적인 B&A가 뚜렷하지 않는다면, 제품이 고급스러운 컨셉이든, 자연주의 컨셉이든, 블링블링한 컨셉이든 제품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다. 만약, 여기에서 타겟 연령층이 조금 더 어린 연령층이라면, 물리적인 특이점이 확실하게 있어서 타겟이 조회수를 확보하는데 보장되는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굳이'구매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5. 2012-2017 과거의 암흑기와 황금기가 공존하던 시대를 반복하는 새로운 미래
현재 불안하고 정체기인 지금, 문화적으로 황금기였던 시절에 대한 결핍이다.
레트로 트렌드는 기본이 되었고, 이제는 어떤 시점의 트렌드가 어떤 모습으로 각색되어 나타나는가가 중요하다. 80-90년대 일본 문화 콘텐츠가 주목받는 것처럼, 2012-2017 시기의 콘텐츠도 각색되어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 시기는 90년대생들의 황금기 20대 시절로, SNS가 본격적으로 유행하며 시청자이자 콘텐츠 창작자로서의 성과와 인플루언서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기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때, Kpop의 황금기로 블랙핑크가 데뷔하고 엑소가 으르렁으로 top을 찍고, 신사의 품격, 태양의 후예, 상속자들, 별에서 온 그대 등이 K드라마도 상승세를 찍고 있었다. 무한도전도 마지막 빛을 내고 지던 순간이 이때였고, 그 외 예능 프로그램들과 TV채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광고 없는 유튜브 플레이와 유튜브 뮤직이 생겨나면서 유튜브 이용자들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또, 신인 한국 유튜버들의 성장이 시작되던 시기도 이때였다. 지금 90년대 생들은 본인의 황금기에 유행했던 콘텐츠가 그리움과 반가움을 느낄 것이고, 00년대 후반대에 속한 어린 친구들은 이 시기의 콘텐츠가 다소 촌스러우면서도 신기하고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매력을 느낄 것이다. 또한, 세월호, 천안함 사건, 대통령 탄핵 사건 등 가슴 아픈 사건과 성취감이 공존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의 콘텐츠를 활용할 때는 단순히 겉포장만 따르지 말고, 당시의 정서를 파악하고 각색해야 한다. 왜 사람들이 이 콘텐츠를 좋아했는지, 당시의 시대 상황과 정서를 분석해 지금 사람들의 마인드와 정서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결론
앞으로 다가올 트렌드를 조심스럽게 예측해보았다. 이미 시작된 트렌드도 있지만, 길게 유지될 트렌드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잠깐 스쳐 지나갈 트렌드보다,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트렌드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