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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달 Mar 05. 2024

알맞음에 대하여


아이가 독립하고 나이가 들면 더 작고 간소한 살림을 갖춘 집에 살고 싶다고 했다. 매일 하는 관리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집을 줄이고 마당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2층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도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나의 말에 조목조목 이유를 대며 반박하던 남편도 마지막 이유에 대해서는 멈칫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살다 간 흔적이 남는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언제 어떻게 떠날지 모르는 게 우리네 인생이니까. “



어제 수영장에 다녀오고 행궁동 나들이를 마친 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워버렸다. 긴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쌓여있던 설거지와 빨래가 되어있고 집도 깨끗하다. 40대 초반 초등 아이를 키우는 우리에게 지금의 집과 살림의 규모는 누구나 유지 가능하고 적당한 피로감을 주는 정도인 것 같다. 새 집과 새 물건은 늘 설렘을 주지만 지속 가능한 설렘은 관리가 짐이 되지 않을 때 가능하다. 맥시멀리스트 두 남자와 살면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쾌적함은 그 ‘알맞음’에 대해 늘 고민한 결과임을 반복해서 지저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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