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경보에 이어 홍수 경보까지. 쉴 새 없이 재난 문자가 울리는 오늘, 하필 오늘, 녹색 어머니 봉사 당첨이다. 비옷에 우산, 크록스 3단 콤보를 장착하고 비장하게 집을 나섰으나 위아래 위 위아래를 넘어 얼굴 싸대기를 날려대는 빗줄기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의 담당 자리는 우리 집에서 학교 가는 길목인데 이곳은 선생님들의 출근, 아이들의 등교 차량의 통행이 많은 후문 앞 횡단보도이다. 오늘은 비가 오니 차로 등교하는 애들도 더 많을 테고 신호등이 없는 곳이기 때문에 정신을 더 똑띠 차려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쉬지 않고 지나가는 차들 사이로 쓰나 마나 한 우산에 의지한 채 내 손끝만 바라보고 있는 홀딱 젖은 제비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간절한 눈망울 수십 개가 깃발의 움직임에 맞춰 바쁜 걸음으로 이어지는 그때! 시끄러운 빗소리를 뚫고 앞서가던 대장 제비의 힘찬 목소리가 들린다. “고맙습니다! “ 뒤따르던 제비들도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이며 외친다. “고맙습니다!” 제비들의 선창에 나도 화답한다. “좋은 하루 보내!” “조심히 가렴!” 나의 화답은 어느새 선창이 되어 이어졌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감사 인사와 환한 얼굴을 선물로 받은 오늘.
이거, 이거, 호우 경보 내리는 날 녹색 어머니 활동 역시 럭키비키잖아? 다음 봉사 때 비가 온다면 더 신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설 것 같다. 그땐 꼭 제비들에게 하루를 응원하는 인사를 먼저 건네야지.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