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목가구 만들기
이제 셀프 시공할 부분을 고민할 시간이다. 현재까지 정해진 부분은 거실의 원목 책장, 준공 조경 정도이다. 어젯밤 남편은 책장 시안을 만들어 내게 건넸다. 부피가 커서 완성을 하더라도 들기가 어려우니 네 부분으로 나누어 끼워 넣겠다고 했다. 재료비는 100만원 정도이고 최소한의 목공구를 구입하여 내부 인테리어가 끝나는 대로 마당과 거실에서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이 겨울에? 괜찮겠어?" 사실 하고 싶은 우려의 말이 훨씬 더 많았지만 꾹 참기로 했다. 딱히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편은 거기에 한마디를 더 보태었다.
"현장 소장님께 집 짓고 남는 나무를 좀 모아달라고 부탁드렸어. 1층 욕실장을 시작으로 꿈꾸당에 있는 가구들을 만들어 볼까 해." 실력은 둘째치고 집에서 쉬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입주까지 한 달 정도 남은 지금 저걸 다 하겠다고? 하지만 남는 나무로 하겠다니 돈이 드는 것도 아니었고 이번에도 나오려는 말을 꿀꺽 삼켰다.
2021년 12월 21일 페인트칠, 도배에 이어 마루 깔기까지 마무리가 되었고 그날부터 우리는 크리스마스도, 연말도 잊은 채 작업에 몰두했다. 먼저 자투리 나무로 욕실 상부장을 제작했다. 목공을 전혀 모르는 나는 그동안 나무를 잘라서 붙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전후로 사포질을 해주고 5번에 걸쳐 바니쉬를 바르고 말려야 했다. 입주까지 시간이 많지 않았고 자연스레 나도 함께 도왔다.
욕실장 바니쉬 칠이 건조되는 동안 우리는 부지런히 책장을 만들었다. 점심은 대부분 김밥, 라면이었고 다행히 아이는 혼자서도 새집을 탐구하며 신나게 잘 놀았다. 출근하는 날도 예외는 없었다. 퇴근 후 밤늦도록 남편의 작업은 이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우리는 결국 해냈다. 언젠가 윤여정 씨가 인터뷰에서 “연기가 가장 잘 될 때는 돈이 없을 때”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우리 역시 돈이 없어서, 간절함에 발굴된 재능이었다.
남편이 몇 가지를 더 해보겠다고 했지만, 이때만 해도 내가 할 일은 이것이 마지막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노동의 작은 시작일 뿐이었다.